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tal Eclipse Jul 17. 2022

9개월의 변명

- 다시 펼쳐보는 제주도






  사람이 그렇다. 

꾸준하기가 세상 제일 어렵고, 불타오르다 식어버리는 건 밥 먹기보다 쉽다.

깜도 안되는 글로 과분한 사랑을 받은 걸 기억하기에,

지난 9개월간의 감감 무소식은 누구에게도 아쉬운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9개월간의 변명은 그러므로

나 자신에 대한 질책과 반성이겠다.

삶의 터를 옮겨 적응에 허덕거렸던 것? 

먹고 살고 속물 노릇하느라고 게을렀던거지. 그걸 깨닫기만 해도 변명의 가치는 높다.


  단 한 가지.

되는대로 폭주했던 글쓰기를 돌아보니, 창피했고 창피하고 창피할 것이 창피할 뿐이다.

그래서 또 과분하게 일말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한 권의 보잘 것 없는 결실을 맺게 될 것이 부끄럽다.

그럼에도 알려드려야겠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쓸데없는 상념으로 배부른 이야기들을 지어냈는데

하도 엉망이어서 이 과거의 배설물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차에,

복잡하게 생걱하지 말고 제주의 이야기만 따로 묶어 열심히 고쳐서 만들어보자고,

고맙기 그지없는 한 출판사에서 권유를 했다.

제목도 바꿔보고 시점도 고쳐보고, 터무니없이 지루했던 본문을 거의 절반이나 도려내버렸다.

아, 속 시원해라.

한심한 것은

도려내고 덜어내야 아름다운 것임을 

이전엔 단 1도 몰랐다는 것이다.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도려내고 도려내고 도려내

출판사에 넘길 제주의 묶음이 완성됐다. 물론 손에 들릴 한 권의 책에선

또 어떻게 길이와 문장과 내용이 바뀔지는 모른다.


  지난 9개월간의 감감무소식에 대한 또 하나의 변명은 그래서

여전히 부족함을 깨달으며 하나의 작은 졸작을 정리했다는 자그마한 후련함이겠다.

사족이 많아 지네와도 같은 그 밖의 글들도, 언젠가는 뽑아낼 무엇이 그 안에 조금은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나중의 일이고,

일단 제주의 모든 것에 귀를 조금만 기울여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했습니다' 에서 건방진 '했다'체로 바꿨다, 그래야 한다고 해서. 

건방져 질까봐 '했습니다' 체를 선택했던 것인지.. 

그런데 차라리 '했다'체가,

칭찬을 받든 욕을 먹든 간결하게 드러내는 묘미가 있더라. 사이다 같더라.

이를 비롯해서

늘어진 사념의 투정과 보기싫게 습관이 된 조사와 어미들에서 

기름기를 꽤나 뺀 게 사실이다. 


  그러니 못미더우셔도

이르면 9월 중에 나올 책을 바보같이 기대하고 읽어주실 분들은 쓱 훑어만 봐 주시고,

그럴 의향이 없는 대부분의 손님께서는 한 챕터 한 챕터 심심할 때 읽어봐 주시길.

출간될 책이 약간의 결과만 낸다면 

강원도의 글들도 새로 쓰고 고치고 정리해 볼 참이다.

일단은

제주의 겉과 속 이야기를 담은 <한겹 뒤 제주(가제)>다.

먼저 머리 싸매고 구분한 글의 순서를 안내해 드린다.

이 순서에 따라 하나씩 하나씩 배달해 드릴 것을 약속한다.

잘 부탁드린다.



차례               

한 겹을 열며          

Ⅰ 오멍 가멍

01 애월에 뜨는 달은 ― 제주시 애월읍

02 당신만의 공간은 어디인지 ― 대정읍 모슬포항 ~ 형제해안로

03 비록 정신없는 산책일지라도 ― 애월읍 수산리 

04 벵듸엔 미궁이 없다 ― 구좌읍 평대리

05 꼬닥꼬닥 다시 걷는 바닷길 ― 제주올레 3-B코스

06 백주또의 연풍연가 – 조천읍 교래리 & 구좌읍 송당리

07 동에 번쩍 서에 번쩍 – 차귀도~수월봉     

Ⅱ 느영 나영

01 나이 듦이 안심인 이유 ― 제주시 한울누리공원

02 그듸 있어줍서 ―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03 헬로 Mr. 구럼비 ― 서귀포 강정마을

04 제주의 배꼽에서 세상을 외치다 ― 대학로 & 제주시청

05 E=(MC)² ― 카페 ‘제대 가는 길’     

Ⅲ 모다들엉 배려봅서

01 비싸도 산다 ― 제주의 독립서점

02 제목 없는 파노라마 ― 김영갑갤러리두모악

03 녹차전쟁 ― 보성 대한다원 VS 제주 녹차밭

04 진격의 백만대군 ― 애월읍 목욕탕

05 행복하자, 남쪽에서 ― 서귀포 이중섭 거리~새연교

06 해물탕과 아포가토 ― 서귀포 소라의 성 & 허니문하우스

07 한잔하고 헤어질까요? ― 한림읍 제주맥주 양조장          

다시 한 겹을 덮고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 매거진 연재 계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