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에 따라 사람을 응대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아주 무뚝뚝한 사람이고 불친절해보인다. 그리고 가끔은 아주 불친절하기도 하다.
그녀는 고등학생 2명, 중학생 1명을 둔 싱글맘이다. 아이 셋다 자폐 스텍트럼을 가지고 있다. 큰아들은 가까스로 일반 학교에 다닐 만큼 정도가 심하다. 끊임없이 아이들 문제로 학교와 씨름하기도 하고, 사춘기를 겪는 딸과 잦은 다툼을 벌이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기분이 안좋아 보이는 날은 그냥 내버려 둔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보이는 날은 대화를 조금 시도해보기도 한다.
L은 낮에는 학교에서 커버교사로 일하고 밤에는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체조를 가르친다. 주말에도 일을 한다.
보통은 아침 인사를 하면 받는 둥 마는 둥인데 개학 첫날 아주 즐겁게 인사하며 물통을 흔들어 댄다.
스티치! 그녀가 제일 애정하는 스티치 물통을 흔들어 보이며 아주 행복해 하는 모습에서 힘들게 사는 싱글맘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점심을 먹지 않는다. 아침으로 오트밀을 실컷 먹고 오고 저녁엔 학원에서 제공되기 때문에 중간에 한 끼는 건너뛰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가끔 학교에서 무료로 식사나 간식이 제공되면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맘컷 먹는다. 평소에는 저 스티치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 하루종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