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끝, 느린 오후〉

by 하늘보기


골목이 끝나는 곳에서

나는 걸음을 멈춘다


누군가의 발자국이 지나간 흔적

닳아버린 돌계단의 무늬

벽에 번진 이끼의 무심한 침묵


햇살은 가끔 고집을 부려

구석진 벽에 머물다 가고

바람은 주머니 속 동전을 굴리듯

사소한 기억들을 데려간다


나는 그곳에 서 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오래된 풍경은 말이 없고

나는 그 말 없음에 기대어 서성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