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공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비바람에 벗겨진 나무판자
금이 간 철제 다리
세월을 견뎌온 것들의 낡은 의연
그 위로 흘러가는 구름 몇 점
서두르지 않고 묻히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지나간다
누군가 오래전 남긴 이름 모를 낙서
여름 햇살에 바랜 잉크
시간이 지운 것과 남긴 것의 경계
나는 그 위에 손을 얹는다
마치 누군가의 등줄기를 쓸어내리듯
조심스레 아주 조심스레
구름은 아무 말 없이 벤치 위를 떠다닌다.
나는 그 무심한 부유에 기대어
조용히, 오래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