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멈춘 자리
낡은 담벼락 틈새에서
흙냄새가 피어올랐다
이른 봄비를 머금은 흙
사라진 발자국 위로 스며든 뿌리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서
흙은 오래된 노래를 부른다
잊힌 이름들이 누웠던 자리
슬픔도 기쁨도 모조리 삼킨 침묵의 숨결
나는 귀를 기울인다
땅이 들려주는 소리를
햇살 아래서도 드러나지 않는
어둡고 차가운 세계의 노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진짜였다는 듯
흙냄새가 나를 끌어당긴다
그곳에서
아주 낮은 숨소리로
나는 노래를 들었다
살아 있다는 것의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