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컵에 남은 온도

by 하늘보기

아침 물 끓는 소리가

오늘따라 조금 더 느리게 들렸다

잠결에 컵을 꺼내다

문득

네가 좋아하던 그 색을 떠올렸다

별 의미는 없었다

그저 오래 써서

바랜 자국이 있는 컵일 뿐인데

그 컵을 손에 쥐는 순간

네가 조용히 웃던 얼굴이 떠올랐다

사람의 기억은

이렇게 사소한 데 숨어 있다

눈부신 장면보다

자잘한 순간에 더 오래 눌어붙는 법이다

나는 커피를 천천히 저었다

숟가락이 컵 벽을 스치는 낭랑한 소리에

네가 아침마다 흥얼거리던

작은 콧노래가 겹쳐왔다

그 멜로디는 이제 어디에도 없지만

내 귀에는 아직 살짝 남아 있었다

창문을 열자

부드러운 바람이 안으로 흘렀다

그 바람 결에

너와 함께 보내던 어느 평범한 일요일이

가볍게 섞여 들어왔다

아무 일도 하지 않던

그 게으른 오후의 체온까지

이 모든 게

그저 지나가는 생각들일 뿐인데

나는 괜히

컵을 조금 더 오래 쥐고 있었다

너의 온도가

컵의 온도에 얇게 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커피가 식어가자

생각도 천천히 가라앉았다

남은 건

조용한 방 안에 떠도는 향기 하나

그리고 아주 작은 네 생각 하나뿐이었다

나는 그것이면 충분했다

잊지 않으려 애쓰지 않아도

일상의 틈새 어디엔가

너는 늘 이렇게

잔잔히 스며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