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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수현 Jul 16. 2024

우리가 중도를 기억하는 방법

2024 문화도시 박람회를 마치고

 

  2024년 춘천마임축제와 함께했던 문화도시 박람회가 끝났다. 춘천을 다녀간 전문가들의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춘천만이 할 수 있는 행사’였다는 감상이었다.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뿐 아니라 지난 5년간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함께 성장한 춘천마임축제, 춘천인형극제, 아티스트, 워킹그룹, 활동가, 시민들이 서로 돕는 협업과 협력의 과정이 도드라져 보였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랑’의 힘으로 쌓아온 공력이, 함께 성장하고 경험하며 견뎌낸 시간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을 들으니 자랑스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현장 설문조사에 응한 1,215명의 관객 응답 결과 전반적인 만족도는 7점 만점 중 6.08점이었다. ‘본 행사와 유사한 행사가 많이 늘어난다면,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질까요?’라는 질문에는 90.4%가, ‘이러한 행사가 지역에 계속 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나요?’라는 질문에는 87.9%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전국 각지의 문화를 한 자리에서 알 수 있어서,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가 있어서 좋았다는 평이 많았다. 반면 더위와 그늘, 화장실 등 편의시설 부족에 대한 불편점도 나타났다. 울퉁불퉁한 자갈밭이 펼쳐진 중도 레고랜드 주차장은 나무 한 그루 없는 허허벌판으로, 행사 장소가 결정된 순간부터 우리에게 많은 걱정과 고민거리를 안겨준 공간이기도 했다.


  특히 행사를 준비하며 나를 잠 못 들게 한 것은 지역의 목소리들이었다. 중도는 그 자체로 깊은 역사와 의미성을 담고 있는 장소다. 중도의 가치와 의미를 지키고자 자신의 목소리를 더하는 이들의 용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문화도시 박람회를 진행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질문은, 지역문화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문화의 힘을 통해 도시를 변화시키자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기조와 결을 같이하는 행사를 만드는 추진 주체로서 당연히 고민하고 인식해야 하는 문제였다. 나는 오랜 고민 끝에 이곳에서 행사를 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 이곳이 아니면 어디서 하는 게 맞는지, 우리가 이 자갈밭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우리가 이곳에서 박람회와 마임축제를 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 주목하기로 했다. 첨예한 대립도 분쟁도 없이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린 아픈 중도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공론장이 필요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의 생각을 말하지 않는다. 세대 간에도, 계층 간에도, 학생은 학생끼리, 지역은 지역끼리, 서로가 틀렸다고 여기며 소통을 거부하는 시대에 이렇게 각자의 입장과 시선을 표현하는 행동들이야말로 우리가 문화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회의 분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란 무엇인지, 역사는 무엇이고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도시의 많은 이들이 자신의 담론을 꺼냈고 목소리를 냈다. 전국 각지의 시선이 중도에 와 닿았다. 직접 그 땅을 밟아 보며 소감을 나눴다. 나는 다만 지역을 위해 일하는 젊은이로서 더 넓은 마음을 가지고, 더 높은 세대의 의견을 듣고자 노력했다. 문화도시 박람회를 통해 지역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나누며 중도의 의미를 다각도로 배웠던 이번 행사의 경험이 나로서는 너무나 의미 있고 영광스럽다.


  춘천이 보여준 저력은 단순히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춘천에 살고 있는 이들이 전국에 보여주는 자부심과 애정,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성숙한 이해가 진정한 힘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우리가 중도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도를 기억하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우리는 중도를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들을 찾았다. 몰랐던 것들을 발견하고, 새롭게 인식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넓은 품으로 공감하고, 상처에 아파하고, 노력 끝에 이해하며, 끝내는 포용하는 것이다.


* 춘천지역언론협동조합 주간지 “춘천사람들”에 기고(2024.6.10.)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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