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감사 또 다른 시선
길을 걷다가 쉼이 필요한 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미움, 화남, 싫음 등등의 찌꺼기마음이 가득 찬 느낌이 들 때입니다. 카페 밖에 나와 있는 커피 찌꺼기 봉지, 사무실 문서 파쇄기에서 나온 파쇄종이 뭉텅이, 연필 깎기에서 나온 연필 찌꺼기, 음식물 쓰레기 봉지처럼 버려야만 하는 마음들로 가득 차서 지친 것 같아서입니다.
그런 마음들이 생각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힘없이 길을 걷다가도 길바닥에 보이는 '깨알'들을 만날 때면 '그래! 그래!!'라면서 툴툴 털고 그런 마음들로 힘이 빠져서 살 수 없다고 다시 힘을 내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길 위의 '깨알'들은 여전히 저에게 살아갈 힘을 주고 재미를 더해줍니다. 그러다 보니 '깨알'들이 늘 귀한 존재로 여겨집니다. 버려야만 할 것들, 이미 버려진 것들이 제게 새롭게 다가오는 길 걷기가 늘 감사할 뿐입니다. 오늘도 그런 감상들을 나누어보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그 의자는 최고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지만 길 밖에 나앉은 의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봐도 또 봐도 느낌이 색달라서 또 들여다본 사진입니다. 오래전, 큰집이 잘 살 때 집에 몇 개씩 있으면서 그 푹신함과 뭔가 거창한 느낌에 여차하면 앉아서 안락함과 '어른스러움'을 만끽해 보던 의자가 생각났습니다. 이제는 이런 의자들은 동남아 도시에 가면, 동남아 분위기의 인테리어에서 느낄 수 있고요.
제 마음이 불편했던 날이어서 그런가요. 그 의자를 바라보면서 옛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저 의자의 편안함에 저의 마음을 앉혀놓고 싶다고 생각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의자를 길 위에서 보게 된 것이 감사했던 순간입니다.
2. 간당간당..
쓰레기통 난간에 놓인 커피컵을 봤습니다.
쓰레기통에 덜렁 버려진 것이 아니라, 난간에 걸터않도록 올려놓은 커피컵을 보면서 마시던 주인의 장난기가 생각났습니다.
잘 마시고 난간에 걸쳐놓으니 우주대스타 아이돌도 '여차하면 쓰레기통에 떨어지는 운명이구나'하면서 살짝 웃었습니다.
3. 요기요. 요기..
길을 걷다가 노랑 화살표를 보면서 웃고 달려갔습니다.
여기가 '식당입니다. 가게입니다. 미용실입니다.'라고 정확하게 위치표시해 주는 화살표가 인상 깊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건물외벽에 붙은 화살표가 마치 깜장과녁에 쏘아놓은 화살 같아서 재밌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기발한 간판을 해 놓은 집들을 보면 그 아이디어에 감탄하면서 잠시 서 있는 편입니다. 가끔은 저 스스로를 탓하기도 합니다. '저런 아이디어가 없으니 돈을 못 벌지!'라면서요. 그러다가도 '재미'느낀 것만 가져가자! 나 나름대로의 몫이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위로하고 마무리했습니다.
4. 달리다가 쉬는 말이 생각나는 발..
주차되어 있는 오토바이의 모양을 보고 재미를 느끼다가 '화룡점정'같은 구조에 놀라면서 서 있었습니다.
큰 오토바이가 잘 서 있도록 한 것은 작은 받침대였습니다. 각도가 잘 설계되어 있으니 큰 오토바이가 허공에 기댄 듯 서 있을 것인데 그 각도보다도 받침대가 눈에 들어온 것입니다.
일반 받침대가 아니었습니다. 보조기구를 부착해 놓은 것인데 저는 그것을 보면서 말발굽이 생각났습니다. 말발굽을 잘 갈아주고 다듬어줄수록 말은 덜 힘들어하면서 자기 능력껏 실컷 달리는 것을 보았는데 오토바이의 받침대가 그 말발굽이 생각나게 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웃고 웃다가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2. 마음에 감사 더하기
1. 하마. 그래야 하마..
캐릭터 그림을 보다가 웃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했습니다.
"그래. 그게 내 마음이다."
뭐든지 다해주고 싶은 것이 저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오죽하면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순풍에 돛 단 듯 밀려가는 배처럼 바람 부는 날에 연을 날리면 수월합니다. 반대로 바람 없는 날에 연을 띄우려면 한참을 달려야만 연을 날릴 수 있습니다. 실로 엄청난 힘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모습처럼 저는 늘 애만 썼습니다. 심지어 아내 마음을 반영한 것도 아닙니다. '아내는 이걸 원할 거야!' '이걸 아내가 좋아해 줄 거야!'라면서 시간과 돈과 노력을 허비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 가 제 프로필명입니다.
그렇게 지내는 것이 엉뚱한 삶임을 알면서 아내와 '진짜 대화-필요한 것을 주제로 나누는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방향과 노력이 정반대로 허비된 지난 시간이 엄청 후회 돕니다. 이제는 아내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며 '널 위해 무엇이든 다 하마!'라고 말하고 살아가는 '제대로 된 하마'가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런 시간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제라도 알아차려서요.
#3. 또 다른 시선
1. 우연히 찍었는데 보였어요.
매주 금요일즈음이면 아들이 한 주를 지내다가 재밌거나 특이한 것들을 찍은 것을 저에게 보내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거의 밤사진이 많은 것은 아들이 아침에는 정신없이 학교를 가고요. 늦은 저녁 집에 들어올 때에는 조금 여유롭고 행복한 마음으로 길을 걷다 보니 보이는 것들이 새롭거나 재밌게 느껴져서 사진 찍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밤사진이 많습니다.
그 와중에 독특한 사진을 보내줘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안 놀랄 수 없는 사진이었습니다.
처음에 바위 무늬가 예뻐서 찍었는데 찍다 보니 하얀색 무늬가 강아지 같아서 더 재밌었어요
길을 걷다가 바위가 반짝거려서 그 '반짝거림'이 재밌어서 사진을 찍으러 다가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찍다 보니 바위 안에 무늬 속에서 강아지를 봐서 재밌었다고 했습니다. 진짜로 보다 보니 목줄이 붙은 강아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커다란 바위에 생긴 자연 얼룩일 텐데 '강아지 그림'이 보여서 저도 놀랐습니다. 한편으로는 아들이 '이 사진을 찍으면서 얼마나 재밌었을까?'와 '이런 사진을 찍는 아들의 센스는 정말 대단하다.'라면서 두 번이나 놀랐습니다. 제게 이런 아들과 살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 '감사'입니다.
진짜 '깨알'은 크기가 작지만 '큰 재미'를 건네줍니다.
제 삶은 원하는 것이 된 것은 딱 하나입니다. 공무원이나 선생님을 피하고 의류학과 전공해서 패션회사 근무한 것입니다. 그 외에는 원하는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원하는 것과 정반대로의 삶의 방향만 진행되고 있습니다. 불평해도 소용없는 일인 것도 알고 있습니다. 더불어서 길을 걸으면서 '재밌는 깨알'을 나누려고 일부러 찾아다니는 것도 아닙니다. 길을 그냥 걷다가 보이는 '깨알'을 찍어서 나누었는데 어떨 때는 기발하고 재밌다고 격려해 주시는 말을 듣곤 하는 것입니다. 제 삶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하지만 '깨알'을 통해서 '칭찬과 격려'를 받는 자체만으로도 제게는 '큰 재미'가 더해진 삶임을 고백합니다.
아들이 보내주는 사진은 정말 놀랍습니다.
중2 아들입니다. 내년이면 중3이고 4년 후면 군대에 갈 나이가 된다고 미리 걱정하는 아들이고요. 코밑에 수염이 나기 시작한다고 자랑스러워하는 아들입니다. 필요한 것에 고민과 노력을 하고 불필요한 것에는 생각하기를 줄이라고 가르치기도 하는 아들이고요. 그런데, 그런 중2 아들이 일주일을 살아가면서 여행, 체험들이 아니라 그저 일상 속에서 걷고 보고 느끼는 것 중에 재밌다면서 보내주는 휴대폰 사진 한 장이 제게는 늘 놀랍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주변의 모든 것을 바라보고 느끼고 살 줄 안다는 자체만으로도 건강해 보이고 행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무슨 일을 하더라도 저보다 일단 나은 사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겨서 그냥 응원해주려고 합니다.
깨알프로젝트가 금, 토요일 우선시되고 있습니다.
저는 토요일이 '토토즐'이라는 마음으로 소중히 여기면서 준비하고 발행합니다. 이제는 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토요일 '깨알프로젝트'를 아내도 눈치채기 시작했습니다. 뭔가를 해야 한다면 먼저 "당신 ~프로젝트인가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어봐줍니다. 그렇게 신경 써주는 아내가 고마울 뿐입니다. 아내는 저와 달리 배우자가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도움 받거나 제공받도록 배려해 주는 것을 잘하는 편입니다. 저도 그런 면을 배우면서 얼른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에서 벗어나보려고 합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관심 가져주시고 읽어주셔서 제가 길을 걷다가 보면서 아름답다! 재밌다! 감동이다! 등등으로 느낀 것을 함께 나누도록 열심히 적고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