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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3 #17

깨알 감사 또 다른 시선

길을 걸으면서 보이는 것들이 재미를 줘서 매일을 지내는 '맛'이 있습니다.



요즘은 길을 걸으면서 보이는 것들이 제게 힘을 줍니다.

"잘할 수 있다고!!"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지만 재밌는 일도 많다고!!"


라고 말해주면서 지치거나 힘이 빠질 때 어깨를 툭툭 쳐주는 것 같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힘을 주는 아내와 아이들도 있지만 길거리 깨알들도 그렇게 해줘서 평일을 잘 살아내는 것 같습니다.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다가 또 실수를 해서 혼자 자책하면서 우울할 때도 발 밑에 보이는 깨알들 덕분에 또 힘내게 됩니다. 그런 깨알들을 소소하게 나누는 시간 되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속 보인다. 그렇지?

길 가의 가로등의 커버가 떨어져 나간 것을 봤습니다.



'아이고! 속 보이는구먼!!'이라고 웃다가 '위험하겠네! 얼른 고쳐지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요즘은 가로등들이 주변 경관과 어울리게 어두운 색으로 도색되어 있는데 속의 케이블은 도드라지는 색상이라서 웃으며 잠깐 서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나도 저 가로등처럼 속이 훤히 보이는 사람이고 싶다. 거짓 없이 꾸밈없이 숨김없이 그냥 투명한 사람! 대화를 하면 그냥 편안한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입니다.


2. 아이고!! 아플 텐데!!

길을 걷다가 약봉지를 발견하고 길을 잠시 멈췄습니다.



삼 남매가 태어나서 어린이집을 거쳐서 유치원을 지나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까지 매해 매 순간 수도 없이 잘라서 시럽과 섞어서 제비처럼 벌린 아이들 입안으로 넣었던 약봉지였습니다.



보자마자 반가워서 멈췄지만 그것보다 약봉지가 제대로 찢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서 누군가는 '저 약을 제때 못 먹어서 아플 텐데~ 그게 어른이 아니라, 아기일 텐데, 많이 아플 텐데'라고 걱정했습니다. 수시로 아팠던 삼 남매와 지냈던 경험 때문인지 남의 일 같지 않고 걱정도 하게 됩니다.



3. 길을 잃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 길을 자주 잃어버립니다.



진짜로 길을 잃어서 헤매거나 가야 할 길을 못 찾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의 길을 헤매곤 합니다. 하려고 했던 것은 제대로 진행이 안 되고요. 안 하려는 것은 해야 하고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내가 뭘 하고 있지? 이게 가족을 위한 것인가? 나를 위한 것인가?'라면서 고민과 고민사이에서 해결책 없이 헤매곤 합니다.



가끔 '어른답지 못한 나'라고 인정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모습 때문에 요즘 들어서 종종 '인생의 길을 잃어버리는가 보다!'라고 생각하면서 고치는 속도도 더 박차를 가해 보기도 합니다. 횡단보도에 화살표가 아무 생각 없이 건널 저와 같은 사람을 위해 '갈 방향'을 안내해 줘서 고맙기도 합니다.


#2. 마음에 감사 더하기..


1. 꽃이 철퍼덕!!

아내와 살면서 '감사'하는 일들은 많습니다. 아주 많습니다. 길가에 노랑꽃 개수만큼 많습니다. 사실 '감사'가 매 순간 있는데 알아챈 순간보다 모르고 지나친 순간들이 더 많습니다. 뒤늦게 "여보! 고마워요! 그때 그게 감사한 일이었네요."라고 말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제가 보도블록에 엎어져서 곧 시들거나 밟힐 수도 있는 꽃처럼 '철퍼덕' 주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저 원수!"라면서 속상해하고 미워하고 이혼하고 싶어 하기보다는 "남편! 힘내요!" "나도 함께 감당할 테니까요."라면서 늘 격려하거나 실패한 순간 때문에 좌절할까 봐 응원해 줬습니다. 그럴 때마다 들을 기분이면 "고마워요!"라고 하고, 실패가 너무 속상하면 "당신은 잘 모르잖아요!"라면서 핀잔주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제야 깨달은 것이지만 아내는 '존재'자체만으로 제게 '감사'입니다.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오직 제 편을 들어주면서 격려와 응원하는 '좋은 사람'이자 '동행'입니다. 그러니 매일 매 순간 아내 때문에 '감사'를 경험하고 지냅니다.



#3. 또 다른 시선

큰아들이 오랜만에 낮에 사진을 찍었다고 합니다. 금요일이면 한 주 동안 지내면서 인상 깊은 것들을 찍어서 보내주고 있습니다. 저와 프로젝트를 하지만 52주 거의 1년을 함께 꾸준히 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니?"


라고 물어보면 보내주거나 못 보내주거나 합니다. 부담 가지지 말라고 당부를 수차례 하기도 합니다. 늘 밤에 집에 오면서 찍은 사진을 건네주다가 모처럼 낮에 사진이길래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찍은 이유가 '노란색 나는 게 벼 같아서 찍었어요.'라는 설명을 받아보고서 웃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 저학년 때까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동안 주변 시골길, 논두렁들을 1시간 이상 걸어 다니면서 꽃구경, 잠자리채집, 비 오면 맞고 걷기, 가을에는 떨어진 낙엽 모아서 색깔, 모양 즐기기, 눈 오면 눈싸움, 썰매, 눈바닥 뒹굴고 놀기, 버려진 나뭇가지로 놀이, 눈바닥에서 축구공놀이를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런 덕분인지 주변 조경물을 보고 벼를 떠올리고 찍었다는 것이 기특했습니다. 그런 감성으로 살면서 중2시간을 보내주고 있는 큰아들에게 '감사'했습니다.




사물인 깨알이 힘을 주고 사람이 격려해 줍니다.

길거리 깨알이 재미와 또 걸을 힘을 준다면, 주변 사람들이 격려해 주고 살아갈 힘을 더해줍니다.

주변 사람은 바로 아내와 삼 남매입니다. 애가 셋이니까 엄청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반대로 대답을 하곤 합니다. "삼 남매 덕분에 성숙해지고 위로받고 힘을 얻고 살아가고 있습니다."라고 말입니다. 틈틈이 깨알들이 도와주면서 늘 아내와 삼 남매가 저를 살아있게 합니다.



꽃을 보면 허무하기도 합니다.

아름답고 이쁜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있을 때는 "엄청 이쁘네!"라고 감탄을 수시로 합니다. 그리고, 돌아서면서 '저 꽃도 시들고 떨어지겠지! 아이고!'라면서 안타까워할 때가 많습니다. 아름답고 이쁜 꽃을 잔뜩 모은 꽃다발을 건네받을 때면 그 꽃들의 아름다움이 조금이라도 오래가도록 물을 갈아주고, 밑단을 사선으로 잘라주고, 빨리 시들지 않도록 도와준다는 알약, 물약을 넣어주기도 하고요. 시들은 꽃잎은 조금씩 손질하면서 꽃들이 최대한 향기와 아름다움을 유지하도록 챙겨줍니다. 그래도 결국에는 버려집니다. 허무하기도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 꽃들은 '나름대로 주어진 시간 동안 아름다움을 전달할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사그라드는 것'임을 잊어서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이제 저의 손바닥 위 존재가 아닙니다. 인정!!

중2 아들과 깨알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저의 시선과 능력이상의 존재가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제가 '하라! 하지 말라!'라고 말하면서 간섭하거나 통제할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물어보면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네!'라고 조언해 주는 정도만 필요할 뿐입니다. 늘 부모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퍼포먼스를 만들어내는 아들을 보면서 '얼른 내가 고치는 게 급선무'임을 자각해 봅니다. 곧 중학생이 되는 둘째 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서 또 마음의 준비 중입니다. 이렇게 저는 삼 남매와 살면서 '눈높이 동반 성장'해가는 것 같습니다.



한 주 동안 또는 매 순간 깨알들을 보면서 느낀 것들을 소소하게 나누는 '토토즐'시간이 제일 행복합니다. 고쳐야 하며 빨리 고쳐야 한다는 부담감, 지나온 시간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우연히 만난 것들을 통해 느끼는 재미, 감사, 깨달음을 편안하게 나누는 이 시간이 저에게는 '토토즐'이자 '작은 축제'시간입니다. 이런 시간을 이런 느낌으로 지낼 수 있는 것은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입니다. 늘 그 감사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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