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행복까지 30일'입니다. 인도영화이고 두 아이들이 신나는 표정으로 달리는 포스터와 간단한 영화설명을 보더니 "보자!!"라고 하길래 보기 시작했습니다.
노란 참외맛으로 분류해봤습니다. - 노랑 껍질처럼 조금 재밌고 겉보다 더 달달한 속씨처럼 진한 감동있는 영화로 분류했습니다.본래 영화분류보다 아이들이 보면서 느낀 것을 기준으로 분류했습니다.
삼 남매가 인도영화에 대해 어색해하지 않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저 주인공 두 아이들이 벌이는 좌충우돌에 울고 웃으면서 집중할 뿐이었습니다.
영화 속 두 아이들이 잘못해서 꾸중 들을 때 같이 얼굴을 찌푸리고, 도망 다니는데 붙잡히지 않고 꿍꿍이가 성공적일 때 같이 웃으면서 즐겼습니다. 그렇게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들은 몰입해서 봤습니다. 사실 인도영화를 본다는 것이 내용은 좋지만 생경한 문화적, 사회적 배경에 충격받거나 당황하지 않을까 걱정도 앞서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쓰레기마을과 다를 바 없는 영화의 배경에서 아파트나 번듯한 빌라와 전혀 다른 단층가옥에서 다 같이 자는 삶을 보고 아이들은 조금 의아해했습니다. 제대로 된 샤워가 아니라 골목에서 고양이세수 같은 것만 하는 것도 신기해했습니다. 주택가들이 잔뜩 붙어있는 곳을 지나면 쓰레기들이 즐비한 곳도 만나게 되고요. 기차가 석탄을 사용한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그런 배경들이 인도의 전부는 아니라고 옆에서 설명해 주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가 절정에 다다르면서 두 아이들이 목표을 거의 눈앞에 둔 것을 보면서 삼남매는 흥분되었습니다. 두 아이가 의기양양하게 피자집 문턱을 밟으려다가 '따귀'를 맞고 내쳐지게 됩니다. 그 장면을 본 삼남매는 매우 속상해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
"그래! 돈도 있는데..."
"너무해!!"
삼남매는 터무니없는 상황에 화를 냈습니다. 딸둘은 주인공들 대신 억울해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영화 속 아이들은 필요한 돈을 마련해서 의기양양하게 피자집 문턱에 들어섰는데 늘 보던 쓰레기 가득한 동네 꼬마들이 또 왔다면서 내쳐진 것이었습니다.
영화 보는 내내 주인공 아이들은 허름한 곳에 살며 절망적인 상황을 이해가 안 되지만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의 부조리와 악함에 대해서도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쓰레기 주변에서 놀면서도 희망찬 눈빛과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통해 '작은 희망'을 붙잡고 사는 것을 보면서 같이 울었습니다.
영화 속 몇가지 장면들은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도 했고요.
두 아이들의 할머니가 비싼 피자 가게에서 파는 피자대신 집에서 만들어준 피자 비슷한 것을 보면서 어릴 때 엄마가 손바닥만 한 반죽을 해서 토마토소스를 얻고 야채, 옥수수를 얹어서 만들어준 미니피자가 생각났습니다.
두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주운 피자집 전단지를 보고 범접하지 못하는 가격대의 피자를 먹고 싶다며 꿈꾸는 것을 보면서 생각나는 것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아이폰 가지고 싶다고 하지만 선뜻 사주지 못했고 제 폰을 팔아서 중고 아이폰을 사준 것이 생각났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플스를 사고 싶다고 하지만 "자! 즐겨라. 여깄 다."라고 호기롭게 사주지 못하는 제 모습도 생각났고요. 아이가 직접 모으고 모아서 지금 플스 구매가격이 거의 준비되어 갑니다. "행복 찾아 30일"과 비슷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삼 남매가 기특했습니다. 영화 보면서 빈부격차에 따라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것, 작은 희망을 품고 정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꿈을 꿨다면 이루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어느 나라이던지 피자는 맛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하는 것이 대견했고요. 이번에도 그렇지만 '교훈'이나 '메시지'를 굳이 전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느끼고 자기들 마음속에 새기는 것을 보면서 '이 아이들은 내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깨달으며 사람다움을 갖추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영화가 손에 쥐어주는 메시지에 비해서 제목이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제가 'kakka Muttai -The Crow's Egg' 까마귀 알입니다. 원제를 생각해 보면 오히려 번역제목이 좋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목과 포스터의 두 아이들 표정이 코미디로 생각되어 영화를 편하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감동했고요. 번역 제목이 훨씬 좋다고 생각된 영화입니다.
삼 남매가 영화를 보면서 툭 던진 한마디를 정리하며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는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그와 더불어 제가 곁에서 느낀 것들도 정리하고요. 아이들과 즐긴 영화를 소개하는 재미도 있지만 아이들이 던진 한마디를 정리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정리하면서 "아... 하!" 하면서 삼 남매를 더 입체적으로 알아가고 이해하는 재미가 있으며 저에게 깊은 깨달음이 더해져서 이 시간이 감사하게 생각됩니다.
아이들 한마디 1. 사람은 하고 싶은 거 해야 해! 맞아! - 나쵸 리브레 2. 사람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 - 행복까지 30일
덩달아 느낀 저의 깨달음 1. 관광지가이드 같은 아빠보다는 길 위의 이정표 같은 아빠가 되자. -나쵸 리브레. 2. 사람 귀하게 여길 줄 스스로 알다니.. 억지로 가르칠 필요는 없네. - 행복까지 30일.
이번에 아이들과 본 영화를 소개하는 글을 작성하면서 나름대로는 굉장히 흐뭇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 접한 인도영화를 잘 즐겨줬다는 것과 아이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아닌데 나름대로 영화를 보면서 '사람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라는 메시지를 스스로 얻었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아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바람에 영화 속 먹음직한 피자를 시켜 먹었습니다. 그럴 수 있음에 감사했고요.
두 번째 영화를 소개하면서 또 느끼지만 아이들은 먹물을 쉽게 머금는 화선지처럼 쉽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느끼고 배워가는 것을 알았습니다.삼 남매는 말을 안할 뿐이지 생각은 이미 성장했고 서서히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기 위한 세상 진리를 스스로 학습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말을 번역하면서 같이 영화 보면서 무심히 하는 말들을 정리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공부 강요보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라고 가르치긴 하지만...아빠의 욕심으로 자꾸 세상과 인생에 대해 뭔가를 알려주려고 억지로 잡아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부모의 행동이 오히려 자녀에게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중고 아이폰이지만 설명서를 쥐어주지 않았는데도 마치 10년 쓴 자기 폰처럼 알아서 커스터마이징 해서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물 가에만 데려다주면 부모 임무 끝'이라는 생각이 또 들었습니다.
행복까지 30일이 걸리는 이유는
하루에 XX루피 버는 아이들이 XXX루피 피자를 먹기 위해서 산술적으로 걸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목요일 발행시간까지 삼 남매와 즐긴 영화를 또 준비해서 찾아뵙겠습니다. 수려한 내용전개와 치밀한 비평이 없는 글임을 늘 밝힙니다. 그저 영화를 통해 아이들이 느낀 것과 제가 느낀 것을 나누는 시간이며 궁금하실까 봐 예고편이나 O.S.T는 링크로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