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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아! '나쵸 리브레'는~' +29

빨강 앵두맛

첫 영화는 잭 블랙주연의 Nacho Libre (2006년)입니다. 아이들 시선에서 추천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를 논하기보다는 영화를 아이들 시선에서 즐기는 방법과 느낀 것들을 나누기로 하겠습니다. 아이들 시선 추천영화입니다. 아이들이 영화를 즐기면서 해 준 '한마디'를 통해서 아이들 마음을 더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몇 년 전 밖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킬리타임용을 찾다가 굉장한 재미를 얻은 영화입니다. 아이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떼지 않았고 끝나고 나서도  여흥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의 여흥을 아이들은 이렇게 즐겼습니다. 

세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한참을 방 안에서 툭탁거렸습니다. 하도 궁금해서 슬쩍 문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방문을  잠그고 입고 있던 옷을 레슬러로 변신시켜서 서로 사진 찍어주며 웃고 있었습니다.  이불 매트를 깔아놓고 아들 딸 구분 없이 서로가 이그나시오(정의의 주인공)라면서 '덤벼라 나쁜 놈! 황금가면!'이라고 놀았습니다. 뒤늦게 아이들의 재밌는 놀이에 기름 부어주느라 휴대폰으로 '나쵸 리브레 ost'를 틀어주기고 했습니다.  

 


다시 문을 닫아주고 실컷 놀도록 해줬습니다. 즐거운 시끄러움에 울먹이는 소리가 섞이길래 문을 열었습니다. 바닥에 깔린 매트는 제멋대로 내팽개쳐있고요. 첫째 아들은 황금가면(악역)이 되어있고, 딸 둘은 이그나시오(주인공)가 되어 상의를 벗고 오빠와 대적하면서 머리가 산발이었습니다. 아직 어린 딸들이지만 웃통을 벗고 머리가 산발이 된 채로 웃다가 울다가 하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씩씩거리며 두 이그나시오를 상대하느라 정신없었습니다. 더 과격해져서 내는 소리만 가득했습니다. 웃통 벗은 산발녀 두 딸과 시뻘겋게 달아오른 아들을 보는 저는 민망했습니다. 영화의 여흥을 이렇게 즐겼습니다.   



한동안 아이들은 Nacho Libre - Religious Man (I Am I Am) ost(출처:유튜브 ost)를 들으면서 시종일관 "빠야 빠야~"만을 외치고 다녔습니다.


"빠야~ 빠야~"


그 노래만 들리면 어느새 서로 목을 감아쥐고 손을 맞대고 대적했습니다. 그렇게 여흥을 즐기기를 한 달은 했던 것 같습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빠야~빠야~'만 들리면 서로 눈을 맞추고 웃어댑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대목이 그런 여흥을 남겼을까요?


화재로 잭 블랙의 수도사복이 타버렸고 레슬링복이 드러나서 모두 앞에서 난감해할 때,

타고 다니는 삼륜차 핸들을 세 손가락으로 '부릉부릉'하며 시동 거는 모습에,

변칙적인 방법으로 승부를 잡으려는 황금가면을 제압하고 승리를 잡을 때,

엉뚱한 기술로 제압당해서 허리가 꺾여가면서 곤란을 당할 때,

파트너와 계속 락 걸리며 당하면서 허둥거릴 때,

넓은 벌판에서 엉뚱한 방법으로 맷집을 키우면서 훈련할 때,


수많은 씬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웃고 영화에 몰입해서 연신 손을 흔들며 수도사 이그나시오(잭 블랙)의 승리를 기원했습니다. 어려워할 줄 알았던 영화를 엄청 신나 하면서 보는 것이 신기했었습니다.




아이들이 이 영화가 끝날 즈음 한 마디 했습니다.


"사람은 하고 싶은 거 해야 해!!"


아이들이 영화 속 이그나시오(잭 블랙)를 보면서 느낀 것이라고 합니다.  


"맞아! 하고 싶은 거 해야 해."




사진출처: 씨네 21


'하고 싶은 거 해야 한다.'라는 것을 사는데 중요한 신념으로 알게 되었다는 아이들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어 할까요? 아이들 요즘 근황입니다.


첫째 아들은 이제 중1인데 이미 중2병이 시작되면서 길을 잃었습니다. 스페인, 축구선수, 화가, 애니메이터가 키워드였는데 지금은 잠시 길을 잃고 '인생무상'을 논하고 있습니다.

둘째 딸은 '축구선수', 네일아트, 예술가가 꿈입니다. 오빠보다 축구 잘하고 농구 잘하는 게 목표이기도 하고요. 종종 오빠를 이기고 싶다 합니다.   

셋째 딸은 '축구선수'를 포함한 '선수'이자 '스타'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스타'가 되어서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프를 받고 싶다고 합니다.  


꿈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합니다. 꿈은 주변 친구들, 본 영화 등을 통해 수시로 바뀌기도 합니다. 그래도 응원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해봐야 여한이 없다'라고 말해줍니다. 저는 여한이 없습니다. 의류학 전공해서 11년 의류업계 일해봤으니까요.  



'나초 리브레'를 보고 몸으로 말고 어떻게 여흥을 즐겼을까요?  

1. OST를 찾아서 듣고 파일을 공유해서 핸드폰 벨소리로 사용했습니다. 한 달 동안은 "빠야~빠야~"하고 다녔습니다. 차에만 타면 O.S.T를 틀었고요.   

2. 때로는 제가 황금가면이 되어줬습니다. 세 아이들 모두 자기가 이그나시오라면서 저에게 덤비고 다리 꺾기했습니다. 땀을 벌벌 흘리면서 잘 놀다가 아이가 팔꿈치로 제 얼굴을 쳤는데 순간 화를 내면서 "그만해!!"라고 흥을 깬 적도 있습니다. 엄청 미안한 날이었습니다.  

3. 한동안 이그나시오 레슬링 가면을 그렸고요. 빨강팬티에 파란 바지 같은 배색만 보이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눈빛교환했습니다. '이그나시오...ㅋㅋㅋ"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영화주인공이 출연한 영화는 어떤 것이 있는지? 영화가 실화라면 스토리가 어떤지? 등등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놀랍게도 이 영화는 실화였습니다. 그런 스토리를 알려줬더니 아이들은 진심으로 감동했습니다. 그렇지만 진지한 감동은 오래가지 못하고 여전히 자기가 '이그나시오'라면서 저에게 또 달려들기도 했습니다.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실화기사를 링크했습니다.

 

https://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154953

기사 출처: 일요신문 2015.12.09 기사



더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어서 영화스토리 링크를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해 봅니다.

https://namu.wiki/w/%EB%82%98% EC% B5% B8%20% EB% A6% AC% EB% B8% 8C% EB% A0%88

출처: 나무위키




빠아! 오늘 이 영화는요! 의 첫 편을 발행했습니다.



대단한 영화평론이거나 매끈한 글은 아닙니다. 이런 글을 발행하면서 아이들이 즐겼던 영화, 그 영화를 통해 감상평을 말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다시 한번 짚어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사람은 하고 싶은 거 해야 해! "


아이들은 신나게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 이그나시오를 통해 이렇게 정의 내렸습니다. 이 말은 아들이 초등 저학년, 두 딸은 유치원생이었을 때 한 말입니다.  



아이들이 영화를 보고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자기 방향을 잡아가는 것을 보면서 부모의 과도한 간섭과 길안내는 오히려 역효과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영화 보고 나니 이렇게 되고 싶어요!' - 영화를 보고 느낀 것으로 스스로 꿈을 정했다.

'영화 노래 좀 찾아주세요.' -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OST를 즐기고 노래 부르고 피아노도 쳐본다.

'영화 주인공 가면, 옷이 이거예요.' - 그림 그리고 변형해서 그려보고 웃고 즐겼다.

'영화 속 주인공은 나야 나!!' - 영화 속 액션을 따라 하면 신나게 몸으로 부대꼈다.

  

'초등 복합수업' '융복합 수업' '창의 수업'처럼 세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고 놀고 즐기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먹고 잘 환경만 만들어주면 '오토 파일럿'기능을 켠 것처럼 알아서 배우고 크는 것 같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아빠의 과욕은 오히려 역기능을 한다는 것도 느꼈고요. 그때 깨달음을 다시 상기시킨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 한마디
1. 사람은 하고 싶은 거 해야 해! 맞아!
덩달아 느낀 저의 깨달음  
1. 관광지 가이드 같은 아빠보다는 길 위의 이정표 같은 아빠가 되자.


유쾌한 영화였으며 아이들이 늘 다시 보고 싶은 영화 1순위로 꼽습니다. 덕분에 잭 블랙의 '스쿨 오브 락'도 찾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다음 목요일에도 아이들이 즐긴 영화를 통해 아이들 말과 저의 깨달음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 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Nicolas Hoiz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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