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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2 #11

깨알 감사 초심

혼자 길을 걸으며 '깨알'을 만나는 시간은 가진 것 없고 무능하게 느끼는 아빠, 남편에게 '그래도 가능성 있어요. 세상에 재밌는 게 많아요.'라고 느끼게 해 주면서 용기와 희망, 재미를 주는 존재여서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더 좋습니다. 혼자서 걸을 때는 생각지 못한 '깨알'이 반가웠는데요. 이제는 가족들과 걷다가 만나는 '깨알'들도 참 좋습니다. 걷다고 보이는 것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말하면 '아빠! 아빠다워요. 어떻게 이런 걸 봤대요.'라면서 호응해주기도 해서 좋고요. 아내도 기발한 것을 보면 함께 웃어줘서 기분 좋을 때도 있습니다.


이제는 길 가다가 잠시 멈춰 서면 "아빠! 또 뭔가 봤죠?"라면서 은근히 기대하는 아이도 있고요. '깨알'을 잠시 찍는 저의 모습을 찍는 아이도 있습니다. '깨알'이 정말 신기하게도 제 마음의 빈틈과 가족 간의 틈을 메워주는 존재가 되는 거 같아서 저는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행복합니다. 오늘도 이 행복을 잘 전해보겠습니다.



#1. 길거리 깨알..


1. 문을 여시오..

싱그러운 담쟁이 속에서 'open'이라는 푯말은 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물론 '가게가 열려있으니 들어오세요.'라는 말이지만, 저에게는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열고 귀를 열어 보세요. 어명이요!'라고 보였습니다.


싱그러운 담쟁이사이에 있는 것이 마치 꼭 필요한 사람눈에만 보이면서 '당신은 열어야 합니다!'라는 메시지 같았습니다.


2. 등잔과 장미..

'레미제라블'에 나올 법한 등잔과 새빨간 꽃은 저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골목길의 다양한 것들 사이에서 유독 새빨갛게 빨강거리는 꽃다발들이 유혹의 손길을 펼치며 이곳의 등잔이 켜지는 시간은 낭만과 깔깔거리는 웃음이 넘쳐흐르는 '그곳'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그곳은 클래식한 옷 편집샾입니다. 그런데 등잔과 꽃으로 인해 길을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매혹적인 카페'로 둔갑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상상을 하느라 꽃향기를 맡을 겨를도 없었습니다.



3. 환상특급문..

길을 걷다가 시선이 멈추는 공사 중인 건물이 있었습니다.


지금 일상의 모든 것은 저 문을 통과하는 순간 사라지고 예상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떨어질 것 겉만 같은 상상이 가득한 건물이었습니다.


꼭 한 번은 저 문을 통과해서 일어날 일을 겪어보고 싶은 '충동'도 생기기도 했습니다.  저런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면서 한 번쯤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도록 디자인한 분께 존경을 표합니다. 도심 속에 색다른, 특별한 디자인을 볼 때면 오랜만에 감탄했습니다.



4. 주인공은 너야 너..

조경수들이 밤에는 조명을 받아서 그들만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뽐내는 야심한 밤입니다.



길을 걷다가 만난 가로수는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조명을 통해 더 시선을 끄는 새로운 존재들이 아름다웠습니다.



경관조명들 주변으로 자라는 이름 모를 풀들이 마치 '이제 우리들만의 시간이야!'라는 것처럼, 제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즐거워하고 이제야 자기들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이 시간의 주인공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용이 승천하듯 자라고 잎을 맺는 조경수가 아니라, 조명을 감싼 '이름 모을 풀들' 바로 이인자들이었습니다. 가끔 주인공이 아니어도 행복합니다.

 



#2. 마음의 감사 & 행복..


1. 너에게 주고 싶다..

아내와 제대로 된 소통을 하면서 '진정한 가정의 회복'을 꿈꾸며 지내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맛깔스럽고 매끈한 글이기보다는 그때그때 감정에 이끌려서 깊은 반성과 성찰을 하기도 하고요. 때로는 후회가 주된 글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글들이 재미보다는 무겁거나 다른 작가님들처럼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 훈훈한 사랑을 느끼거나 몰랐던 지식을 얻어가는 매력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글들을 통해 '자기 성찰'을 하는 저로써는 매 발행글마다 길을 걸을 때마다 밟는 수많은 보도블록의 개수만큼 이제야 알아가는 것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아내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내가 가만있어도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아이들이 뭔가를 배우는 동안 커피를 시켜놓고 둘이서만 앉아서 기다릴 때도 있습니다. 반대편에 앉아 있는 아내가 그냥 고맙기도 하고요.


그런 아내에게 퇴근길에 두 손 가득 뭔가를 건네줄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느껴집니다. 그 맘을 저 조형물을 보면서 다시 한번 마음으로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제일 뿌듯한 건 아내가 원하는 것을 아내가 돈 걱정 않고 진짜 행복해하면서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줬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오늘도 꿈꿉니다. 오늘도 아내에게 두 손 가득 뭔가를 건네주거나 '퇴근길에 좀 사다 줘요!'라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왜냐면요. '그럴 수 있어서요.'


아내와 살면서 감사한 것은요. 반드시 '기브 앤 테이크'라는 공식으로 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이고 '행복'입니다. 한동안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아내가 저를 바라보고 저는 늘 '엉뚱한 곳'을 바라보고 힘쓰며 지냈던 시간들이 아내를 힘들게 했는데 아내가 기다리고 기다려줘서 지금은 '함께'바라보고 있습니다.






#3. 마음에 깨알 추가 - 초심


1. 가위의 쓰임새..


1. 가위의 쓰임새..

혼자서 길을 걸으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었습니다. 그냥 땀을 줄줄 흘리면서 걷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가위'를 보게 되었습니다.


뭉툭한 가위. 우리는 고기를 자르거나 음식 하면서 재료들을 자르는 용도로 사용하는 가위였습니다. 이제는 버려져서 한쪽에서 엉뚱한 것들에 둘러싸여 있었고요.


초등학교 때는 만들기 수업 때 문구용 가위를 정말 즐겨 사용했습니다.

중학교 때는 좋아하는 농구선수들의 사진을 신문에서 오려내느라 가위를 늘 사용했고요.

고등학교 때는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늘 패션잡지에서 오려낸 사진들로 새로운 컬렉션을 만들고 저만의 컬렉션 룩북집을 위해 스케치를 하느라 가위를 사용했습니다.

대학교 때는 늘 가방 속에 재단가위, 도형자, 쪽가위, 초크 늘 가지고 다니면서 재단하고 과제제출용 옷을 만드느라 날카롭고 '사각사각 원단이 한 번에 잘리는 잘 드는 잠자리표 재단가위'를 애지중지했습니다.


그렇게 지내면서 다양한 가위를 사용했지만 결혼해서는 늘 날카로운 가위처럼 상대방을 찌르는 말만 내뱉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잘못이나 실수를 미워했고요. 특히 아내의 작은 실수에도 화를 내고요. 아내가 아이들 편을 들면 또 화를 내고요.


길을 걷다가 본 뭉툭한 가위가 저를 돌아보게 해주는 생각을 또 하게 해 줘서 얼른 아이폰4로 찍었습니다. 신혼 때 사용했던 아이폰4를 사용할 때마다 신혼 때 풋풋하고 쭈뼛거렸던 아내와의 시간들이 생각나서 좋습니다. 지금 휴대폰들과는 다른 색감과 질감의 사진들이 오히려 더 정겹고 친근해서 좋고요.



이제는 상대방 특히 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날카로운 가위보다 아내와 사이에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는데 쓰임새가 있는 뭉툭한 가위가 되려고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더 필요한 대화를 하면서 하나하나 풀다 보면 결혼 후 생긴 '아픈 관계'들이 하나둘씩 풀어지는 날도 생기리라는 희망도 가져보게 됩니다.






요즘에는 길에서 만나는 '깨알'들이 아내와의 마음회복, 아이들과의 사랑 가득한 관계회복을 염두에 두고 살다 보니 그런 것들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X눈에는 X만 보인다.'


그런 말이 생각납니다. 저는 아내의 마음이 불안하거나 조바심 나지 않고 아이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불안해하는 상황들이 없어지고 늘 '괜찮아!' '괜찮니?'라는 말을 들으면서 지낼 수 있는 가정 분위기가 되도록 노력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보이는 '깨알'들도 그런 깨달음을 주는 것들이 많이 보이는가 봅니다.


길을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말입니다.

오늘은 비가 살짝 뿌리다가 급기야 퍼붓는 빗줄기까지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비가 오면 싫었습니다. 비 오는 날은 술 한잔하면서 얼큰해져야 하고 그저 기분이 다운되는 날이었습니다. 요즘에는 다릅니다. 비가 오는 것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고요. '타닥 후드득'거리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요. 비가 도로를 조금씩 적시다가 급기야 물웅덩이를 만드는 과정도 지켜볼 수 있어서 감사하고요. 비가 바닥을 치고 올라서 운동화를 적시는 것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고요. 용기 있는 빗방울은 바짓단을 적시면서 다리까지 젖은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음도 감사합니다. 그렇게 '오감이 비가 오는 날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하루의 느낌과 제가 길을 걸으면서 본 '깨알'들을 나누어드릴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입니다.

이런 글들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오늘도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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