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깨알프로젝트 2 #10

깨알 감사 초심

길을 걸으면서 갑자기 느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

벌써 추워졌네! 

아이고!!

갑자기 아픈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 가진 것이 부족해서 추위를 감당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스개영상을 본 기억도 납니다. 비가 오는데 수중전을 하자는 사람들의 말에 나이 90이 가까운 노인이 한 말에 모두 아무 말도 못 했다고 했습니다. " 자네들은 비 맞으면 감기 걸리면 되지만 나는 죽어!! 수중전은 하지 말자고!!" 



작년 이맘때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도 이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계절에 변화에 대해 느끼는 생각이 나쁜 생각이 아니라는 것도 다행입니다. 


 

이제 길을 걸으면서 정수리와 목덜미에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을 느끼기보다는 '으스스'한 느낌을 느끼면서 걷습니다. 그러다가 햇살을 느끼는 구간을 지날 때면 '아! 따스하다. '라고 느끼는 때가 또 온 것입니다. 



여전히 두 발로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발밑부터 하늘까지 보이는 모든 것들이 '깨알'이 되어 재미를 느끼는 일상이 감사하고 함께 나누고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여전히 놀랍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1. 길거리 깨알


1. 그래..

보자마자 "그래!"라고 100% 공감하는 글귀입니다. 그렇지만 과연 그럴까요? 



저는 결혼직전 술담배를 끊기 전에 심각한 과체중이었습니다. 늘 양복바지가 찢어지고 재킷 솔기가 미어지는 것을 겪으면서 20kg를 감량하고 나서야 살 것 같았습니다.  과체중으로 지낼 때는 '좋은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먹으면 뭐든지 ok'라는 마인드로 지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계속 살이 찌고 식욕은 점점 자극되어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괜찮아. 맛있으면 살 안쩌!!"라는 말에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먹은 만큼 걷거나 운동하세요."라고 혼자서 속삭이면서 지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만에 과체중이던 저의 모습을 떠올려보기도 했습니다. 




2. 조심..

길을 걷다가 본 경고에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이런! 친절한 경고가!!!!'

'이런! 친절한 경고가!!!!'


보통 '금지' '경고' '엄금' '하지 마세요'만 즐비한 길을 걸어 다니곤 합니다. 나중에 그런 무서운 경고만 한번 모아볼까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이런 친절한 문구로 '경고'를 한다면 세상은 한결 부드럽고 안전할 거라고 상상하면서 지나갔습니다. 



3. 코 찔찔..

보자마자 웃었습니다. 질질 흐르는 코를 안 나올 때까지 뽑아주고 싶었습니다. 



흐르는 코를 닦아주고 싶은 건지, 무한대로 나올 코가 멈출 때까지 뽑아주고 싶은 건지는 모릅니다. 

 


학교 다닐 때 수업시간에 '훌쩍'거리는 친구를 다른 친구들과 약 올렸던 우리들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면서 '부비동염'에 시달리는 큰아들을 병원에 정기적으로 데리고 다니는 저의 모습도 생각나고요. 



그러다 보니 위트 넘치는 '코 찔찔이 티슈케이스'가 마냥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2. 마음의 감사 & 행복

글을 쓰면서 제 자신에 대해 공개한 것들이 있습니다. 

해결하지 못한 고부갈등, 아내와 소통 불통, 삼 남매에게 온화하지 못한 아빠가 제 현주소입니다. 


아내 말을 듣지도 이해하지도 않고 살아서 '늘 벽과 같이 사는 것'같다고 숨 막힌다는 말을 듣고 살았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비포장도로'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결코 신작로가 되지 못할 '평생 시골오솔길'이었을 겁니다. 



그런 시간을 보내던 제가 막연한 용기를 내서 브런치에 '회복에 대한 저의 처절한 몸부림'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시선을 느끼면서 멈추지도 않게 되고 늘 노력하게 되고 있습니다. 제가 그런 노력을 브런치와 함께 1년 반동안 이어가다 보니 아내는 이제 조금씩 불안불안감 대신 안정감을 아주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고 합니다. 



새로 도로포장한 길을 보면서 아내의 말이 한번 더 생각났습니다. 제가 계속 가정회복을 위해 노력을 이어가도록 지켜봐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합니다. 1년 반의 시간은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주시는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간에 '감사'까지 느끼고 있으니 제가 더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3. 마음에 깨알 추가 - 초심 


1. 라바콘과 경고등..

길을 걸으면서 천변의 안전을 지키는 고깔(라바콘)과 경고등을 보았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하천 수위가 높아지거나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럽거나 할 경우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경고등이 울리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설물들을 보면서 저는 잠시 길을 멈췄습니다. 바로 우리 부부의 결혼식을 떠올렸습니다. 여태까지 살면서 가장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그 옆에 아내가 제 팔을 붙잡고 옆에 제일 아름다운 표정으로 서 있었고요. 우리는 '사랑'이라는 공통점을 마음에 품고 사람들 앞에 서서 '평생 약속'을 다짐하면서 길을 걸어 나왔습니다. 바로 앞의 길을 힘차게 걷듯이 평생 함께 잘 살아나가라는 의미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면서요. 


그런 모습을 잊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 둘이 그런 다소곳하지만 용기백배로 당당하게 둘만 서 있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천진입로의 경광등과 라바콘을 보면서 다시 떠올렸습니다. 저의 초심을 살려주는 아이폰4로 찍으면서 살짝 눈물도 찔끔했습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초심을 꺼내면서 다시 다짐했습니다. 제 아내가 힘들어서 기대더라도 경광등 기둥처럼 흔들리거나 비틀거리지 않고 아내를 버텨주겠다고요. 그런 남편이 되겠다고 다짐해 봤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이폰4가 여전히 제게는 천만 원 값어치를 하는 소중한 기계 같습니다. 



오늘도 제가 길을 걸음면서 느낀 것들을 하나하나 나누어봅니다. 


마치 제가 '점장'같아서 즐겁습니다. 

오늘도 길에서 만난 아무것도 아닌 '깨알'들의 의미를 찾아내서 설명드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제 가게에 들어오셔서 '추억'을 사거나 '깨알 재미'를 사 가시도록 설명하는 의욕 충만한 점장 같아서 즐겁습니다. 



돈 받지 않은 '토요일의 프리마켓'입니다. 

저는 돈을 받지 않습니다. 다만 길에서 발에 차이는 것들, 버려진 것들, 버려질 것들을 주어서 깨끗하게 닦아서 잠시 되살려놓고 있습니다. 토요일마다 저만의 방에서 하고 있는 '프리마켓'이라서 즐겁습니다. 진짜로 토요일마다 '깨알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들어서 즐겁습니다. 



'토요일은 밤이 좋아!'가 와닿는 하루입니다. 

토요일에 '깨알 프로젝트'를 하고 나면 잠시 낭만을 찾아 커피 한잔을 합니다. 아내와 커피 한잔을 놓고 대화를 할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각자 배우는 것(공부 말고 바이올린, 발레 등등) 이후 돌아올 시간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삼 남매는 비싼 학원을 다니지 않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르쳐주는 동네 기관을 이용 중입니다. 그런 시간이 지나서 밤이 되면 저는 '축제'를 시작합니다. 잠시 잊고 있던 '깨알 프로젝트'발행에 대한 댓글들을 읽으면서 감사댓글을 달기도 하고요. 댓글로 소통해 주신 분들이 읽고 지나가신 흔적에 '감사, 감동'하면서 토요일밤을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토요일은 밤이 좋고 행복합니다. 이런 것들도 읽어주신 분들이 제게 나눠주시는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다른 분들께 '받은 복'을 나누기 위해서 부지런히 좋은 글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신 것에 대해서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2 #10 -- 끝 -- 




매거진의 이전글 깨알프로젝트 2 #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