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나는 깨알 덕분에 가족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동안 느끼는 창피함과 미안함이 조금은 상쇄되는 느낌도 있습니다.
매회 발행할 때마다 그간 몰라서 했던 행동, 모르고 준 상처, 감당해 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 안 함 등으로 늘 발행 후에는 한동안 마음이 묵직하기는 합니다. 그런 마음을 깨알들을 만난 것을 적다 보면 조금은 회복이 될 때도 있습니다. 무거운 마음을 조금 회복시켜서 또 다른 회복을 위해서 노력하도록 해주는 것도 같고요.
그러다 보니 길 위의 깨알들은 늘 소중합니다. 이제는 아이들과 걷다가 우연히 보이는 '깨알'들을 놓치지 않고 휴대폰으로 찍다 보니 '아빠!! 아이고!!"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깨알'들을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만난 '깨알'들을 오늘도 나눠보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풍선들..
복도의 풍선들을 보면서 혼자 웃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복도라서 기분 좋게 '깔깔깔'하고 웃었습니다. 혹여 cctv가 있다면 정말 우스운 장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보면서 저는 '헨델과 그레텔'이 생각났습니다. 길을 잃을까 봐 빵조각을 조금씩 흘려가면서 갔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웃었고요. 또, 신나게 놀던 풍선을 저렇게 흘리고 간 아이는 얼마나 속상할까라면서 웃던 웃음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저희 집 삼 남매가 아장거리면서 동네 주변을 놀 때, 자기 손에 쥐어진 풍선이 헬륨이 채워져서 손이 헐거워진 틈에 하늘로 날아가면 '앙앙'거리면서 울었고요. 손에 있는 풍선이 너무 귀여워서 계속 만지작거리다가 '팡~'하고 터지면서 쪼그라들면 또 '앙앙'하고 울던 생각도 나는 시간이었습니다.
2. 푸우 풍선껌..
어느 주상복합건물 복도에서 만나고 웃었던 조형물입니다.
아이가 비눗방울이 아름답게 나오도록 '푸우~~'하고 부는 것도 같고요.
풍선껌을 있는 힘껏 부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옷 색깔과 같은 비눗방울들이 크게 크게 불어져서 하늘높이 기분 좋게 날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히히'하고 웃으면 지나쳤습니다. 비눗방울 놀이는 어린이나 어른이나 언제나 기분 좋게 만날 수 있는 아이템 같습니다. 혼자서 동심의 세계로 한참 동안 빠져들게 해 준 조형물이었습니다.
3. 문콕방지..
주차를 하다가 옆차의 '문콕방지가드'를 보고서 '빵'터졌습니다.
절대로 문콕 피해를 입거나, 입힐 수 없는 가드였습니다.
단, 얼마나 수많은 상황을 감당했는지 시커멓길래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민망하기도 하고요. 이런 정도의 리얼리티는 살려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생기기도 했고요.
#2. 마음의 감사 & 행복
왼쪽: 고비 고비 인생 오른쪽: 인생을 정의한 가게 한마디
저의 인생은 늘 고비를 넘고 넘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분들의 보이는 삶의 모습을 보면서 무한 부러움만 남아 있습니다.
좋은 차를 탈 수 있다. 없다, 아이들에게 고급 브랜드를 입힐 수 있다. 없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원할 때 고민 없이 해 줄 수 있다. 없다,
그런 것들을 기준으로 주변 지인들, 눈에 보이는 분들을 볼 때마다 마음으로는 폭포수같이 부러운 생각이 떠나질 않아서 늘 인생의 고비마다 원망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길을 가다가 '인생은 고기서 고기다'라는 어느 가게 문구를 보면서 손뼉을 딱 치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거기서 거기다.' '거기서 거기야!'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너무 부러워했고, 다들 비슷한 고민과 시간을 지나가면서 살고 있는데 나만 너무 절망하고 남을 부러워했다는 '순간 깨달음'이 생각난 것입니다.
그런 생각과 함께 다시 떠오른 말이 있었습니다.
딸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거창하게 사주고 용돈도 풍부하게 주는 아빠와 사는 아이가 저의 딸에게 한 말입니다. "넌 좋겠다. 맨날 아빠랑 놀 수 있어서... 부럽다." 거의 모든 것을 가지고, 가질 수 있는 딸의 친구는 오히려 저의 딸을 부러워하는 것입니다. 저는 어디든지 데려다줄 수 없고, 무엇이든지 사줄 수 없기에 그저 함께 동네를 걷고, 시골길을 자전거로 타고 놀며, 길에서 쓰레기를 주어 칼싸움을 해주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부러워한다는 말이 생각나면서 '거기서 거기다.' 지금 내 삶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러니 너무 절망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런 위로 중에 가장 큰 위로가 되는 것은 초라한 무능력자 아빠, 소통 부족의 남편임에도 기다려주고 함께 해주는 아내, 늘 부족하여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는 아빠임에도 '가족'이라고 함께 살며 웃고 우는 삼 남매의 존재 자체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행복한 마음이 들면서 감사와 감사가 이어졌습니다. 그런 시간 덕분에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3. 마음에 깨알 추가 - 초심
1. 굴삭기..
신혼 때 사용하던 아이폰4로 사진을 찍으면서 초심을 다시 꺼내고 있습니다.
퇴근하며 주차된 굴삭기의 다양한 기능 장비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신혼 초에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만능맨이라고 자칭했고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우선순위를 두는 편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큰아들이 중학교를 입학하고 딸 둘이 초등 고학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은근히 꼭 하고 싶어서 전전긍긍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여전히 할 수 있다고 과대평가도 했고요.
그런 저의 모습을 보면서 아내가 한마디 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이 하고 싶은 것, 그런 것에 대한 무한 열정은 좀 내려놓아요. 애들이 할 수 있도록 하게 해 줘요. 당신은 이제 나이에 맞게 현실을 좀 바라보면 좋겠어요."
그렇습니다. 아직도 마음속에 열정 가득하고요. 뭐든지 굴삭기 기능 장비처럼 바꿔달기만 하면 다양한 것들을 해낼 것으로 착각하고 여전히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하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거리긴 합니다. 굴삭기 버킷과 기능 장비들을 보면서 신혼 초에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전전긍긍했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제 자신을 과대평가했던 것을 반성해 봤습니다. 사진 화질이 좋지 않은 것도 신혼시절 그때 그 느낌이 생각나서 좋았습니다. 이제는 제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뭐든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에서 '내가 해야 할 것과 할 수 있는 것'과 '아이들이 하면 좋을 것'을 분리해서 현실직시하려고 합니다. 길 위의 '깨알'들은 늘 '깨달음'도 줘서 참 고맙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 주를 보내면서 재밌는 것도 보고 깨닫기도 해서 여전히 풍성하고 행복한 한 주였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보고 느끼는 것들이 참 재밌습니다. 여전히 똑같은 말이나 행동 실수를 할 때마다 좌절감이 들기도 하고요.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부족한 모습으로 살 텐가'라는 자괴감에 허탈해하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 덕분에 힘이 빠진 채로 일상생활을 하고 있을 때 만나는 '깨알'들은 언제나 재미를 줄 때가 많아서 참 행복합니다. 매운 것을 먹고 얼얼할 때 카운터에 놓인 박하사탕이나 민트사항 1알이 입안을 달래주는 것 같은 기능을 '길 위의 깨알'이 해주고 있습니다.
이번 한 주는 아이들에게 화내거나 윽박지르지 않는 아빠로 살기로 작정했던 날들이었습니다. 몸의 혈기를 빼고 아이들이 아파할 때 같이 아파하고, 아이들이 원할 때 원하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채 들어주는 그런 아빠가 되기로 했었습니다. 한 주 동안 버럭 화를 내면서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서 내심 흐뭇했던 한 주입니다. 아이들이 뜬금없는 장난을 쳐서 신경을 건드리기도 했는데 '어? 아빠가 이 정도로 화를 안 내시네.'라면서 느낄 정도로 아이들을 사랑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이 악물고 노력했더니 '정말 인자하고 유순한 아빠들' 모습에 발가락만큼 닮아가는 시간이어서 뿌듯했습니다. 다음 주도 그런 마음으로 지내면서 '깨알들'로 위로받아볼 생각입니다.
이런 '깨알'들을 읽어주심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전히 사랑합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2 #9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