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감사 초심
일할 때, 하나의 일을 한 자리에 앉아서 늘 처리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다양한 부서 또는 회사내외의 많은 사람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일하는 것을 즐기다 보니 수많은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원치 않는 스트레스에는 분노했고요. 그러면서 '제발 편하게 살고 싶다. 지겹다. 출퇴근. 일하는 거 정말 싫다.'라면서 길에 있는 캔, 돌, 쓰레기 온갖 것들을 발로 차면서 불평과 짜증을 내고 하늘에 삿대질하면서 지내는 날이 많았습니다.
반대로 일이 없을 때, 할 일이 없으니 길을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진짜 실직 또는 무직상태이지요. 그럴 때는 '출퇴근하며 사람들 속에서 먹고 일하고 대화하던 것을 왜 매일 불평했을까?'라면서 '출퇴근이 있는 일상'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심지어 '나도 퇴근하고 싶다.'라면서 지친 몸을 끌고 무표정한 얼굴로 지하철에서 서둘러 내려서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그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때도 있었습니다. 술집 밖에서 얼큰한 얼굴로 쪼그려 앉은 사람들도 부러웠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일상'이라는 것, 나이에 맞게 살면서 세상 속에서 어우러져 지내는 것이 '제일' '엄청' 행복한 것임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상' '출퇴근'이 있는 삶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저 숨 쉬고 지내는 '일상'이 감사함을 다시 떠올리면서 길 위에서 본 것들이 더 재밌고 예뻐 보였고요. 그런 것들을 오늘도 나눠 보겠습니다.
1. 부러운 포크
길 가에 대왕 포크를 보고 혼자서 웃었습니다.
어릴 때 틈만 나면 읽던 '걸리버 여행기'가 다시 떠오르면서 저 건물 안에 '걸리버'가 밥 먹고 쉬고 있나? 아니면 식사하고 걸어둔 것인가?라는 상상으로 혼자 웃었습니다.
또, 아이들에게 길 가에 대왕 포크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재밌겠네요!, 와아~~ 거기 그런 게 있어요?, 아빠는 그런 걸 참 잘 보네"라면서 신기해하고 보러 가고 싶어 합니다. 아이들에게 그런 것을 알려주는 것도 참 재밌는 일상입니다. 그런데, 이제 슬슬 아이들이 커가면서 "그새 그런 걸 봤어요? 아빠. 아고고.."라면서 시큰둥합니다. 작은 대화 속에서도 아이들의 성장속도를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2. 배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다 보면 '배려'에 대한 페인팅을 자주 보게 됩니다.
주로 '장애인 주차구역'을 접하게 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것을 통해 우리가 서로에게 '배려'를 잊지 않고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좋았습니다.
보다가 웃은 이유는 배치된 것을 처음 봐서 웃었습니다. 처음 봤다는 것은 제가 사회제도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핑크 주차구역에는 임산부와 노인전용이었습니다.
정말 젊을 때는 몰랐습니다. 배려해야 할 사람들이 세상에 많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아이 셋을 출산한 아내 옆에 있다 보니 임산부에게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65세 이상 노인들을 위한 사업에 전담보조로 일하다 보니 그분들의 일상, 생각들을 알게 되니까 배려가 절실함을 깨달았습니다. 삼 남매 손을 잡고 다니다 보니 대중교통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배려해줘야 함도 알았습니다.
3. 통행 주의..
골목길에서 통행에 대한 주의를 요하는 교통 구조물들을 봤습니다.
제가 웃은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우리 집 같아서입니다. 노랑 라바콘 2개는 아내와 저, 빨강 라바콘 3개는 삼 남매 같았습니다. 아이가 세명이다 보니 길을 걷다가 세명, 세 개에 대해서는 왠지 특별한 느낌으로 와닿을 때가 많습니다.
4. 굴뚝..
길을 걷다가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하늘을 보다가 보인 것에 흐뭇했습니다.
하늘 높이 하늘을 찌를듯한 위용을 자랑하는 벽돌 굴뚝이 여전히 건재했습니다.
어릴 때 주말만 되면 목욕탕에 가서 때를 불리고 얼굴이 빨개지고 손가락이 쪼글쪼글해질 때까지 목욕을 하고 와야 했습니다. 항상 우리만 가야 했고요. 그때마다 "엄마는 왜 안 가요?"라고 말했더니 "너희만 다녀와라!"하고 말하실 때가 많았습니다. 가끔 함께 가곤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돈을 아끼느라 아들 둘은 매주 보내고 엄마는 가끔 가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때가 생각나서 더 반갑기도 한 목욕탕 굴뚝이었습니다. 재밌는 것은 지금 아내와 저도 아이들에게 그러고 있었습니다. 돈은 한정적이다 보니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해주고 부부는 후순위로 합니다.
결혼을 해서 아이들과 어울려 지낸 시간이 15년밖에 되지 않지만 벌써 '아기 신발'은 이제 살 일이 없을 만큼 아이들이 부쩍부쩍 커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길에 떨어진 아기 신발을 볼 때마다 유모차에 또는 등에 엎어서 가던 아이의 신발 한쪽이 떨어졌을 때 그걸 찾기 위해 동네를 헤매고 다녔던 때, 아이가 신발을 신고 처음으로 걷던 감격스러웠던 날, 주변 사람들에게 물려받은 비싼 브랜드 신발을 아이에게 신겨주고 그냥 행복했던 날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런 시간들은 아내와 제가 힘을 합쳐서 또는 아내가 묵묵히 참아주고 감당해 주며 제 손을 잡아줘서 지금까지 지내올 수 있었다는 생각에서 눈에 보이는 깨알들이 굉장히 소중했습니다.
1. 스프링..
제 생각으로는 자전거 거치대 스프링이라고 생각하고 스프링 빠진 거치대가 수시로 덜렁거릴 어느 자전거를 떠올려보았습니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아이폰4로 찍었는데도 전혀 허술해 보이지 않는 사진이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문득 저는 '사랑'을 떠올렸습니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사랑'이 빠진 날은 아내와 크게 싸우고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고 '왜 우리가 만났을까?' '왜 우리는 연애결혼이 아니라 처음 본 순대 파는 아줌마가 소개해준 것을 이어서 결혼까지 했을까?'라면서 불평만 했습니다. 조금만 생각이 달라고 짜증 내고 불평만 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사랑'을 잠시 빼놓고 대화하고 오해했던 것이었습니다. 자전거의 '스프링'은 꼭 있어야 할 것은 아니지만 있어야 하는 부품입니다. 저의 결혼생활도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랑'보다도 돈, 명예, 아기, 집, 자동차 등등 현실적으로 더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남편'이 함께 한다면 돈도 모으고 함께 힘을 합치면 더 많은 일도 만들어왔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자전거 '스프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이폰4로 '스프링'을 찍으면서 저의 결혼생활에서 아내가 밉거나 서운할 때면 잊고 지내는 '사랑'을 다시 찾았습니다. 잊지 말고 살려고 다짐해 봤습니다.
벌써 아침저녁으로 날이 서늘해지고 있습니다. 반팔 밑으로 나온 살들이 '서늘함'을 느끼는 때가 오고 말았습니다.
조금은 서운했습니다. 매우 더워서 땀이 줄줄 나는 날에 힘들기는 하지만 아직은 피 끓는 젊음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고 뭔가 땀을 흘리면서 힘차게 달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서 항상 역동성 있고 싶어서 좋았습니다.
서늘함을 느끼는 순간, 금세 서늘함이 사라지고 차가움이 몰아치면서 옷깃을 여밀 것입니다. 이제는 옷깃을 여미는 것이 부족해서 후드가 달린 옷을 입어서 너무 추위가 심하면 후드를 잠시 뒤집어쓰고 걸어야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기후변화가 무섭기는 합니다.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제가 옷을 껴입어서 감당하는 것보다 매서운 추위를 쉽게 견뎌내지 못하는 분들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길바닥에 널린 '깨알'들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이 들어서 늘 '감사'하며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연탄 함부로 차지 말라는 어느 작가분의 귀한 글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아직 서늘함을 반팔로 이길 수 있는 나이일 때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역할로 최선을 다하며 살려고 합니다.
오늘도 많은 상황 속에서 '작은 재미'와 '감사'가 있어서 그 어떤 상황도 견디시는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심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바쁜 와중에 제 발행글에 '사랑하트'하나 추가해 주신 손길에도 늘 감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제가 그런 사랑받고 지내는 것이 아직도 놀랍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2 #8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