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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 2 #7

깨알 감사 초심

아무 생각 없이 걸어도 '깨알'을 만나고 깜짝 놀랍니다. 고민거리가 생겨서 한참을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와서 자책하면서 걸어도 '깨알'을 만나면 잠시 웃으며 한시름 덜기도 합니다.


그렇게 오늘도 오며 가며 본 '깨알'들을 나누는 시간이 되어보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곰돌이..

양재동카페에서 만난 곰돌이 깨알입니다. 보는 순간 마음으로 환호를 질렀고, 곰돌이 얼음에 감정이입까지 했던 날이었습니다.



옛날에 본 일본영화 'P짱은 내 친구'가 살짝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돼지를 키워서 졸업식날 잡아먹자고 시작한 학급 프로젝트인데 정작 그즈음이 되었을 때 먹어야 할지? 졸업 후에 어떻게 키워야 할지? 딜레마로 고민하던 아이들과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커피 속에 곰돌이 얼음이 너무 귀엽고 곰돌이가 살아있는 듯한 느낌 덕분인지 한동안 커피를 먹지 않고 대화했습니다. 진짜 새끼 곰돌이가 물 위에 누워있는 것 같았습니다. 대화하는동안 곰돌이가 천천히 커피 속으로 녹아들고 있었습니다.


이제 휙휙 저어서 녹여 먹을까? 그냥 녹는 대로 둘까? 괜스레 감정이입해서 고민했던 날이었고요.


바보 같은 질문도 한 날입니다. 커다란 곰돌이 얼음이 녹아서 커피가 싱거워질까 염려했더니.. 사장님 말씀이 '직접 내린 커피를 얼린 것이라서 커피 맛에는 지장이 없습니다.'라는 우문현답을 받았습니다. 별거 아닌 얼음 덕분에 고민도 해보고 재미도 느껴본 날입니다.  



2. 노랑 의자들..

골목을 다니다가 본 의자들입니다.


여러 생각이 들어서 꼭 한번 깨알로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학생때 술을 처음 배웠을 때 여차하면 형들과 앉아서 먹던 생각, 사회 초년생일때 선배와 몰래 마시던 낮술 맥주 한 캔, 윗사람들과 술을 억지로 먹고 혼자 집에 가다가 고단한 일상을 달래준다면서 혼자 가게 앞 의자에 앉아서 맥주 한 캔 더 먹고 집에 가던 생각들이 나게 해준 테이블과 의자였습니다.



한편으로는 동남아가 생각났습니다. 현지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되고 거친 시멘트 벽, 바닥과 심한 이질감을 느낄 만큼 알록달록한 테이블과 의자들이 떠올랐습니다.



다시 여행을 가서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서 현지 느낌에 젖어들고 싶어졌습니다. 회색도시에 알록달록한 물건들을 발견할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3. 자국들..

퇴근하면서 대용량 도시락라면을 사서 매우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먹방 유투버가 자랑하듯 먹고 영상을 올린 '대용량 도시락라면'이 떡하니 회사 근처에서 팔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과 먹을 생각에 신이 나서 1시간 넘게 지하철에서 들고 서 있었던 날입니다.



아이들은 휴대폰으로 연신 찍어대고 웃고 먹고 난리를 치고 나니 금세 내용물은 사라졌습니다. 분리수거를 위해서 물로 헹구고 씻어서 말려두었었습니다. 그러다가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겉은 새하얗고 번드르르하지만 속은 할퀴고 할퀴어져서 상처가 여기저기 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느낌이 상처난 마음 같았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지만 각자 마음에 수많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고요. 제가 가진 상처도 있지만 결혼 후 정말 예상 못한 일들로 상처를 얻은 아내의 마음이 생각났습니다. 의연하게 지내주는 것이 감사했고요. 상처는 치유되고 관계는 회복되어서 더 좋은 일들이 생기는 가정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도 해봅니다.  



#2. 마음의 감사& 행복


1. 동네 꼬마 녀석들..


아주 무더운 날 건강을 챙겨보겠다고 일부러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걷는 날이었습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 머릿속에서 분출되는 것 같은 땀방울, 모자를 썼지만 얼굴과 목이 프라이팬에 붙여놓은 고기처럼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었고요. 그러면서도 땀을 줄줄 흐르는 것을 즐기면서 걷고 있었습니다.



'아! 이것이 감사'라면서 혼자서 웃은 날입니다.

아이들이 발목까지 오는 도심 하천물에 들어가서 서로 물을 뿌리고 깔깔거리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웃고 지나쳤는데 그들이 펼쳐놓은 물건들을 보면서 '그들의 자유로움, 풋풋함'에 또 한 번 혼자 웃었습니다. 그들이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잠시 '자유'를 만끽하고 즐기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웃으면서 길을 지나가다가 꽃 위의 나비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때의 감정을 살리지는 못하지만 아름다운 꽃에 살짝 앉은 나비입니다. 꽃도 아름다웠지만 나비 날개의 아름다움은 제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서 있게 만들었습니다. '아! 진짜 아름답다. 예쁘다. 무늬가 어쩜 저렇게 선명하냐! 오우!!' 혼자 감탄을 연발하면서 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즐기다가 느낀 것은 '감사'입니다. 자연을 보면서 자연이 가진 모든 색깔과 아름다움을 눈으로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감사'였습니다. 브라운관 티브이를 보던 사람이 QLED 티브이를 봤을 때 경탄하는 느낌과 비교할만합니다. 나비 날개의 섬세한 무늬를 모두 볼 수 있고 나비가 날개를 펄럭일 때마다 그 속도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였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의 자유'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 '감사'했던 시간이 진짜 '행복'했습니다. 반팔 티셔츠가 다 젖고, 목덜미가 따가울 정도로 뜨거운 햇볕이었지만 마음은 그 어떤 날보다도 행복하고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3. 마음에 깨알추가 - 초심


1. 색바랜 의자..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리는 심정으로 아이폰4로 사진을 찍으면서 신혼 때 초심을 꺼내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고 색이 바랜 의자를 보면서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습니다.


저 의자는 지금까지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 그 시간을 드러내주는 것이 저 색바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결혼하고 한결같이 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이폰4로 찍은 사진을 들여다봤습니다. 너무 화창한 날이라서인지 찍은 사진이 지금 휴대폰처럼 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실내로 들어와서 사진을 봤더니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의 사진이 참 좋았습니다. 풀들과 함께 있는 색 바랜 의자를 통해 내가 한결같이 할 일은 '아내 사랑'이라고 느꼈습니다.


서로 믿고 의지하기로 하고 평생을 바라보기로 모두 앞에서 약속하고 시작한 결혼생활에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지금도 만들어내고 있는 저로써는 '아내 사랑'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신혼 때 '초심'을 다시 꺼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인생을 배운다는 수많은 작가님들의 말이 이해가 됩니다.

저는 무심히 길을 걷다가 만나는 '깨알'통해서 재미 외에 여전히 많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번에는 감사도 많았고요. 잊고 있던 '아내 사랑'도 다시 한번 떠올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감사할 일이 많이 생기고 평탄한 시간은 아닙니다. 매일이 고민스럽고 무능력하게 느껴져서 고통스러운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시간에 더 좌절하지 않도록 힘이 되는 것은 '남편에 대한 아내 사랑'과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음'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 것을 느끼다 보니 이번주는 '깨알'들을 통해서 '감사'를 더 진하게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느낀 '깨알'들을 당당하게 나눌 수 있도록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심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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