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면서 골목을 걷는 것은 늘 설렙니다. 구불거리는 길을 걷다가 만나는 것들이 은근 재밌습니다.
처음에는 길을 걷기만 하면 보이는 '깨알'이었는데 가끔은 마음의 여유가 없고 그럴때면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시간약속을 지키느라 분주하고 뭔가 결과를 만들기위해서 신경쓰다보니 무심히 지나칠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늘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지만 눈에 보인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합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이리 오너라..
어딘지 모를 동네를 걷고 있었습니다. 사실 별거 아닌데 보면서 혼자 웃었습니다.
그리고, 상상했습니다.
"이리 오너라. 딱딱딱!!!"
"번호 누르고 들어 오세요~~"
세월의 흔적을 품은 대문인데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어서 현대식으로 방범보조키를 추가하셨겠지요.
묘한 신구의 조화가 저의 시선으로는 재밌었습니다.
2. 그림의 떡..
아내를 위한 커피 한 잔을 사기 위해 들어간 카페 한쪽에 마련된 다양한 찻잔에 눈이 갔습니다.
"찍어도 될까요? "라며 허락을 받고 찍었습니다. 잠시 허리를 숙여 감상했습니다. 커피를 담아 마실 수는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대접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카페사장님의 어머님이 작업하고 있으셨습니다. 코바늘로 한 코 한 코 엮어서 만든 손바닥보다 작은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예뻐서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커피 나왔습니다."라는 말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손기술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그분이 매우 부러웠습니다. 손에서 무지개가 나오는 것같이 보여서 참 좋아 보였습니다.
3. 생명을 살려라..
길을 걸으면서 모퉁이를 돌다가 라바콘 앞에 작은 화분에 눈이 멈췄습니다.
아직 민들레 홀씨들이 제 할 일을 위해 날아가지 못한 채 부러진 것을 누군가가 종이컵에 담아서 살아나길 바랐는가 봅니다. 얇고 연약한 일회용 종이컵이 다시 살아나길 바라면서 민들레 줄기를 안아주고 있는 것같이 보였습니다.
자칫하면 모르고 지나갈 뻔했습니다. 우연히 보였는데 종이컵과 민들레가 매우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그와 함께 생명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하는 응급실, 소방서, 구조대, 마음을 돕는 상담, 코칭팀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함을 느끼는 '찰나'였습니다.
#2. 마음의 감사& 행복..
1. 쌕쌕 7개..
올해 저는 아이들에게 '무능력한 아빠'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시간이 미안해서 저의 생일날이 오기 전에 미리 부탁했습니다. '제발 생일선물하지 말아 달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부모생일에 감사와 사랑을 나누는 것을 즐거워하는데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아내 말에 '그럼 천 원 내에서 마음만 표시해라!'라고 제안했습니다.
삼 남매가 생일날 저녁에 우루룩 나가더니 한참 지나서 시끌벅적하게 들어왔습니다. 각각 손에 검은 봉지 하나씩 들고 들어왔고요. 다들 바로 자기 방에 들어갔습니다. 잠시 후에 테이블에 늘어놓으면서 생일 축하를 해줬습니다. 정말 큰돈을 들이지 않았지만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젤리와 처음 보는 간식들(처음 보는 과자, 간식을 사주는 제 습관을 반영)이 있었고요. 그중에 매우 익숙한 것이 있었습니다.
"쌕쌕 캔 일곱 개"
어쩌다가 보이면 그렇게 반가워하면서 한 캔 사 먹고 매우 흐뭇해하는 제 모습을 기억하는 아들이 일곱 개나 사 온 것입니다. "아빠만 먹어요!!"라면서 사 왔습니다. 아마도 하루에 한 개씩 일주일 동안 행복하라는 의미이겠지요.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 앞에서 해온 행동들을 아이들은 늘 기억해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 감동해서 다 같이 "파티다!!" 하면서 "짠!!" 합시다라고 하나씩 나눠줬습니다. 아들은 "아빠만 먹으라니까요!!"라고 속상해하는데 "다 같이 먹고 축하하면 기쁨이 더 커진다. 아빠 이미 큰 감동 했다. 고맙다"라고 아들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함께 "짠~~"했습니다.
올해에는 정말 '무능력'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해주지도 못했습니다. '제 때'에 해주지도 못했습니다. 너무 미안해서 저의 생일날 아이들의 금쪽같은 용돈이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제 생일을 챙기기 위해 늦은 저녁 한참을 돌아다니고 고민하다가 검은 봉지에 사들고 와서는 열심히 포장도 하고 편지도 써줬습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감동만 했습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고맙다. 고맙다. 아빠가 진짜 감동했다.'라고만 했습니다.
이것이 '감사'입니다. '감사'가 모이니 '행복'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삼 남매를 키우느라 힘든 게 아니라, 삼 남매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저를 성숙시켜가고 있음을 깨닫는 시간 었습니다. 매우 감사했습니다.
#3. 마음에 깨알추가 - 초심
1. 표지판..
길을 걸으며 아이폰4로 사진 찍으면서 초심을 꺼내고 있습니다. 표지판은 운전하면서 주로 보지만 걸을 때도 다양한 표지판을 보긴 합니다. 보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결혼 전 부산 광안리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만들고 오토바이로 광안리부터 해운대까지 배달도 겸할 때가 있었습니다. 햄버거를 기계처럼 정신없이 만들다가 바닷가를 따라 달리면서 배달을 다녀올 때면 무한한 해방감르 느끼기도 했습니다.
결혼 전의 일이라며 아내에게 무용담으로 말하고 "광안리는 내 손바닥이요!"라며 자랑했더니 아내가 "오토바이는 안 돼요. 앞으로도 평생" "걱정하는 것도 싫고 다치는 것도 싫어요. 오토바이에 치어봐서 절대로 가족이 타는 거 원치 않아요."라면서 신신당부를 했었습니다.
"알겠어요. 걱정할 일 안 만들게요."라면서 신혼때 했던 약속을 아직도 지키고 있음에 뿌듯했습니다. 그 생각을 하면서 함께 살면서 아내가 행복하다고 말했던 것들이 많다는 것도 떠올렸습니다. 하나 더 하나 더 행복을 위해 더 노력하는 남편이 되고자 다짐해 봤습니다.
이렇게 만난 깨알들을 적으면서 깨알을 만나는 시간 동안 어떻게 지내는지 말씀드려보고 싶습니다. 우연히 들어오신 분들은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뭐지?' 하실 수도 있어서요.
대부분은 길 위에서 만난 '깨알'을 적고 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어떤 길이든 걷는 중입니다. 길을 걷기 시작하면 마음이 열리고 눈이 커지면서 그저 걷게 됩니다. 땀이 주룩 흘러도 괜찮고 화장실이 급하면 꼭 근처에 화장실이 있습니다. 목이 마르면 근처에 꼭 편의점이 있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발을 디딜 수 있는 모든 길을 걷는 중입니다. 요즘은 추가된 것이 있습니다. 한 손에는 휴대폰, 반대편 손에는 아이폰4를 들고 다닙니다. 지금 만나는 깨알과 초심을 부르는 깨알을 잘 챙겨 오기 위해서입니다. 다행인 건 억지로 찾아다니지는 않습니다. 건강을 위해 걷다가 만나서 다행입니다.
매일 '깨알'을 만나면서 달라진 것이 있는가?
'깨알'을 만나면 처음에 재미만 느꼈다가 점점 희. 노. 애. 락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깨닫는 것들을 통해 저를 돌아보는 시간도 생깁니다. 그러다가 반성도 하고 깨닫기도 합니다. 반성한 것들은 아이들과 지내면서 고칩니다. 아이들의 작은 행동, 말, 눈빛, 표정을 보면서 깨달은 것들이 실습하듯이 적용됩니다. 그러면서 고쳐집니다. 깨알을 만나다 보니 아이들을 섬세한 눈빛으로 봐주게 됩니다. 예전에는 저의 감정에만 충실했다면 이제는 아내, 아이들, 주변에 대해서 시선을 돌리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에 집중하게 되어 갑니다.
아빠의 관심사를 기억하고 신경 써주려는 아이들과 반대로 어른인 아빠는 늘 '바쁘다. 아프다. 피곤하다. '라면서 어른답지 못한 말과 행동으로 아이들을 늘 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모습에 아내도 늘 속상해했고요. 그런 것들도 '깨알'을 보다 보니 이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결혼 후 10년이 지나니까 이제 성숙해지는가 봅니다.
'깨알'을 보다 보니 세상도 달리 보게 됩니다.
모든 것은 존재의 이유가 있고, 모든 관계는 '우연'이 아니라는 것도 인정하게 됩니다.
1년 넘게 길 위에서 만나는 '깨알'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길 위에서 발에 차이고 곧 버려질 쓰레기들도 다시 '살려서 한번 더 달리게 해 주기'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 때문인지 '업사이클링'이 제일 흥미롭습니다.
길 위의 '깨알'이 모두 사라지지 않은한 걷다가 우연히 만나는 '깨알'을 잘 챙겨서 적어보겠습니다. 오늘도 이런 메모 같은 '깨알'글을 읽어주심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