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깨알프로젝트 2 #12

깨알 감사 초심

길을 걸으며 해가 떠 있는데도 시원하다 보다는 으스스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새벽에는 제법 쌀쌀해서 두툼한 옷을 입어야만 할 정도입니다. 그런 것을 느끼면서 흘러가는 계절은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자연스러움'을 느끼면서 일과 가정에서 '억지스러움'으로 지내온 시간들도 많았음을 깨닫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길을 걷다가 만난 '깨알'들을 나누는 시간이 되어 보겠습니다.



#1. 길거리 깨알..


1. 새집..

길을 걷다가 보는 '깨알'답지 않은 '깨알'이었습니다. 자연스럽지 않은 도시 속에서 자연을 간직한 메마른 나무에 '새집'이 있었습니다.


괜스레 반갑고 저 안에서 하늘을 훠얼훨 날아오를 새를 상상하면서 잠시 서 있었습니다.



도시 속에서 순수하게 자연스러운 '깨알'을 보는 것이 재밌습니다. 저 '새집'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2. 어디로..

해야 할 것, 가야 할 곳 그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은 채 터덜터덜 걷는 날이었습니다.



그저 머리 위로 떨어지는 수많은 햇빛을 느끼면서 걷다가 아파트옆 펜스를 무심코 봤는데.

"어디로 가려고?" 라면서 말 거는듯한 화살표를 봤습니다. 내 마음을 아는 건지? 별 일 아니라며 부담 가지지 말고 선택하라는 건지 싶기도 했습니다.



살면서 수많은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는 중입니다. 책임을 지면서 엄청난 자책감에 시달리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가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머뭇거리는데 길거리에서 보이는 '깨알'과감함 결정을 제안하는 것 같았습니다.




3. 도움벨..

늦은 시간 명동 길거리를 돌아다니던 날이었습니다. 북적거리던 사람들도 거의 사라지고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던 차들도 거의 사라진 시간이었습니다.



지나가다가 '도움벨'을 봤습니다.



저 벨을 누르면 언제든지 '도움'을 주는 건물이겠지?라는 생각도 했고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언제나 기꺼이 도움을 줄 준비가 된 사람인지에 대해서 저를 점검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4. 건널 준비..

처음에는 꼬맹이가 건널 준비를 하는지 알았습니다.



가까이서 보니까  주인을 잃은 바람막이 점퍼를 잘 찾아가도록 걸어놓은 것이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아이처럼 보여서 재밌었고요. 한편으로는 이제 우리 아이들이 저렇게 작은 옷을 입을 일이 없다는 생각에 살짝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길을 걷다가 보게 되는 손바닥보다 작은 신발, 미니어처같이 작은 옷들을 보면 아쉬움이 밀려오고 귀엽습니다. '사람이 입는 옷이네'



#2. 마음의 감사 & 행복..


1. 물덩이와 나비..

여전한 더위를 느끼면서 걷는 날이었습니다. 돈을 아낀다는 생각에 생수 한 병 사 먹지 않고 걸었고요.



길을 가다가 물웅덩이에서 물을 먹는 나비를 봤습니다.  입안이 바싹 마른 상황에서 보는 광경이라서 너무 부럽기도 하고요. 신기하기도 해서 조심하면서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이런.. 나비가 아니었습니다. 작은 물웅덩이에 나뭇잎이 떨어져 있는데 '나비'처럼 보였습니다. 혼자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물 마시는 신기한 나비'가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그 상황에서 저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수차례의 이직, 퇴직, 실직으로 가정경제는 신혼 초와 다르게 곤두박질쳤습니다. 아내는 그런 상황을 같이 견디겠다면서 얼마나 애썼는지 모릅니다. 그러는 과정 동안 신기하게도 목마를 때 한 병의 생수를 건네받듯이 여기저기서 도움을 받으면서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내의 헌신과 생각지 못한 도움들을 받으면서 회복해서 제가 겪은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공감하며 돕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이직하거나 실직하면서 겪은 가정 내의 어려움, 불통, 남편의 실수, 아내의 고통등에 대해서 이제 공감하면서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리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공감 못하고 잘 듣지 못하는 제가 10년 이상의 결혼생활 덕분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남편, 아빠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물웅덩이의 나뭇잎을 보면서 '물 마시는 나비'로 착각하고 멈춰 섰다가 조금은 변한 저를 느꼈습니다.  불평불만했던 수많은 상황들이 모두 제게 도움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지방 가게에서 천 원주고 마신 종이컵 커피 한잔에 감사하며 울던 날도 생각났습니다. 힘들 때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의 손길도 '감사'이고요. 그런 수많은 '감사'가 제 삶에도 곳곳에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3. 마음에 초심 더하기..

 

1. 흙탕물길..

길을 걸으면서 흙탕물을 지나가야 하는 때가 있었습니다.



질컥거리는 길을 밟으면서 짜증을 내고 화를 냈습니다. 갈 곳을 위해서 지나가야 하는 길인데도 짜증을 내면서 비가 내린 것, 빨리 땅이 마르지 않은 것, 지나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았다는 것에 짜증을 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 속에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매 순간 짜증을 내지 않았습니다. '이럴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수많은 상황에서 묵묵히 감당해 줄 때도 있었습니다. 신혼 초에 첫 실직했을 때 강남 한복판으로 출퇴근하고 퇴근하면 회사 근처에서 커피마시면서 데이트하던 저의 모습과 실직해서 초라해진 모습이 너무 대조가 되지만 짜증 내지 않았습니다.



'힘내요. 같이 기도해요.'라면서 안아주었습니다. 그런 모습들이 생각나면서 밟고 있는 흙탕물 위의 짜증 가득한 얼굴의 저는 너무 창피했습니다. 신혼 초부터 지금까지 아내는 한결같이 저를 사랑한다면서 이해해 주고 참아주는 것 덕분에 제가 회복을 위해 이제 스스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폰4로 흙탕물길을 얼른 찍으면서 저를 다시 한번 돌아봤습니다. 신혼 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저를 사랑해 주고 이해해 주는 아내 덕분에 제가 다시 꺼낸 초심은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이라면 뭐든지 상대방을 용서하고 이해하고 지지해 줄 수 있으니까요. 흙탕물길을 밟으면서 짜증을 내던 제 마음은 녹아내리고 얼마나 반성했는지 모릅니다. 빛바랜 듯한 사진의 색감이 오히려 더 좋을 때가 있습니다. 이 날이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깨알'을 만나고 생각하고 즐기는 순간들이 재미에서 감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순간들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 '감사'입니다.



짜임새 있는 수많은 작가님들의 글과 함께 저의 '깨알'도 읽히고 있다는 것도 '감사'입니다.



모든 것에 '감사'하고 아이폰4로 다시 퍼올린 '사랑'을 마음에 장착하여서 다행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작고 수수하고 보잘것없는 '깨알'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여전히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2 #12 --끝--


매거진의 이전글 깨알프로젝트 2 #1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