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걸으면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떨 때는 수도 없는 골목과 큰길을 쉴 새 없이 걷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신기하게도 아무 길도!! 잠깐이라도!! 걷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동네를 걸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그런 노력과 달리 어떤 날은 저의 생각과 익숙한 습관들을 멀리하고 걷고 싶지도 않고 아무 사람도 안 만나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랬던 날들에 만난 깨알들을 나눠 보고 싶습니다.
깨알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국물이 끝내줘요!'처럼 '역시 걸어야 제맛이다!'였습니다. 모든 것은 걷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말을 체감했습니다. 깨알이 주는 묘미를 놓치면 안 되겠다 싶습니다.
#1. 길거리 깨알..
1. 호박들..
녹색 바구니에 잔뜩 쌓인 호박들을 보면서 혼자 웃었습니다.
저게 모두 금덩이였다면 얼마나 좋을까?꼬마 호박들이 모두 아기들처럼 보였습니다. 재밋거리 없는 하루에 아무런 웃음도 나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팔려고 내놓은 호박들을 보면서 돈이 필요한 제 마음의 눈으로 보기도 했고요. 시티투어에 나선 지붕 뚫린 버스에 타고 있는 유치원생들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제야 깨알들 덕분인지 '푸웃'하고 웃으면서 잠시 새 기분을 내는 시간이었습니다.
저게 모두 금덩이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꼬마 호박들이 모두 아기들처럼 보였습니다.
재밋거리 없는 하루에 아무런 웃음도 나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팔려고 내놓은 호박들을 보면서 돈이 필요한 제 마음의 눈으로 보기도 했고요. 시티투어에 나선 지붕 뚫린 버스에 타고 있는 유치원생들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제야 깨알들 덕분인지 '푸웃'하고 웃으면서 잠시 새 기분을 내는 시간이었습니다.
2. 하늘에서 빛이..
키오스크에 서서 주문을 누르는 시간을 줄이고자 어플로 커피주문을 하고 받으려고 대기하는 중이었습니다.
몇몇 분들이 주문하는 중, 음료를 받는 중, 앉아서 대화하는 중이었습니다. 음료를 받으려고 하다 보면 자연스레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눈이 서로 마주치면 다소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모르는 여자분들과 눈이 마주치면 괜스레 애매한 기분도 들어서 가끔은 벽을 바라봅니다.
벽을 바라보다가 붙여놓은 카페만의 시그니처를 따라서 보게 되었고요. 벽면과 천장의 오묘한 각도로 인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줄기'를 맞고 있는 부착물을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오호~'하고 웃으면서 '저 빛줄기처럼 나는 하늘에서 돈벼락을 맞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동안 주문한 음료가 나왔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음료를 받고 나오면서 아쉬웠습니다.
3. 그 길의 꽃다발..
벚꽃이 만발할 때 찍어둔 사진이었습니다.
건강을 생각하면서 걷기를 하고 있었는데 거칠고 딱딱한 바닥에 은은하고 아름다운 꽃다발이 가지채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아무 재미없는 날에 그때 느낀 감정을 적어서 나누고 싶어서 간직해 둔 사진이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당연히 보이는 벚꽃길도 아름답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길바닥, 자동차 지붕, 어느 음식물쓰레기통에 떨어진 꽃들은 떨어짐이 아쉽지만 나름대로 잠시라도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허리를 굽혀 사진을 찍으면서 소원했습니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이 꽃다발이 무심하게 지나가는 사람의 발자국에 사그라들지 않기를 바란다!'면서요.
#2. 마음의 감사 & 행복..
1. 잘린 나무덩어리..
기다리는 시간은 기다리는 1분 1초가 지루할 수도 있고요. 알차게 사용한다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기다리기도 합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다가 만난 나무 덩어리는 제게 다시 한번 감사를 느끼게 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이제 15년째 같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 아이와 여전히 좌충우돌하면서 혈기를 부리고 아이를 혼냈다가 후회하고 사과하고 다시 사랑한다며 안아주기도 하고요. 하루종일 수많은 일들을 서로 겪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저의 부족한 점이 드러나고 그것을 창피해서 숨기기에 급급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아내는 '손바닥으로 햇빛 가리기'하는 모지리 남편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묵묵히 기다리기'를 해줍니다.
그런 아내와 10년을 넘어 15년째 '둘이 연합하여 하나가 되어' 살고 있음에 감사함을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는 나무 덩어리였습니다. 댕강 잘려서 어느 길바닥에 놓이고 다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또한 우리의 모습 같았습니다.
어느 곳에 있던지 무엇을 하든지 함께 살고 함께 하면서 가정을 유지하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아내에게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행복의 완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마음에 초심 더하기..
1. 왕이 운전하다..
신혼 초의 '초심'을 떠올리면서 늘 사랑의 마음, 회복을 위한 노력을 우물에서 퍼올리듯 해보고 싶어서 신혼 때 사용한 아이폰4로 사진 찍으면서 깨알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King drive를 읽고 '왕이 운전도 한다.'라면서 웃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한 사진이 아니라서일까요. 빛바랜듯한 느낌의 사진 속에서 버거킹이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 함을 느꼈습니다.
아주 오래전 청담사거리에 있던 KFC에서 햄버거와 치킨을 먹어보고 기가 막힌 맛을 느꼈고요. 버거킹을 먹으면서 지금과는 다르지만 패티에 기름 줄줄 흐르는 외국식 버거에 놀랐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랬던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아직도 우리와 함께 있었습니다. 심지어 처음 먹기 시작했던 그 나이의 우리 삼 남매들과 함께 여전히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결같음'도 느꼈습니다. 비록 맛은 달라지고 모양도 많이 업그레이드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것을 보면서 '아내'가 떠올랐습니다.
머리를 자르고 살이 쪘다가 빠졌다가 임신, 출산을 반복하기도 했고요. 심하게 아프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여전히 저의 곁에 함께 있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가정 울타리'를 함께 유지하면서 삼 남매를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아내와 신혼 초에 아이들 키우기, 재산 증식, 미래비전에 대해서 나누었던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우리의 모습은 많이 망가지고 변했지만 여전히 이루고 있는 가정, 삼 남매와 하려고 했던 다양한 계획들을 다시 점검해 보면서 더 나은 내일을 만들 다짐도 세워보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별거 아닌 것 같은 깨알들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무기력하게 보낸 시간들이 맛없는 음식 같았는데 길거리 깨알들을 만나면서 '라면 수프' 몇 번 뿌린 것같이 맛있어지는 마법처럼 다시 생기가 도는 일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깨알을 통해 잊고 있었던 것도 떠올리게 되었고요. 그래서 저에게는 깨알은 발에 차이는 돌멩이나 곧 버려질 쓰레기 같지만 늘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감사와 행복한 순간들을 적으면서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몇십 년을 함께 지내시고 새로운 2탄 3탄 인생을 사시는 수많은 작가님들 앞에서 15년 산 것을 자랑하는 것같이 느껴질 것 같아서 창피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시간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은 이유는 신혼 5년간 아무것도 모르고 지혜롭게 상황을 이끌지 못한 남편의 부족함이 아내의 시간 속에 고부간 갈등, 마음고통을 유발했고요. 뒤늦게 깨닫고 나서 그 이후의 시간들을 회복과 소통을 위해 사용하고 있지만 상당히 역부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마음을 유지하면서 가정, 남편, 삼 남매를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아내와의 삶'에 대해서 시간의 길고 짧음을 떠나 '감사'를 제대로 느끼게 해 준 깨알이어서 언급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결혼 15년 차라는 것을 떠나서 나무 밑동이 잘렸지만 여전히 붙어있으면서 다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고목 덩어리를 보면서 '감사'가 제 마음에 다시 떠올랐습니다. 표현 가득한 세상 속에서 말없는 깨알은 더 많은 의미를 건네주기도 합니다. 자기주장, 자기표현, 다부지게 세상 살기, 투쟁, 나를 프레젠테이션하아라!! 등등으로 세상은 요즘 자기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세일즈 하라고까지 제안합니다. 그만큼 처절하게 살아가는 경쟁을 견뎌야 꿈꾸는 미래를 자녀와 살아갈 수 있다고도 말하고요. 그런 세상 속에서 아무 말없는 곧 버려질 쓰레기, 아무 말없는 길거리 부착물들이 오히려 더 깊은 의미를 건네주고 '감사' '행복' '회복'을 알게 해 줘서 저는 깨알을 만날 때마다 더 행복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추천해서 무작정 희망도서로 신청한 책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잠시 꺼내서 읽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내용에 빠져서 앉아 있었습니다. 사실은 책 두 페이지를 보다가 졸아서 엉뚱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지하철이 덜컹하는 순간에 잠이 깼는데 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릅니다. 열정 가득하지만 행동은 실패였습니다. 그런 것에 대해서 좌절하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내렸지만 어느새 플랫폼 바닥에서 보인 '깨알'덕분에 웃으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보낸 오늘 하루 자체가 감사했습니다.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의 깨알프로젝트 2 #1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