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면서 보는 것들이 여전히 '깨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 행복합니다. '깨알 재미'가 있어서 정말 힘들거나 정말 속상할 때 잠깐의 위로도 되고 웃음을 잃은 하루에 '푸훗'하고 웃으면서 이겨내곤 합니다.
별거 아닌 것들을 통한 것이라서 더 감사하고요. 그렇게 보면 우리들 중 그 누구도 귀하지 않은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버려질 쓰레기도 '깨알 재미'를 주는데 우리는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날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재미'를 느낀 '깨알'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1. 길거리 깨알..
1. 전등들..
카페에 갔다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지나가다가 만난 깨알들입니다.
'한때의 영광'을 간직하고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전등들이었습니다. 한때는 반짝이는 많은 전구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테이블 위를 비추면서 커피와 대화를 이어주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던 공간이 이제는 비워져서 더 이상 온기 없이 냉랭해졌고요.
그 공간에서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면서 또 다른 카페를 기다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카페를 만난다면 '다시 영광의 자리'에 있으면서 분위기를 이끌면서 카페로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 같고요. 고궁에 가면 만나는 왕좌나 벽면의 전등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한때의 영광'
2. 그들..
길을 가다 보면 수많은 의자들을 만납니다.
버려진 의자, 내다 놓은 의자, 오고 가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의자
그런 의자들 중에서 의미가 있는 의자들을 만난 날이었습니다.
다리밑 서늘한 곳에서 각자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모여 있었습니다. 자기 모습대로 자기의 과거, 생각, 지금에 대해서 대화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3. 문고리..
길을 걷다가 문고리가 유난히 돋보여서 찍었습니다.
마침 아이들이 옆에 있었는데 "아빠! 뭐 찍었는데요?"라면서 갑자기 다가가서 집중한 5초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응. 그냥 형광 손잡이!" "에유.. 그런 걸 왜 찍어요." "응. 그냥. 아빠 감성!!"이라고 대화했던 날입니다.
새로 부착한 유리문과 형광 문고리가 극도의 대비가 되면서 그 건물 자체에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언제든지 저 문고리를 잡고 돌려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앉아서 이번에는 유리문을 통해 밖을 보면서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차 한잔하고 싶었고요. 그냥 그 느낌 때문에 찍었던 사진입니다.
4. 하나도 안 무섭지!!..
길을 걷다가 무척이나 크고 빨간 무시무시한 동물을 만났습니다. 목에 더 무서운 목줄벨트도 하고 있었고요. 극도로 뜨거운 햇빛과 파란 하늘이 대비되면서 그 위용이 상당했습니다.
여차하면 그 빨간색만큼이나 넘치는 힘으로 달려올 것 같았습니다.
다행인 것은 밖에서 잠근 조그만 녹슨 자물쇠가 안전하다는, 절대 문이 열릴 리가 없다는 안심을 하게 해 줘서 좋았습니다. 물론 저의 상상입니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빨강 동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 마음의 감사 & 행복..
1. 선물이란..
얼마 전에 열네 번째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저는 첫 글에 밝힌 대로 처음 먹으러 갔던 순대집 사장님이 소개해준 모르는 여자와 5개월 만에 결혼을 했습니다. 너무 하고 싶던 결혼 이후 제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남자라서 서로가 힘들었습니다. 저의 부족함은 모르고 '왜 이 사람을 만나게 했을까요'라면서 계속 원망만 하는 날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저의 부족함을 알고 고쳐야 할 것들을 위해 귀를 열고 듣기 시작하면서 세상 속의 우리 가정, 아내의 의미에 대해서 새롭게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결혼기념일을 지나갈 때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진해지면서 올해 결혼기념일에 '아내모습이 그냥 아름답게 보이고 사랑스러웠습니다.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운 여자, 진짜 사랑하는 내 여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보! 함께 살고 있어서 고마워요!'라고 표현했습니다.
하늘에서 제게 준 선물 같았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감사한 선물입니다. 그것이 감사이고 삶의 행복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감사한 선물입니다.
그것이 감사이고 삶의 행복이었습니다.
#3. 마음에 초심 더하기..
1. 넝쿨 탈주..
신혼 초에 사용하던 아이폰 4로 사진을 찍으면서 '초심'을 다시 챙기고 있습니다. 그 '초심'은 결혼하고 싶었던 마음, 결혼하고 나서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출산 후 고통으로 아파서 누워있는 아내에게 "여보! 미안해요. 평생 사랑할게요. 이번에도 고마워요."라면서 세 번이나 엉엉 울었던 날들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세 번이나 제왕절개를 하고 출산을 하는 고통을 감수해 준 아내여서 더 미안했었습니다.
길을 걷다가 펜스 밖으로 삐져나온 덩굴을 보면서 웃었습니다. 매번 나는 특별하고 특이한 경험을 추구하는 성향 덕분에 특이한 일을 선택하고 늘 여차하면 직장, 학교 등등에 맞춰서 동네이사가 아니라 도시이동 이사를 했고요. 평탄하고 늘 익숙한 일상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고 싶은 아내에게 늘 변화무쌍하고 견디기 힘들 만큼의 일상만 제공했던 것 같습니다. 보이는 덩굴처럼 늘 틀 밖에서 뭔가를 경험하고 싶어서 몸부림쳤던 것 같고요.
길거리 덩굴을 보면서 그런 것만 추구하던 지난 시간을 반성했습니다. 함께 사는 배우자가 안정감을 느끼기 원한다면 너무 그렇게 버라이어티 하고 특별한 경험만을 추구하는 삶을 내려놓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깨알'이 여전히 길거리에 있어서 즐겁습니다.
원래 길거리 쓰레기, 골목어귀, 하수도 등등에서 버려지거나 밟히는 것들 통해서 즐겼는데 이제는 점점 건물 안, 건물을 포함한 다양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느끼는 것들도 많아지고요. 마냥 재미있던 것들이 이제는 감사와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하게 합니다. 늘 돈 안 드는 취미이지만 무궁무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결혼기념일 깨알 에필로그..
초5 둘째 딸이 인터넷 레시피를 보고 자기 손바닥만 한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어서 축하해 줬습니다.
중1 큰아들이 결혼기념일 다음날이 자기 생일이라 어른들이 준 생일축하금에서 이만 원을 떼서 식사하시라고 건네주면서 축하해 줬습니다. 초3 막내딸은 그런 오빠, 언니처럼 용돈이 없기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세탁기를 작동하고 건조완료된 세탁물을 꺼내는 일을 하겠다면서 자원했습니다.
아내를 보면서 '나와 여전히 함께 살아주는 귀한 여자'로 사랑스럽게 보였는데, 삼 남매가 각자가 가진 것으로 결혼기념일을 축하해 줘서 진짜 '감사'가 넘치는 하루였습니다.
'깨알'덕분에 희망을 얻었습니다.
진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세상에서 나만 무능력하고 가정에서는 언제부터인가 1:4로 대립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말 어쩔 줄 몰라하면서 좌절모드일 때 길바닥에서 보게 된 '깨알'들이 저를 살리고 세상을 다르게 보면서 좀 더 새로운 생활들을 이어가게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보잘것없는 길거리 '깨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느껴지는 '재미'와 '감동' 그리고 '깨달음'을 잘 적어서 잊지 않으면서 함께 나누도록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