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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너조이 Jul 10. 2023

나는 모닥불 같은 사람

내게 지성과 사랑이 중요한 이유


※ 이너조이 탐구 요약 ※

MBTI : INFJ - A (옹호자)
에니어그램 : 3번 날개를 많이 쓰는 4번
강점테마 : 절친, 지적사고, 분석, 회고, 개별화
성격키워드 : 체계적인, 창의적인, 독립적인, 감성적인, 몰입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자 기회는 스물 아홉 살 퇴사 직후 '나'를 탐색하러 떠나는 그 여정 중에 찾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지인들이 '너 정말 힘들겠다. 괜찮니?"라고 묻던 그 때, 난 '나'라는 금광을 미친 듯이 파내며 보물을 발견할 때마다 내면의 기쁨을 만끽했다. 


"나, 힘들지 않아요. 보물을 캐는 중이라서."


세상의 좋은 것들을 따라가는 길 말고, 내 안에서 나를 찾는 길. 그 길을 걸어본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와 평화가 있다. 이렇게 뜻 깊고 눈부신 열매를 맺는 여행인데, 사실 여행의 과정이 매우 치열하고 고독하며 때로는 성가신 작업을 요하기도 하고 인생의 지난한 순간들을 들추어 보는 시간이기도 해서 난이도 上에 해당하는 여행이라 말한다. 복잡하고 재미있는 것들이 널려있는 세상에서 오직 '나'라는 존재에 깊이 몰입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하지만 '나'라는 심해에 들어가 깊이 몰입하며 헤엄치는 일로 끝내지 않고, 보물을 캔 후 수면 위로 올라와 바닷속 이야기를 '타인'과 '세상'에 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으면 이 여행은 마냥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은 내게 늘 충만함이었다. 




모닥불
불을 나누어 주는 사람



강점 테마 _ 절친 (Relator)

: 소수의 사람 / 밀도 있는 대화 / 공감과 치유, 놀이




모닥불. 나는 모닥불이다.


어둠 속에서 홀로 활활 타오르는 내 주위에는 거의 언제나, 인생을 천천히 사색하며 돌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가만히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며 고요함 가운데 빙 둘러 앉아있다. 자신이 읽었던 문장에 대해, 썼던 글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이들에게 작은 불들을 나누어 주는 이미지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성찰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모닥불. 


뗄감을 스스로 태우며 불을 유지하기 위해 홀로 있을 때도 그 뜨거움, 열정을 계속 지닌다. 내 인생을 회고할 때마다 모든 의식의 흐름 속에 '사람들에게 의미 깊은 시간을 만들어 주기 위한 나만의 고군분투'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어리고 연약했던 십대에는 '내가 조금이라도 먼저 알게된 지식을 친구들에게 효율적으로 알려주는 일'에 집착했고, 힘들고 어려웠던 이십대에는 '이렇게 내가 희생해서라도 그들이 무언가를 건질 수 있다면'이라는 의식에 지배되어 있었다. 


출산과 육아라는 산맥을 넘으며 북클럽, 문화살롱, 글쓰기 모임, 커뮤니티 기획 일을 할 땐 조금 달랐다. 희생하고 가르치는 것보다, 인생 전체 늘 타올라 있던 나의 심장 속 열정들을 소박하고 친밀하게 나누어 주며 '우리가 이렇게 인생을 살면 좋지 않을까요.'라고 넌지시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다. 우리가 이렇게 책을 읽는다면, 우리 삶에 그림이 있다면, 우리가 아이와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는 엄마라면, 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최근 커뮤니티 기획 코칭을 해드리며 받았던 질문이 생각난다. 


"작년에 어떻게 수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매달 그렇게 글쓰기 모임을 오픈할 수 있으셨어요?"

"어떻게 회비도 안 받으시고 유료 같은 글 모임을 하실 수 있죠?"


어둡고 고요한 곳에서 사람들에게 모닥불이 되고 싶어했던 마음이,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가끔 나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뜨겁게 활활 타오르니까. 사람들과의 의미 깊은 시간을 준비하고 그 마음을 나누는 건, 지구에서 가장 나다운 모습이다. 


한편, 의미 없는 시간을 하릴 없이 보내는 관계나 시덥잖은 이야기를 자주 꺼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없이 차갑고 냉정해지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이 '뜨거운 사람' 혹은 '차가운 사람'이라고 정반대의 평가를 줄 때 난 그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다. 내가 뜨겁게 대하는 사람과 차갑게 대하는 사람은 굉장히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다. 




복잡함을 구조화하는
심플, 심플!! 



강점 테마 _ 지적사고 (Intellection), 분석(Analytical)

: 생각하기 / 내면의 친구 / 가치중립적인 / 증명하는




내가 사람들을 만나 읽고 쓰고 먹고 마시고 대화하며 '공감'과 '치유'라는 방향성으로 향해가는 동안, 사람들은 의외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 


"어떻게 사람들에게 필요한 컨텐츠를 기획하세요?"

"이 생각들을 군더더기 없이 설명하시네요!"

"정리해 주신 이미지만 봐도 딱 알겠어요."


나는 스스로 나의 기획을 '마음의 기획'이라고 여기며 그저 좋아서 한 거라 별 것 없다고 말했으나, 내 컨텐츠를 경험하거나 적정 거리에서 관찰한 이들이 우연히 친밀함을 나누게 되는 자리에서 꼭 해주는 말이었다. 이런 평가를 수차례 듣고 나서야 어쩌면 이것이 나의 타고난 강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약 2년 정도 커뮤니티 기획 때마다 기획의 프로세스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복잡한 상황과 생각을 단순하게 전달하는 것에 대해 사활을 걸고 있다 말할 만큼, 내 일의 중심에는 '구조화'가 있다. 비주얼 씽킹이나 아이디어 맵핑, 불렛 저널링은 물론 무의식 글쓰기와 혼잣말 많이 하기를 통해 단순한 기획을 내는 일에 굉장한 고집을 부린다. 실제 내가 타인의 일을 평가할 때도 '구조화'를 잘하는 사람이냐 아니냐로 구분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돌이켜 보니 내 삶의 일, 취향, 육아, 배움, 관계, 라이프 스타일은 지적 사고와 분석력으로 견고하게 다져온 열매였다. 관심 분야에 '몰입'하는 일이 어렵지 않은 이유 역시 이 성향 덕분이다.   




지성이 사랑을
사랑이 지성을



강점 테마 _ 개별화(individualization)

: 개개인의 강점 관찰 / 다양성 존중 / 맞춤화된 대화




다소 우울하고 감정적인 기질이 있는 내가 계속 앞으로 앞으로, 뚜벅 뚜벅 걸어가게 하는 가치는 '지성과 사랑'이다. 사랑 없는 지성이 사회를 얼마나 숨막히게 하는지 알았고, 지성 없는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무례하게 대하는지 알게 된 날 이후로. 지성이 사랑을 이끌도록, 사랑이 지성을 이끌도록, 내 안에서 사랑과 지성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를 이끌어 주는 모습이다.


한 사람을, 어떤 현상을, 지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수용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할 때 지적 호기심을 갖는다면 그 사랑이 좀더 성숙해지고 온전함에 다가갈 수 있음을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 그 사람의 개성과 재능, 내면의 보물에 대해 한동안 대화하는 일이 내게 한없는 기쁨이 된다. 그 사람을 앎으로써 우리의 대화가 열리고, 그 열린 대화로 이제는 더 깊은 서로를 알아가는 이 끝없는 순환! 그 사람과의 대화를 위해 내가 더 공부할 것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일례로 메뉴 개발자 남편과 결혼하게 되었을 때 난 쿠킹 스튜디오의 에디터, 푸드 매거진에 에세이를 기고하며 음식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남편과 더욱 친밀해지길 꿈꾸는 신혼생활을 보냈다.   


KAC 코치 자격시험을 준비하며 코칭 실습을 쌓고 있다고 주변에 안부를 전할 때마다 돌아오는 말의 대부분이 이렇다.


"가장 이너조이다운 일이에요."



'글 쓰는 오늘' 시즌 14 [글로 코칭]에서는 3주간 강점 에세이를 적음으로써 나 자신을 뾰족하게 탐구하고 깊게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 후 코칭 대화를 통해 '나'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풀어 갑니다. 첫 번째 에세이는 '고유성'에 대해 씁니다.



2023.07.10.월

이너조이의 '글 쓰는 오늘' 시즌 14

글로 코칭 1주차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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