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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Nov 16. 2020

성공적인 외국어 학습은 두 가지가 필요하다

특히나 언어를 가르치는 사람에게 필요한 관점

# 예시 1

‘불이 타오르는 집’ 그리고 ‘불이 탄 집’은 영어로 어떻게 쓰지? ‘불이 타오르다’라는 동사는 영어로 burn 이잖아. 그럼 불이 ‘타오르는’ 은 어떻게 표현할까? 새로 단어를 만들어야 할까? 그러기엔 조금 귀찮네. 분명 burn을 알고 있으니, 여기서 불이 탄다는 뜻을 빌려오면 쉬울 것 같아. 불이 알아서 활활 ‘타오르는’ 집을 표현할 땐 ing를 붙여 쓰면 burning이네. a burning house. 그럼, 이미 불이 타 ‘타버려서 끝난’ 집은 어떻게 표현하지? 그럴 땐 ed를 붙여 써보자. t도 괜찮아. a burned house 아니면 a burnt house.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burn이라는 동사에 작은 단어 몇 개 만 붙이면 ‘~하는, ~된’이라는 단어가 되니 굳이 새로운 단어를 만들 필요가 없겠네! 


집의 상태가 불이 ‘타거나’ 이미 불이 다 ‘탄’ 의미를 만들어 낼 땐 ‘~하다’의 의미를 가진 동사에 ing 나 ed를 붙이면 ‘~하는’이라는 의미가 되네? 그럼 집, 차, 종이와 같은 이름 단어가 어떤 상태인지 꾸며주는 말로 쓸 수가 있네. 불이 타는 차, 불이 탄 종이 등..

      

그렇다면, 재미가 있는 영화는 어떻게 쓸 수 있지? interesting movie? interested movie? 

     

(잠시 후)     


영화는 재미를 주는 것일까 재미를 느끼는 것일까? 보통 영화물은 사람에게 재밌는 일들을 주는 의미가 강하네. 그렇다면 interesting을 써야 해. 방금 불이 직접 훨훨 ‘타오르는’ 말을 쓸 때 burning을 쓴 것처럼. 영화가 스스로 재미를 느낄 수는 없어서 interested는 옳지 않아. 그러고 보니 interest도 ‘~에 관심을 끌다’라는 동사이네? 동사의 끝에 ing나 ed를 붙여주니 movie라는 단어가 어떤 상태인지를 말해주네. burn, interest라는 단어를 아니까 ing 나 ed 만 붙여주면 movie 가 흥미롭다는 말을 표현할 수 있는 거구나! 


# 예시 2 

            

지금부터 펜을 내려놓고 칠판을 보며 귀로는 설명을 듣는다. 필기하지 않는다. 설명에만 집중한다. 분사는 동사의 형태를 빌려온다. 능동과 진행의 의미일 때는 ing를, 수동과 완료의 의미일 때는 ed를 동사에 붙여준다. 분사는 동사가 형용사가 되며 분리된 말이므로 분사라고 부른다. 영어에서 형용사는 명사를 수식하므로 분사는 형용사 기능이라고 부른다. 앞에서 명사를 수식할 수도 있지만 구 단위로 넘어갈 땐 뒤에서 후치 수식한다. 감정을 나타내는 분사는 주어가 사람일 경우 감정을 느끼는 주체이므로 ed를 사용하고, 주어가 사물일 경우 감정을 일으키는 주체이므로 ing를 사용한다. 대부분 사람은 사건으로 인해 감정을 느끼는 것이고, 사물은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라 준다고 본다. 다만, I’m boring. 자체가 비문은 아니다. 본인이 타인들에게 지루한 감정을 주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겠다 하면 그렇게 쓰지만 일반적인 통념은 아니다. ing와 ed의 사용을 구분하는 문제는 반드시 해석을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분사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해야 이후 분사구문을 이해할 수 있다.  



성공적인 외국어 학습 전략

동일한 학습 개념을 설명하지만 접근이 다른 이유는 학습자의 인지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나 유·청소년기일수록 지식보다는 맥락을 강조한 외국어 습득 환경을 세팅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장의 한계점이 있더라도 학습자의 변인(Learner Variables)을 고려해야 학습에 성공할 수 있다. 초등학생에게 ‘분사는 동사의 형태를 빌려온다.’라는 말을 아무리 쉽게 설명해보았자 습득(acquisition) 은 일어나지 않는다. 제2외국어 습득 환경에서 마치 모국어를 배우듯 맥락이 적용된 예시를 우선으로 풀어내는 귀납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고등학생은 인지 구조상 추상적 추론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므로 빠르게 개념을 설명하는 연역적 접근법이 유용하다. 학습자의 인지 상태에 따라 조절된 입력을 이해 가능한 입력(Comprehensible input)이라고 부르며 이는 성공적인 외국어 학습을 위한 첫 번째 선행 조건이다. 

     

# 사례 1

A : I visit my uncle in the hospital last weekned. 

B : You visited your uncle in the hospital? 

A : Yes, I visit him.     


위 대화에서 B가 ‘visited’라는 피드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A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여 언어 습득에 실패한다. A에게 ‘visited’라는 입력(input) 은 이해 가능한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 사례 2

A : I go to see a great movie yesterday.

B : You are going?

A : Yesterday, I went to see a great movie.      


B가 의미를 조정하니 A는 곧장 올바른 발화를 할 수 있었다. 이는 B의 피드백이 A에겐 이해 가능한 입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어 습득에서 이해 가능한 입력이 전부일까? 학습자의 상태를 고려한 수업, 설명 그리고 지도는 우선 사항일 뿐이다. 만약 화자가 자신의 이해를 언어로 표현할 기회를 받지 못한다면 외국어가 머리와 입에 체화될 수 있을까? 양질의 정보가 입력되었다면 타인이 볼 수 있도록 드러내야 한다. 올바른 발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아웃풋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 출력 가설(Pushed output)이다. 

     

언어학자 크라셴은 이해 가능한 입력(Comprehensible input)에 가중을 둔 언어 학습 모형을 주장했고 스웨인과 랩킨은 출력(Output)에 집중했다.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때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고 바르게 수정해야 한다. 우선 발화에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이해 가능한 입력(Comprehensible input)이 필요하고 입력된 정보가 본인에게 적절한 수준인지 혹은 오류가 있다면 무엇을 교정해야 하는지를 드러내기 위해 출력(Pushed outout) 이 필요하다. 이해 가능한 입력이 제공되더라도 순간적인 실수나 정서적인 요소로 성공적인 발화에 실패할 수도 있다.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학습자와 도우미는 의미 협상과 상호작용을 시작한다. 그래야 수정된 발화(Modified output)가 가능하며 이는 정확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결과이다.     


내가 진행하는 수업은 학습 목표의 특성상 지식을 습득이 목표이다. 영어는 무한한 표현이 가능한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시험이 요구하는 바는 분명히 존재하여 유한성을 띄기도 한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시험에서 요구하는 영어도 평균 수준이 높아지면 일정한 언어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험용 영어와 실제적 영어 실력이 모두 좋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난점에 정박하는 대신 강점으로 세우고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나는 설명과 질문의 텀을 짧게 하여 계속 학습자들에게 방금 설명한 내용을 질문하는 전략을 쓴다. 설명 혹은 문제 풀이 수업은 선생에게 편한 수업이다. 학생들이 인강을 듣고 난 후 수업을 들을 땐 이해가 되었는데 막상 문제를 푸려니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은 개념을 확인하고 적용할 기회를 받지 못해서이다. 이해 가능한 입력이 있더라도 자신이 직접 소화하여 (intake)하여 이해한 바를 드러내지 않으면 (pushed output) 학습 증발이 매우 쉽게 일어난다. 이는 배우는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학습자의 수준에 맞게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인풋을 제공하고 (comprehensible input), 즉각 예시를 보고 적용하도록 출력 기회를 제공하고 (pushed output), 오류가 있을 시 즉각 상호작용하여 올바른 표현의 사용과 문제풀이가 가능하도록 (modified output) 이끄는 것이 성공적인 외국어 학습의 마스터키이다. 





<참조 자료>

Krashen, Stephen D. Second Language Acquisition and Second Language Learning. Prentice-Hall International, 1988.

Swain, M. The output hypothesis: Theory and research. In: Hinkel, E. (Ed.), Handbook on research in second language teaching and learning (PP. 471-484). Mahwah, NJ: Lawrence Erlbaum,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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