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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liy Nov 17. 2022

난춘과 사랑

<난춘 (亂春)>-새소년

작곡: 황소윤

작사: 황소윤

그대 나의 작은 심장에 귀 기울일 때에

입을 꼭 맞추어 내 숨을 가져가도 돼요

저무는 아침에 속삭이는 숨영롱한 달빛에

괴롭히는 꿈네 눈을 닮은 사랑,

그 안에 지는 계절

파도보다 더 거칠게 내리치는

오 그대여 부서지지마

바람새는 창틀에 넌 추워지지마

이리와 나를 꼭 안자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

내가 너의 작은 심장에 귀 기울일 때에

입을 꼭 맞추어 어제에 도착했습니다

오 그대여 부서지지마

바람새는 창틀에 넌 추워지지마

이리와 나를 꼭 안자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그

대여 부서지지마

바람새는 창틀에 넌 추워지지마

이리와 나를 꼭 안자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



난춘 (亂春) 은 표면적으로 어지러운 봄을 표방하지만 우리가 ‘봄’이라고 여기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역설과 결부된 사랑을 이야기 한다. 새로운 시작, 개화, 따뜻함 등으로 포장해온 봄은 사실 사계절 중 가장 이중적이고 잔인한 계절이다. 봄의 기쁨과 온기를 누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 보편적이지 않은 설렘은 밤에 찾아오는 외풍같은 일교차를 견뎌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세상의 일이다. 봄에 특히 두드러지는 외로움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현상들이 증명하듯,  봄은 잔인한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난춘>속 화자는 차가움과 외로움이 눈을 피해 어느 샌가 곁에 와 있는 모순의 계절을 함께 악착같이 버텨보자고, 같이 극복해보자고 말한다. 꽃은 만발했지만 아직은 추운 밤을 사랑의 힘으로 마주한다. 그리고 사랑의 다른 말은 ‘연대’ 이다.


이 곡을 만들고 노래한 황소윤은 <난춘> 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서 고요히 죽어간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저무는 아침을 나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듯이, 내리치는 파도를 내 힘으로 막아볼 수 없듯이, 극복해보려 해도 불가능한 일들이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노력해보자고 하는 것은 이 사회를 작동시키는 힘이자, 연대, 곧 사랑이다. 미숙함과 그로부터 오는 불안감을 견뎌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사회와 타인의 포용을 배우고, 이유 없는 선의와 베풂을 통해 배려 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서로의 심장에 귀를 기울여 안녕을 묻고 창틀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아주고 또 그러한 선의를 받기도 한다. 이유를 모른 채 불려온 이상한 세계에서 각자의 세상과 생각을 가진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상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서로에게 관대해질 수 밖에 없다. 서로의 배려가 있어서 우리는 더 많은 일을 견딜 수 있다. 우리는 서로를 구해주면서 내일로 간다.


‘내일’이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시간이 지나면 찾아올 미래로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는 ‘내일’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 아니다. 오늘 하루가 ‘내일’을 경험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고 다시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내일일 수도 있다. 혹은 다시 없는 내일일 수 도 있다. 하지만 사실 모두의 마음 속에는 ‘더 나은 내일’ 에 대한 열망과 희망이 있다. 오늘 못한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은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보다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마음, 내일이 일을 하기에는 오늘보다 한층 더 나을 것이라는 믿음이 기저에 깔려 있는 습관적인 말이다. 이렇듯 가만히 앉아 맞이하는 내일은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할 지 모르지만, 간절한 염원이 담긴 내일을 함께 맞이하는 것은 서로를 구해 주며 나아가 보자는 격려일 지 모른다. 함께 한다면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니 너는 부서지지 말라는 화자의 말은 스스로 미래를 그려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상대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다.


결국 ‘사랑’은 더 나은 내일로 갈 수 있는 원동력이자 기반이다. 지난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고, 들어주며 맛있는 한끼를 함께 하는 것. 오늘 본 좋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닫히는 문을 잡아주거나, 임산부석을 비워두고, 버스 하차벨을 누르고 싶어 하는 아이를 기다려 주는 것. 음식을 조금 더 만들어 나누어 주는 것. 이런 사소한 사랑들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그럼에도 내일을 기대할 수 없고 쉬이 부서질 수 있는 사람들, 사회의 사각 지대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계속’ 가보게 하는 것이 이 사회에서 ‘사랑’의 역할이자 목표이다. 그것이 무조건적인 사랑과 배려를 먹고 자란 우리들의 의무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인류애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은 결국 모두가 공존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해야하는 사랑이다. 새소년의 <난춘>은 이처럼 사랑의 궁극적인 목표와 지향점을 노래하기 때문에 곡을 듣는 사람들에게 한 묶음의 위로로 작용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인간의 삶에서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든 유효하며 필수 불가결한 감정이기에 우리 모두 어지러운 봄을 또 다시 사랑과 포용으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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