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쓰러졌다.
아직 병원에 입원하여 회복 중에 있다. 그는 두 아이의 부모라는 생각에 다다르자 나도 모르게 양 눈썹이 깊이 파였다.
얼마 전 육아 중인 친구 집에 놀러 갔다. 냉장고에서 찾은 유기농 채소에 한우는 아이 이유식에 들어가는 재료라며 친구는 으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곤 육아에 지치고 바쁜 엄마는 편한 냉동 밀키트를 프라이팬에 녹여 먹고, 돈과 시간을 아껴야 하는 아빠는 편의점 김밥 한 줄을 사서 해결했다. 이렇게 몸이 축나고 힘들지만 두 사람은 집에서 아이 미소 한 번 보면 그리고 밖에선 아이 영상을 보면 하나도 힘이 들지 않다고 했다.
나는 아직 아이가 없다. 그래서 아이는 부모 자신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사실을 가늠해볼 수 밖에 없을 뿐이다.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아이가 자신보다 훌쩍 우선순위가 올라가게 되면서, 본인들 안위 돌봄이 보다 뒷전이 되는 경우를 보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제 3자니까 할 수 있는 생각이겠지만.. 비행기를 타고 이륙이 시작되면 안전에 관한 안내 방송이 시작된다. 그 어느 나라 항공기를 타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비상착륙 시 산소마스크가 내려오면 반드시 보호자가 먼저 착용하고 그다음 아이에게 착용해 주라고 말이다. 아마도 그건 보호자가 건재해야 아이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부모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보호자가 될수록 조금 더 자신에게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또 다른 부모가 된 친구는 아이를 준비할 때 부부는 엽산을 포함한 몸에 좋은 영양제를 고루 챙겨 먹고 아침마다 토마토 주스를 갈아 마시기도 하고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했다. 두 사람의 몸이 최대한 건강해야 아이도 가질 수 있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이가 학교를 다니고 커서 크게 손길이 가지 않지만, 여전히 아이 중심이었다. 본인들이 먹던 영양제 장바구니는 이제 아이에게 먹일 영양제로 바뀌어 있었고, 본인이 운동학원을 다니느니 아이의 태권도 학원을 등록한다고 했다. 눈 밑이 퀭해진 친구의 얘기를 들으니 생선을 먹을 때면 뱃살은 발라 나에게 먼저 주고, 생선 뼈에 붙은 살을 떼먹는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문득 나 말고 엄마도 좀 먹어라고 엄마가 밥 위에 올려 준 생선살을 도로 엄마 그릇에 옮기는 짜증 섞인 젓가락질이 생각났다. 자식에게 다 내어주는 게 엄마의 즐거움이라 일컬으며 평생을 살아온 당신의 말라버린 등골을 보면 마음이 애잔하다.
24시간 손길이 필요한 아기에서 손길이 어느 정도 벗어날 정도로 성장하면 제한된 시간과 돈을 부모도 어느 정도 나누어 가졌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서 내가 먼저 건강해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와 더불어 내 아이가 세상 1등인 것처럼 나도 누군가의 세상 1등 자식이기도 하니까. 아이를 향한 전적인 희생과 투자만 고집하지 말고 본인의 몸과 마음도 모두 건강하도록 고민을 하면 좋겠다. 나도 몸과 마음 건강히 그리고 잘 살아가는 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장 많이 사랑하는 방법일 테니까. 내가 건강해야 가족 친구들이랑 즐겁게 살 수 있고, 내가 건강해야 아기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킬 수 있다. 자식 입에 먼저 넣는 것이 부모의 도리로 당연한 사회에서 잠깐 그 거꾸로를 제안해 본다. 물론 이건 내가 아직 부모가 되어 보지 못해 드는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어서 당신부터 산소마스크를 쓰고 숨을 돌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