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가장 가까운 순간
기념할 일이 있어
조촐하게 파티를 생각 중이었는데
'언니네 산지직송'에 등장한 감바스를 보고
'그래, 이거야!'를 외치며
후루룩 준비해서 해 먹었다.
올리브유와 마늘과 새우의 조합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사실 감바스에는 새우 외에 감칠맛을 보완할 재료가 좀 더 들어갈 필요가 있는데
대개는 젓갈을 넣곤 하지만(성시경이 그렇게 한다)
난 작년에 직접 담근 멜초비(제주산 멜로 염장한 엔초비)를 넣었다. (물론, 엔초비도 젓갈의 일종이겠지만)
멜초비는 기름에 끓여지면서 형체 없이 다 녹아버리는데
그러면 아무도 뭐가 더 들어갔는지 모른다.
하지만 맛은 거의 끝에 가까이 다다르는데
먹는 사람은 이게 왜 이렇게 맛있냐며 기름을 아예 숟가락으로 퍼먹는 지경에 이른다.
(맨 빵에 기름만 찍어먹어도 맛있다)
감바스를 다 먹은 후엔
면을 삶아 한번 더 볶아내면
이게 또 별미인데
한번 더 볶는 과정에서 녹은 멜초비가 살짝 오버 쿡되며 맛은 더 농축되고 색은 짙은 갈색을 낸다.
그럼 이 또한 끝없이 들어간다.(배부름과 상관없이)
여기에 베트남 고추(페페론치노)를 1~2개 넣어주면 느끼함은 입안에서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물론, 혀와 뇌의 착각이다. 그러니 정말 거짓말인 셈. 감바스에 들어가는 기름양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기름을 국처럼 떠마시는 꼴인데 그래서 자주 해 먹을 요리는 절대 아니다)
정말 잘 먹은 경우에는
다 먹고 난 뒤 저절로 박수가 나온다.
아무도 봐주는 사람은 없지만
그저 이 순간의 충족감을 자축하는 박수다.
이런 순간이 가끔씩만 있어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 된다.
행복이란 말은
실체 없이 허공에 떠도는 이미지뿐인 허상이지만
그래도 행복이란 단어에 가장 근접한 경험이 있다면
아마도
직접 만든 요리를 마음 편한 사람과 같이 먹으며
별 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순간이 아닐까.
그러니
고민 같은 건 잠시 내려놓고
오늘도 요리를!
p.s.
그렇다 해도 물론,
삶은 먹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