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들기 전 세운 내 계획대로였다면 지금 이 시간에 난 도장에서 아침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한 뒤 옷을 입고 있어야 하겠지만... 결국 이렇게 카페에 앉아 살짝 한숨을 쉬며 글을 쓰고 있다. 너무 잘 잤다는 만족감에 놀라 황급히 눈을 떠보니 이미 운동이 시작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휴가를 다녀온 후 살짝 어그러진 아침 루틴을 다시 세우자고 마음먹었지만 어제에 이어 오늘도 늦잠을 자고 나서는 이렇게 후회를 하고 있다.
오늘 보고 싶었던 아침 풍경. 하지만...
'그런 식으로 물러서면 결국 아무것도 못해'라는 생각도 버리자. 본래의 목적만 잊지 않으면 된다. 독서의 목적은 지적인 충실감을 맛보는 것이고, 다이어트의 목적은 지금보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다. 본래의 목적만 잊지 않으면 과정을 좀 느슨하게 조정해도 결코 망하지 않는다. (와다 히데키, <내 꿈은 놀면서 사는 것> 中)
나 같은 사람이 많아서일까. 일본의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는 저토록 인정 넘치는 문장들로 나를 달래준다. 계획대로 무언가 진행되지 않아도, 조금은 느슨하게 진행해도 괜찮다고 말이다. 사실 어제 이 책을 읽으며 너무 날 몰아붙이지 말고 조금은 여유를 두고 생활하자는 생각을 해놓고는, 하루 만에 이토록 조급해하면서 늦잠을 잔 스스로를 자책하는 내 모습을 본다. 나라는사람은 이토록 미련하다.
사실 난 쓸데없는 것에 빡빡하게 구는 편이다. 무언가를 할 거면 제대로 빡세게 하자는 원칙을 세우고는,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해왔다. 푸시업을 할 거면 적어도 3세트는 해야지 고작 10개 할바엔 안 하고 말지, 기타 연습을 할바엔 크로매틱부터 시작해서 손을 제대로 풀고 시작해야지 바로 곡 연습을 하는 건 좀 그래, 도장에 가면 운동시간 한 시간은 무조건 채워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결국 돌아보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결과만 남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본래의 목적만 잊지 않고 조금은 느슨하고 허술하게, 하지만 완전히 놓지는 말고 꾸준히만 한다면 분명히 남는 것은 있다. 내가 만약 푸시업을 하루에 10개씩이라도 계속했다면, 당장 몸이 눈에 띄게 좋아지진 않더라도 그다음엔 12개, 그다음은15개, 그리고 2세트, 3세트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졌을 것이다.하지만 그놈의 '~할바엔'이란 생각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버린 셈이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 스스로가 멋쩍어서, 혼자 스트레칭을 하고 그동안 안 하던 푸시업을 살짝 해본 뒤 조금 일찍 출근길에 나서 카페에 앉아 이렇게 글을 끄적여본다. 비록 검도는 하지 못했지만, 대신 잠도 푹 잤고 그동안 안 했던 푸시업도 조금 했으니 비록 방법은 다르지만 내 몸이 건강해져야 한다는 목적에는 부합하는 것 아닐까. 당초 계획이 어그러져 오늘 하루가 망했다고 생각이 된다면, 이런 긍정적인 자기 합리화도 필요한 것 같다. 이런 작은 흐트러짐 때문에 내 하루를 망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나에게 관대하지 못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관대할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오늘도 좋은 아침이었던 걸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