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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Mar 20. 2024

후일담이 궁금하지만...

함께 혹은 함께가 아닐지라도...

사진을 찍고 나면 그 후일담이 궁금해지는 장면이 있다. 사진은 한순간만을 포착뿐이고, 그 이후의 시간까지를 담아내진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피사체와 나는 셔터를 누르는 순간만 같은 시공간을 공유할 뿐, 그 이후엔 다시 볼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이 사진을 찍었던 날을 기억한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던 그때의 온도와 습도, 어둑어둑해지던 빛의 질감, 그리고 청계천변을 터덜터덜 걷던 내 시선을 잡아끌던 두 남녀의 모습까지도. 다리 아래 조명을 배경으로 두 사람이 만든 그 장면이 너무 그림 같아서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었던 그런 날이었다.


저 날 이후 약 7년 동안 코로나19로 아무것도 못하는 시간들을 고통스레 지나왔고,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일들도 있었으며, 나이 앞자리 숫자가 4로 바뀌면서 꽤 큰 심경의 변화도 겪었다. 그리고 난 그때와는 달리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고 사진에 대한 열의가 많이 사라졌다. 내가 이렇게 변해가는 동안, 사진 속 두 분은 어떤 시간을 거쳐 지금을 살고 있을까.




당신들, 지금도 함께일까요? 아니면 각자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으신가요? 나는 절대 알 수 없을 당신들의 후일담이 궁금하지만... 어떠한 삶이든 정말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있길 바래요. 그리고 도시 한복판에서도 온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under the bridge"(청계천,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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