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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Mar 19. 2024

외로워지면 좋은 것

이젠 '나' 와 노는 연습을 할 시간

'외로워지면 오직 나뿐이라서 오히려 나를 더 잘 대면할 수 있다.' 언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속 코너인 '철수는 오늘' 에서 들은 문구다. (요즘 배캠은 내 마음에 울림을 주는 몇 안되는 창구다) 마침 그 날 회사에서 사람에 스트레스 받고, 살짝 하기 싫지만 해야할 일을 준비한 후 퇴근하는 길에 들어서인지 저 말이 더더욱 가슴에 사무쳤다.


주변에 사람이 많다고 외롭지 않은건 아니다. 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는 활기와 떠들썩한 분위기 덕분에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을 뿐, 원초적으로 사람은 늘 외롭지 않던가. 나에 대해 아는 사람은 결국 나밖에 없으니까. 다만, 주위 사람들이 어떠한 이유로든 하나씩 곁에서 멀어지면서 혼자임을 느끼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점점 더 그럴 것 같다. 시간이란게 사람을 늙게 하고, 아프게 하고, 결국 어디론가 떠나가게 하니까. 그리고 사생활이든 사회생활이든 인간관계라는게 결코 영원하지 않고 유지하기도 어려우니까. 아마 자연적인 이유나 상황의 변화로 인해 사람을 잃는데서 느끼는 상실의 아픔은 점점 커질 것이다. 그래서 사실 좀 두렵고 우울할 때가 많다.


관계의 풍성함이라는 것이 오래갈 수 없다는걸 알게 되었다면, 이젠 조금씩 고독이나 외로움이란 단어와 친해져야 하지 않을까. 남 대신 나와 노는데 익숙해지는 연습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 같다. 마흔을 넘어서면서 새로운 인연을 찾고 집착하는게 힘들기도 하거니와 부질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란걸 직간접적으로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동안 몰랐던 노래들도 일부러 찾아 듣고, 생소한 분야의 책도 읽어보고, 기존에 즐기던 취미들도 뭔가 새로운 방향으로 틀어보면서 내 자신과 보내는데 좀 더 시간을 들이려 하는 중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굳이 약속을 만들지 않고 회사 책상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은 뒤, 헤드폰을 귀에 덮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이 싫어서가 아니라(뭐 물론 싫은 사람도 있다), 그냥 오롯이 혼자 있고 싶으니까. 누가 날 찾아주지 않는다고, 함께 술먹고 놀 사람이 없다고 슬퍼할 그 시간에... 이젠 나와 놀자. 그럴 때가 됐.




혹시 외롭다고 느끼는 분들을 위해...

https://www.youtube.com/watch?v=n5kcmb0O1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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