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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Mar 13. 2024

부동산 앞을 서성이는 당신들에게...

분명 당신들을 위한 삶의 공간이 생길 거예요

부동산 유리창에 붙은 매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손을 맞잡은 젊은 남녀를 보면 딱 11년 전의 우리 부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가진 돈은 알량한데 코딱지만 한 빌라 전세 하나도 너무나 비싸서 마음 졸였던.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작은 전셋집이었지만 양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우리만의 공간을 가졌다는 것에 뭉클해했던. 물론 지금도 우린 부동산을 지날 때마다 매물 목록을 들여다보는 전세살이 신세지만... 그래도 그때에 비해선 마음이 조금이나마 여유로워졌달까. 시간과 나이가 주는 순기능이다.


전셋집을 구하며 참 별일을 다 겪었다. 신혼 때부터 8년을 살던 빌라에서 내몰렸을 때의 기억은 다신 떠올리고 싶지 않다. 싼 값에 집을 팔겠다던 어떤 이는 집을 본 이후 약 3주간 연락을 끊어 당황케 하더니 1억을 올려 다른 부동산에 다시 내놓기도 했다. 기껏 집을 둘러보게 해 놓고는 계약 결정을 해주지 않아 애를 태우다가 일방적으로 매물을 거둬버린 케이스들은 그냥 흔한 일이었다. 어떤 집은 둘러보는 내내 너무 친절해서 사람을 혹하게 하더니 서류를 떼어보니 이혼 소송에 따른 가처분이 걸려있었다.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자 집을 둘러볼 땐 한없이 착한 미소를 짓던 부동산 사장이 되려 뭐가 문제냐며 역정을 내는 꼴을 당했을 땐 정말 다리에 힘이 풀리더라.


지금은 다행히 좋은 집주인분들을 만나 2년을 무사히 살고 재계약까지 해서 한시름 놓고 우리 부부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이래저래 꾸미며 살고 있지만... 여전히 '내 집' 에 대한 막연한 갈망은 마음 한켠에 있다. 한 때 집 짓기에 대한 책들을 잡히는 대로 사서 읽었던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겠지. 집을 사기 위해 지금 누리고 있는 소소한 여유들을 포기하고 빚에 눌려 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내 취향껏 꾸밀 수 있는 집을 갖고 싶은 마음은 계속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정말 '내 집' 이란 두 글자는 신기한 마력을 가진 게 아닐까.


집에 대한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나니... 지금도 부동산 앞을 서성일 젊은 부부들 또는 커플들을 보면 여전히 마음이 아린다. 내가 집을 구하던 11년 전보다 정말 말도 안 되게 오른 집값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저 나와 내 식구들의 몸과 마음을 편히 쉬게 해 줄 공간 하나 갖는 게 왜 이렇게도 힘들어야 하는 걸까. 나와 배우자가 열심히 벌고 아껴서 모은 돈으로 둘이 몸을 뉘어 쉴 공간을 구할 수 없는 사회가 정상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대들... 부디 힘내시길.  두 사람이서, 그리고 더 늘어날 그대들의 가족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줄 공간이 분명히 나타나줄 테니까.


당신들보다 조금 더 나이 든 세입자 아저씨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보내는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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