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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Mar 22. 2024

누구나 죄를 짓고 산다

늦은 추모...

어느 날 당신이 누군가로부터 신고를 당했다고 생각해 보자. 조사를 받아보니 딱히 잘못한 점이 나오질 않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조사가 끝난 다음날부터 갑자기 신고 내용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내 사생활이 사람들 앞에 까발려지기 시작한다.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나눈 시시껄렁한 성적 농담들, 가끔 들어가 보던 성인사이트 접속기록, 그리고 거래처 고객과 방문했던 위스키바 여사장의 입에 발린 영업용 멘트까지. 이 모든 건 당신의 문란함과 성적 일탈의 증거가 되고 사람들로부터 조롱과 모욕을 당한다. 당신은 이걸 감내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이 잊고 사는 게 있는데, 우리 모두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죄를 지으며 다. 그게 길티플레져와 같은 유희일수도 있고, 죄인지도 모르고 규범을 어기는 나태함이나 무심함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누군가 나의 사생활을 다 뒤집어깠을 때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 왜? 우리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니까. 다만 우리 사회는 이 모든 걸 다 처벌하며 살아갈 수가 없기에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의 개인 일탈을 눈감아주는 것뿐이라는 걸 잊은 채 너무 쉽게 다른 사람들을 욕하고 비난한다. 그 대상이 어느 순간 당신이 되지 않으리란 법이 있을까.


무죄추정의 원칙도, 피의사실공표는 엄연히 범죄라는 것도 한 배우에 대한 사생활 폭로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재판까진 가지도 못했으니 증거재판주의는 그야말로 사치에 불과했다. 마약 혐의로 수사했는데 마약 했다는 증거가 없으니 술집 마담과의 불륜을 끄집어냈고, 그마저도 신통치 않으니 낯 뜨거운 통화녹음 내용을 공개했다. 이게 대체 그 사람의 범죄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이러고도 그 사람이 살아있길 바라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옛말에 사람 셋이 모이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고 했다. 하물며 사람 셋이 아니라 공권력과 언론, 그리고 대중이 합심하여 한 개인의 모든 것을 탈탈 털고 공격을 가했을 때,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수치심과 굴욕이 만들어지고 거기서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이 죽음 말고 무엇이 있을까. 그렇게 해서 결국 우리가 '나의 아저씨' 라 부르며 사랑했던 한 배우가 너무나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였다. 이게 정말 사람 사는 세상이 맞는 것인가 싶다.


그래도 그의 불륜은 잘못된 게 아니냐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그게 대체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냐고. 그게 사실이라 해도 그건 그 사람과 가족 간의 일이지 당신의 삶과는 무관하다는 것은 모른 체하며, 알량한 도덕률 하나만 붙들고 그를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부디 돌이켜보시길. 당신은 정말 흠결 하나 없는, 법과 원칙을 모두 지키는 삶을 살고 있느냐고. 하긴... 그런 걸 돌아볼 줄 아는 '인간' 이라면 그런 저열하고 값싼 비난도 하지 않았겠지만.


그가 떠나고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상실감이 너무 커서 그 사람을 추모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가 나오는 작품도 감히 볼 수가 없었다. 그의 부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탓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부디 그를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이 더이상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며. 그리고... 정말 그곳에선 모욕과 고통 없이 당신의 대사처럼 편안함에 이르시길.


https://youtu.be/72IuThAlcII?si=ipcSctuEXkIDM-1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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