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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Mar 23. 2024

선택지가 없어지면...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가 알려준 것

학교 후배 J가 선물해 준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by 송길영)를 읽었다. 책 내용이 살짝 실망스러울지 모른다는 후배의 우려와는 달리 이 책은 내게 참 많은 인생 과제를 던져주었다. 특히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나'이다'라는 소제목을 읽으며 요즘 내 삶의 화두인 '나이' 에 대한 고민을 들킨듯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런 게 통찰이라는 거구나.


책은 개인이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주제를 무겁지 않게 풀어나간다. 그중 나에게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내용은 최재천 교수의 '상호허겁' 개념을 빌린 일종의 경고 메시지였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의 표현을 인용하여 '상호허겁(mutual cowardice이 인간을 평화롭게 만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서로를 적당히 두려워하는 관계가 생태계에 최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저 사람은 갈 곳이 없다.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라는 신호가 보이면 경쟁 서열 집단에서는 조심성이 사라집니다. 상대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선다는 이야기와 같기 때문입니다.


내가 요즘 나이에 대해 고민했던 건 도태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새로운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결국 퇴물 취급받고 무시당하며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그런 두려움. 그런 조짐들을 회사에서 조금씩 느끼기도 하면서, 만약 내가 오갈 데가 없어지면 이 조직은 날 어떻게 취급할까 하는 그런 공포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읽은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나태했는지를 망치로 머리를 치듯 알려준 경종이었다. 이래서 박웅현 작가가 '책은 도끼다' 라고 했던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하지만 어떻게 나이를 먹을지는 오롯이 내 몫인데, 그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건 참 난감한 노릇이다. 내일이 시험날인데 책 한 번 펴보지 않은 그런 막막함이랄까. 그래서 누군가의 한방에 크게 상처받고 주저앉을 것 같은 불안감을 떨치는 건 앞으로의 내 숙제다. 그래서 요즘 이것저것 들여다보고 일단 해보고는 있지만, 역시 인생은 쉬운 게 없다. 그래도 뭐라도 해봐야겠지. 그러려고 한다.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




조직을 무시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조직이 나에 대한 조심성을 거둬버릴 정도로 대책 없이 살진 말아야겠다고 결심하게 한 것만으로도 이 책의 효용은 충분했다. 인정을 받고 승진을 하며 승승장구하진 않더라도, 말도 안 되는 요구와 무례함은 정중히 거절할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위치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일까. 아... 어쩌면 이게 가장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선물해 준 J는 자신의 생활과 커리어 모든 면에서 발전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처럼 늘 앞으로 나아가는 친구다. 그래서 항상 배울 점을 안겨주는 그런 후배랄까. 그 친구가 좋아하는 등산처럼...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길. 책 선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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