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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아침(Feat. 윤시내) (by 박주원)

좋은 순간은 불현듯 지나가겠지만...

by radioholic
기쁨도 슬픔도 넘치는 사랑도 잠시만 머무는 것
가슴에 고이는 시월의 향기도 언젠가 떠나겠지
웃음도 눈물도 빛나던 기억도 지나면 그만인 것
하지만 오늘은 그리운 누군가 다시 또 만나고파
(박주원, '10월 아침(Feat. 윤시내)' 中)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혹독해지는 만큼 우린 가을을 애타게 기다려왔지만, 가을처럼 짧고 부질없이 지나가는 계절도 없다. 특히 그중에서도 10월만큼이나 순식간에 사라지는 시기가 또 있을까. Barry Manilow의 'When October Goes'가 발표된 지 무려 40년이 넘었음에도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도, 10월이란 시간이 잠시 머물다 떠나가는 것에 대한 회한을 아주 애잔하게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좋은 시간은 유난히 빨리 지나가 버림을 우린 알고 있다. 우리가 화양연화라 일컫는 인생의 아름다운 시절 역시 짧게 빛났기 때문에 더 애틋하게 그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10월 역시 그런 존재다. 결코 길게 머무르지 않고 부지불식간에 지나가버려 야속하고 서운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기다려지는 시간.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선선한 바람과 쪽빛의 하늘, 새하얀 구름의 모습을 머리와 가슴에 남기고 싶어 우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며 발버둥을 치는 것은 아닐까.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마저 아름다운 10월이다


돌이켜보면 살면서 기쁜 순간보다 슬픈 시간이 더 많았고, 좋은 일보단 안 좋은 일의 빈도가 더 잦았다. 불교에서 삶을 '고해'라는 말로 표현하였듯이 우리는 고통으로 채워진 인생을 힘겹게 헤쳐 나가야 하고, 그러다 아주 가끔 우연히 마주치는 기쁨의 시간이 그토록 소중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짧은 희열의 순간을 보내주고 다시금 힘겹고 지난한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언젠가 다시 찾아올 좋은 날을 기다리면서.


박주원의 '10월 아침'은 불현듯 지나가버리는 것들에 대 감정을 아주 담담하면서 묵직하게 노래한다. 박주원의 쓸쓸한 감성이 진하게 묻어나는 기타 선율에 윤시내의 진득하고 회한에 찬 목소리가 얹혀진 이 노래를 듣다 보면, 10월의 좋은 날처럼 잠시 머물다 스쳐가는 것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금 날 감싸고 있는 감정들과 온갖 일들이 영원히 머무르지 않으니, 그것들과 무난히 이별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 삶일 테니까.




보통의 직장인에게 10월은 그저 올해의 미진한 실적을 채우고 내년의 사업계획을 세우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하는, 분주하고 짜증 나는 4분기의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먹고사니즘에 내몰려 고군분투하는 사이에 정작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올해에는 다시 볼 수 없는 10월이 지나가버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시간을 만나기 위해서는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땐 꼭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나 이렇게 좋은 가사와 연주, 목소리로 채워진 노래를 듣고 나면, 종교가 없음에도 다음 생을 기약하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가 없다. 박주원처럼 환상적으로 기타를 치는 사람, 윤시내처럼 진하고 멋진 목소리를 가진 사람... 그리고 이주엽처럼 10월이란 시간을 소재로 이토록 멋진 노랫말을 쓰는 사람. 다음 생엔 그렇게 태어날 수 있을까.


https://youtu.be/rwRCsdlbBZc?si=JLHwf1QMjLixzAL8

10월의 아침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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