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dioholic Apr 25. 2024

너희가 팟타이를 아느냐

쌀국수면이 말했다. 내가 만만하냐고

면을 좋아하는가?

해산물을 좋아하는가?

짠 음식을 좋아하는가?


저 세 가지 질문에 주저 없이 'Yes!!'외치는 나에게 팟타이는 그야말로 신이 내린 음식과도 같다. 새우, 계란과 어우러진 기름지고 짭짤한 면발의 매력은 도무지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성을 가졌으니까. 쿠킹클래스 시간표에 팟타이가 있음을 확인한 순간 망설이지 않고 수업을 예약했다.


요리수업을 통해 알게 된 점은 언제나 대안이란 있다는 것이다. 반드시 레시피 상의 정해진 재료만 써야 그 맛이 나는 게 아니라, 그 재료와 성질이 비슷한 대체재로도 얼마든지 맛을 낼 수 있다는 융통성 있는 세계라는 점이 요리의 매력이 아닐까.


고추기름이 없으면? 식용유를 쓰면 되죠.
피시소스가 없다구요? 멸치액젓을 쓰면 돼요.
집에 타마린드 소스는 없을 거예요. 그럼 식초를 쓰죠.


뭔가 정해진 답안지대로 가는 것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가진 나는, 늘 대안을 알려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참 즐겁게 요리를 배워나가고 있다. 주말에 팟타이 복습을 하려고 냉장고를 여니 웬만한 재료들은 있었지만 고추기름이 없었다. 아쉬운 대로 식용유에 청양고추를 볶아서 고추기름 느낌을 내고 팟타이 조리에 돌입해 봤다.


과정은 늘 간단하다. 재료를 손질하여 준비하고 기름에 야채를 볶다가 새우, 닭가슴살을 넣고 계속 볶고, 재료들을 한쪽에 몰아넣은 뒤 남은 공간에 계란으로 스크램블을 만들고 면을 넣어 볶으면 된다. 참 쉽죠?(참고로 쌀국수면은 생각보다 많이 넣어야 한다. 태국사람들의 4인분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4인분은 많이 다르더라)


과정은 그럴듯해보였다. 그러나...


지난 주말의 첫 번째 복습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일단 면의 양이 너무 적었고, 소스의 맛은 괜찮았으나 고추기름 특유의 기름진 매운맛이 없어 조금 허전했다. 청양고추의 매운맛과 고추기름의 매운맛은 분명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뭐 큰 차이야 있겠냐마는)


심기일전하여 고추기름을 사고 거기에 야채를 볶으니 향이 장난이 아니다. 좋아!!! 쌀국수면을 지난번의 약 1.5배(라고 생각했는데 두 배였나 보다) 가량을 물에 불려 다시 만들었으나 이번엔 그 많은 면이 문제였다. 면의 양이 많다 보니 소스의 수분을 몽땅 먹어버리며 퉁퉁 불었고 소스는 퍽퍽해지고 만 것. 고추기름 덕분에 매콤함과 팟타이 특유의 향은 살렸으나 퉁퉁 불어 떡이 진 팟타이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요리에서 면을 다룬다는 것은 무척 까다로운 일이다. 적으면 마음이 상할 정도로 아쉽고 많으면 불어 터져 요리를 망치는, 그야말로 과유불급의 재료랄까. 그저 소스만 제대로 만들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불어 터진 팟타이가 말했다. 면이 우습게 보이냐고. 나 결코 쉬운 재료가 아니라고 말이다.


인생은 삼세번이라 했으니 나의 세 번째 팟타이는 분명 더 많은 발전이 있겠지.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만의 레시피가 하나씩 쌓여간다. 참으로 즐겁게도^^

나의 첫번째와 두번째 팟타이




작가의 이전글 데파페페를 연주하는 할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