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하늘이 말을 하듯이 아직 하루해는 길기만 한데 기다림에 지쳐 그리움에 지쳐 무겁기만 한 이 마음 (황치훈, '가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中)
아침 운동을 가려고 새벽에 나와보니 코끝이 찡하다. 덥다덥다 타령을 하며 힘겹게 여름을 보낸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가을 없이 훅 하고 겨울을 맞이하는 기분이랄까.사계절이 아름다운 우리나라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마을버스를 기다리다가 문득 '아... 가을이 간다...'란 생각이 들면서 故황치훈의 '가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란 노래가 떠올랐다.
예전 노래를 들으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은 가사가 멜로디와 어우러져 귀에 들어오면, 그 노래가 이야기하는 장면이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머릿속에 새겨진다고할까. 그 가사들에 쓰인 문학적인 비유와 표현들을 듣고 있으면 잘 쓰여진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해야 하는 쓸쓸한 감정이 오롯이 느껴져서 좋다. 억지로 멋진 표현을 쓰려하지 않고 그냥 독백하듯 툭툭 던지는 노랫말은 오히려 늦가을의 스산한 풍경을 전해주는 것 같아서 한번 들으면 반목해서 듣게 되는 노래다.
가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요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사랑받는 '추억속의 그대'를 부른 故황치훈은 너무 빨리 유명을 달리해 안타깝기만 한 가수다. 그가 남긴 또 다른 명곡인 이 노래는 가을이면 라디오를 통해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며 그의 빈자리를 더 크게 느끼게 만든다. 부디 고인의 명복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