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장이 무너지는 소리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아쉬움이 쌓이는 소리
내 마음 무거워지는 소리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리 아버지가 돈 버는 소리
내 마음 안타까운 소리
(노래를 찾는 사람들,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 中)
전성기 시절 '개그콘서트'가 그토록 웃기면서도 슬펐던 이유는 당시 이태선 밴드가 연주하던 엔딩 BGM 때문이었다. 눈물 쏙 빼도록 재미있던 모든 코너가 마무리되고 'Part-Time Lover'가 연주된다는 것은 즐겁던 일요일이 끝나고, 이제 힘겨운 월요일을 맞이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란 뜻이었으니까. 하지만 내 기억 속 일요일을 보내는 노래의 원류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부른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였다.
일요일 오후에 하던 '퀴즈 아카데미'가 끝나고 엔딩곡으로 발랄한 멜로디에 실려 나오던 이 곡이 난 그렇게도 좋았다. 실제로 이 노래가 나오던 시간이 오후 6시쯤이었으니 시간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노래 제목이 신기하기도 했고, 통통 튀는 박자가 어린 마음에 그저 신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로부터 약 35년이 넘게 지난 지금, 이 노래는 참 힘겨운 무게감으로 마음에 다가온다. 세상에... 일요일이 가는 소리라니.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슬픈 소리가 아니던가.
학교 다닐 때는 물론 회사를 다니기 시작할 때도 그랬고, 퇴직을 할 때까지도 일요일은 이완과 긴장이 공존하다가 결국 긴장이 이완을 몰아내는 그런 시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다시 전쟁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직전의 시간, 나에게 가장 편안한 사람들과의 좋은 한 때를 마무리하고 보기 싫은 누군가들과 부대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 바로 일요일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일요병을 없애는 좋은 방법은 일요일에 출근하는 것이라던 어느 정신 나간 뉴스 기사의 해법을 따를 수는 없는 지경이고. 아무튼 그렇게 답답한 마음으로 일요일을 보내야 하는 나이가 되고 나니, 웃찾사의 이 노래가 참 아프게 다가왔다.
이 곡이 나온 1987년 이후 반세기 조금 안 되는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노래 가사 속에 나오는 엿장수, 두부장수, 동전은 이제 거의 없어진 존재가 되었고, 가게 아줌마와 새마을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KTX로 대체되었다. 이렇게 지나간 노래를 들으면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에 마음이 아파지면서도, 그것들을 잊지 않도록 해주는 음악의 소중함도 느끼게 된다. 이렇듯 노래는 그 시대의 모습과 정서를 품은 아주 중요한 아카이브로 영원히 남겠지. 일요일을 힘겹게 보내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노래로 함께 위로를 받아보시면 좋겠다.
https://youtu.be/f2Cf67eAcqM?si=3RhBHma_Sq1F2H4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