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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일기.

야밤의 쉰소리.

새벽녘에 내린 비로  촉촉해진 아침 공기가 상쾌했다.

잠결에 들리는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음악 같아

잠결에도 너무 좋다고 중얼거렸던 기억이 꿈처럼 남는다.


물기가 묻은 슬리퍼를 툭툭 털어 신고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감들이 며칠 새 더 익어 가고 있다.

내일 도자기 공방에 가져가야겠다 하고 잘 익은 열매들이 달린 가지 몇 개를 잘랐다.

이렇게 가을을 담아 가면 공방 금요팀 식구들이 좋아하겠구나 싶다.


한국에 있는 남편과도 보스턴에 있는 작은 아들과도 오늘은 페이스 타임을 두 번씩 할 수 있어 계 탄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보스턴 하늘이 우리 아들들처럼 예뻐 보여서 몰래 캡처를 했다.

학교 보내기 전에 너무너무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먼 곳에서 씩씩하게 잘 지내주는 작은 아이가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이 가득이다.

생전 처음 엄마와 멀리 떨어진 작은 강아지.

혼자서도 알아서 잘해주니 걱정 많은 엄마가 마음이 많이 놓인다.

출근하는 남편과도 길게 페이스 타임으로 통화를 했다.

잠깐이지만 이렇게라도 얼굴을 보니 참 좋다.

스마트 해진 전화기 덕에 이런 호사를 누린다.

큰 아들 막 태어났을 때는 교환 학생으로 플로리다에 갔던 남편과 국제 전화 한 통 하는 게 그렇게나 어려웠었는데 이제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도 얼굴을 보며 편하게 통화를 한다.

세상 참 좋아졌다 감탄하는 나는 정말 옛날 사람이 맞나 보다.


바느질한다고 하루 종일 구부정하게 있던 몸을 펴주느라 별이 총총한 밤하늘 아래서 동네 산책을 하다가 여자 친구 만나러 나갔다 들어오는 큰 아들과 마주쳤다.

일하느라 연애하느라 바쁜 아들이 엄마 주려고 사 왔다며 차에서 식빵 봉지를 흔든다.

별처럼 예쁜 아들들.

불빛에 밝아 보이는 하늘을 사진 찍었더니 이리도 별이 많다.

 별들은  저곳에  있는데 허덕 허덕 오늘만 살아가느라고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한다.

혼자서 만들어낸 삶의 무게에 점점 거북목이 되어 하늘 한번 올려다보기가 어렵다.

 보이는 것만 쫒느라 불빛에 가려져 있는 별들을 지나치고 살다가 가끔 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면서도 매번 새로 보는 것처럼 예쁘다감탄을 해단다.




불빛이 가려진 별들처럼 현실에 가려진 희망도 늘 곁에 있음을 잊지 말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참 뜬금없이 든다.

무슨 결론이 이런 신파로 끝나나.


걷다 보니 밤안개가 가로등 아래로 가라앉는다.

가을이 익어 간다.

마당에 감도 익어 간다.

그리고 시간도 그렇게 익어 간다.


멍하고 있다 문득 정신이 들어 보니 벌써 11월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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