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비가 종종 왔다. 건조하다 싶으면 하늘은 한 번씩 비를 뿌려준다. 큰 산불은 비가 오지 않으면 끄기가 쉽지 않은데 모든 산이 다 타버리기 전에 하늘은 은혜를 베푼다. 조화롭다.
비가 오는 날 지하철 안 풍경을 그려보았다.
봄비지만 보슬보슬 예쁜 비가 내리는 날은 아니다. 종일 우중충하게 하늘을 뒤덮은 구름이 무거운 물방울을 떨구느라 사방을 시끄럽게 하는 그런 날의 지하철 안 풍경을 담은 시이다.
젖은 우산 젖은 발
지하철로 찾아드는 사람들
물에 젖은 바닥을 총총히 걷는 사람들
봉지 하나에 우산 하나 꽂아 들고
계단 밑으로 스며든다
지하철 안 사람들은 쌓인
볏짚처럼 말이 없고
양철지붕 두드리는 빗방울
같이 공간을 휘젓는 안내 소리
젖은 외투 젖은 가방
몸 가까이 끌어당기고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꼬옥 다잡는 우산
주머니에 목소리를 집어넣은 사람들
멍한 눈 몇 개가 허공을 가로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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