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상하는 토끼 Jun 30. 2024

어른이 된다는 것

불안이와 함께 살아가는 법

※ 영화의 내용을 일부 포함합니다. 


인사이드아웃 2가 개봉했다. 

2편에서는 주인공 라일리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감정들이 추가되었다. 

그들의 이름은 '불안', '당황', '따분', '부럽'. 

사춘기와 이러한 감정들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사춘기는 아동기를 벗어나면서 신체, 정서, 인지적으로 많은 발달이 일어나는 시기이다. 부모로부터 분리되어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이때 '나'라는 자의식이 발달하면서 '자기 모니터링'이 강력해진다. 자기 모니터링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응시하는 것으로, 타인의 반응을 살피면서 자신의 말과 행동이 적절한지 판단하고, 상황에 맞춰서 조정해 나가는 기능이다. 우리가 자기 전에 이불 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기 모니터링 기능 때문에 눈치 없이 떠들던 자신의 모습을 타인의 눈으로 재생하며 다른 사람이 어떻게 나를 생각할지를 다양한 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조망하며 자아를 형성해 나가기 때문에 타인에게 이상하게 보일까 봐 당황하고 소외될까 봐 불안해하며 타인의 잘난 점에 쉽게 부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대인 기술이 능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을 끊임없이 의식하는 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따라서 따분이는 시니컬하고 무심한 태도를 보여서 중요하지 않은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한다. 



사춘기에 두드러지는 당황, 불안, 부럽, 따분


이 4가지 감정 중에서 불안의 힘이 가장 크다. 자의식 발달과 더불어 사춘기의 핵심 과제는 또래 집단으로부터 소속되고 인정받는 것이다. 안전지대가 부모에서 또래집단으로 이동하면서, 또래로부터 소외될 때 엄청난 불안이 올라온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뇌에서는 집단에서의 배제되는 것을 죽음과 연결시킨다. 따라서 불안은 생존을 위해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한다. 


불안의 지배 아래, 레일리는 소외되지 않으려 갖은 애를 쓴다. 타인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자신의 진심을 쉽게 외면하고, 배움의 과정보다 결과에만 초점을 맞춰서 스스로를 혹독하게 몰아붙인다. 그러나 목표를 향해 온 힘을 쓰는데도, 자신이 부족하다는 신념만 커지고 더욱 불안해진다. 폭주하는 불안이 뒤로 모든 감정들이 소외된다. 모두가 이 모습에 공감을 느낀다. 다들 겪어봤고, 또 지금도 겪는 마음이기에 영화를 본 어른이들이 아래의 대사를 명대사로 꼽은 게 아닐까. 


 “어른이 된다는 게 이런 건가 봐 기쁨이 줄어드는 거“





인사이드 아웃 2의 흥행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안의 통제하에 있는지를 반증한다. 불안이의 전략대로 열심히 했는데, 남들에게 인정받을만한 조건을 갖췄는데, 왜 여전히 관계와 일이 두려울까? 


흔히 자신감은 성취 경험으로 형성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반쪽 짜리임을 온몸으로 경험한 적이 있다. 임용 고시를 보기 전에 나는 늘 크고 작은 시험들에 한 번에 합격했었다. 임용 학원 선생님도 내 모의고사 점수를 보고 합격할 거라고 했다. 그럼에도 결과가 발표 나기 전까지 엄청 암울했다. 내가 그토록 자신 없었던 이유는 실제 능력과 별개로 '절대 실패해선 안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전의 시험들도 한 번에 끝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상위권으로 합격했지만, 그때의 마음고생을 잊을 수 없다. 실패해도 자신을 수용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 위로 성취 경험이 쌓였을 때 온전한 자신감으로 빛날 수 있음을 배웠다. 


영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눈물 흘렀던 장면이 있다.

감정이들이 모두 레일리의 자아를 끌어 앉는 모습. 

잘나든, 부족하든, 보기 좋든 싫든, 어떤 자기 안의 모습도 자체로 존재할 있도록 온 마음으로 느껴주는 것, 자기 수용이 불안이를 쉬게 한다.



" 라일리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결정할 수 없어" 


되고싶은 나의 모습을 하나의 외줄로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쓰는 동안에는 기쁨을 느낄 수 없다. 떨어져도 넉넉하게 품어줄 든든한 에어백이 있을 때, 줄 타기는 하나의 도전이 될 수 있다. 떨어지고 다시 시도하고를 반복하면서 노하우를 터득하며 계속하고 싶은 놀이가 될 수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불안을 다루는 법을 터득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자유로부터 도피하지 않기 위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