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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독따독 Aug 19. 2022

소복이 쌓이는 너처럼

나도 너처럼



눈이 내린다.
고운 눈이 소복이 쌓인다
손목 스냅의 반복으로 정성스레 걸러진 눈은 아무도 밟지 않아 포근하고 따뜻하다.

오늘은 뭘 만들까?
이전에 이미 레시피가 정해져야 한다.
미리 세운 계획이 없었다면 너는 암흑 속에 대기 중.

내 마음도 대기 중이다.
무엇을 망설일까?

결정장애  
54년을 쉼 없이 뛰고 있는 심장은 도전하라 한다.
54년을 웅크리고 있던 종지 그릇은 두려워한다.
이 안에서 싸우고 있는 널 진정시키려면 결정해야 한다.

이미 정했다면 시작한다.
정해진 수순대로 팬닝 할 그릇에 종이를 깔거나 버터를 발라 준비하고
가루를 계량해 섞고
그다음 책받침 같은 도마를 펼쳐 눈을 흩뿌린다.

고운 친구들.
밀가루 전분 같은 곱디 고운 파우더들은 벌써 저만치 달아났다.
함께 했던 거친 소금과 아몬드가루
터프한 친구들 참 골칫덩이다.
그래도 없으면 안 되는 너희들은 식감과 맛을 좌우한다.
  

‘뽀작 뽀작’

남겨진 소금과 아몬드가루는 조급하다.
굵은 입자가 걸러지거나

튼튼한 망에 마모되어 갈리고…..

우왁스런 손가락을 통해 체에서 벗어난다.
웃음이 묻어난다.

나도 체에 걸러지고 싶다.
거친 내 모습이 체를 통과해 곱고 부드럽게

변하고 싶다.
나도 체에 걸러지고 싶다.
부끄러운 서툰 내 것을 체에 내려 

조금 성숙되길 바란다.
감싸고 싶다.  
밀가루가 견과류를 감싸듯 다른 재료를 엉겨 붙게 하듯 그렇게 곱디 고운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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