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똥 그거 나도 만들어볼까?
열쇠 주셔야죠…..
그래 이제 내열쇠가 아닌 거구나.
“엄마 망해서 이제 백수야?
아이와 통화 중 거슬리는 말을 한다.
맘에 안 든다.
‘망’이란 말도 쉬쉬 하는데 ‘백수’라니.
으이그~~~~~이뻐죽겠네.
그래 망이라고 먼저 이름 붙이면 망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 안에서 ‘망’ 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단다.
젊어서 해봤어야 하는데
이제야 ‘하는’ 맛을 알았거든.
백수라고 해도 미쳤다고 해도
주책바가지라고 해도….
숨이 다하는날 불구덩이에서 나온 한 줌이
납골함에 들어갈 때 까지도
그 안에서 하늘하늘 춤추며 도전할 거다.
그래, 아직 끝이 안 났거든.
잘해서 쭉쭉 밀고 나가는 게 아니라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세상에 틀어진 방향 같은 건 없다는 걸 알았어)
속도가 늦다고 해도
해볼 거야.
아니지,
이미 하고 있어.
너… 초딩때 지우개 똥으로 포켓몬 만드는 거 뒤에서 다 봤었어.
나무젓가락 엄청나게 모으더니 네 몸통만 한 활이랑 화살 만드는 거 봤지.
쓸모없는 건 세상에 없단다.
네가 지우개 몇 개 엄청나게 문질러대더니
그게 공부의 결과가 아니라 포켓몬이 되었잖니.
엄마가 하는 짓이 쓸모없는
일분일초 같아 보이지만
알 수 없는 걸껄?
이것저것 맘 가는대로 해보며
살아있음을 확인할 거야.
나만의 지우개똥이 되고,
나만의 나무젓가락이 될 거야.
그게 의미 없는 결과가 되더라도.
백수는 이제 도서관 순례도 하고
세상 구석구석을 다닐 거야.
뭔 가..
일을 꾸미고 다닐 거거든.
그래서 엄만….
내가 하고있는 삽질이
‘망’
아니고
‘득’
이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