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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독따독 Dec 19. 2023

엄마 망해서 이제 백수야?

지우개 똥 그거 나도 만들어볼까?



열쇠 주셔야죠…..

그래 이제 내열쇠가 아닌 거구나.




“엄마 망해서 이제 백수야?

아이와 통화 중 거슬리는 말을 한다.

맘에 안 든다.



‘망’이란 말도 쉬쉬 하는데 ‘백수’라니.

으이그~~~~~이뻐죽겠네.



그래 망이라고 먼저 이름 붙이면 망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 안에서 ‘망’ 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단다.

젊어서 해봤어야 하는데

이제야 ‘하는’ 맛을 알았거든.


백수라고 해도 미쳤다고 해도

주책바가지라고 해도….


숨이 다하는날 불구덩이에서 나온 한 줌이

납골함에 들어갈 때 까지도

그 안에서 하늘하늘 춤추며 도전할 거다.

그래, 아직  끝이 안 났거든.



잘해서 쭉쭉 밀고 나가는 게 아니라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세상에 틀어진 방향 같은 건 없다는 걸 알았어)

속도가 늦다고 해도

해볼 거야.

아니지,

이미 하고 있어.


너… 초딩때 지우개 똥으로 포켓몬 만드는 거 뒤에서 다 봤었어.

나무젓가락 엄청나게 모으더니 네 몸통만 한 활이랑 화살 만드는 거 봤지.




쓸모없는 건 세상에 없단다.

네가 지우개 몇 개 엄청나게 문질러대더니

그게 공부의 결과가 아니라 포켓몬이 되었잖니.


엄마가 하는 짓이  쓸모없는

 일분일초 같아 보이지만

알 수 없는 걸껄?



이것저것 맘 가는대로 해보며

살아있음을 확인할 거야.

나만의 지우개똥이 되고,

나만의 나무젓가락이 될 거야.

그게 의미 없는 결과가 되더라도.





백수는 이제 도서관 순례도 하고

세상 구석구석을  다닐 거야.

뭔 가..

일을 꾸미고 다닐 거거든.

그래서 엄만….




내가 하고있는 삽질이


‘망’

아니고

‘득’

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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