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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카치 Jun 08. 2021

19. 소소한 용산구 곳곳 산책 하나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나 홀로 걷기

https://youtu.be/znR0vfjWBDo


백범로 87길과 그 주변은

유명 프랜차이즈 쌀빵을 사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곳이다.

알려진 유흥가가 아니라

그 동네 사람들의 상가거리라는 뜻이다.


그날 날이 좋아서인지 평일인데도

동네 사람들이 죄다, 밖에 나와 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불빛이 예뻐서 기웃거린 것뿐인데,

상점 하나하나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늦은 시간이 되었다.

도심과 비교해서 절대 밀리지 않는 가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소한 이야기 1>


나의 첫 해외여행은 동경이었다.

시부야의 간판과 하라주쿠의 코스프레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당시 내게 동경은 화려함의 대명사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몇 년 전, 다시 동경을 방문했을 때

나는 그만 멘붕에 빠져버렸다.

골격은 남아있는데, 화려함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낡고 수수하다고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생기가 없어졌다고 할까?

아무튼 내가 좋아했던 동경은 아니었다.


인형 같았던 초등학교 동창을,

졸업하고 수 십 년 후, 나이 들어 다시 만나면

이런 기분이 들까?


그러나 이곳저곳 걷다 보니 동경의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중심부가 멈춘 사이에 변두리와 근교가 세련된 방향으로 발전한 것이다.

그 바람에 도시 전체가 균등해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많은 부분에서 서울이 동경을 앞서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점차 그런 추세로 가고 있다.

요즘 쇼핑센터나 대형마트는 변두리로 갈수록 모던해진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중심부에는 더 이상 개발할 곳이 없으니 외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에서는 더 넓게 자리를 잡을 수 있으니까.

게다가 업그레이드된 기술로 새롭게 만들어내니

눈에 띄는 건물이 생산될 수밖에.


작은 가게도 마찬가지여서 요즘은 동네에도 흥미로운 곳이 많다.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된 느낌이다.


백범로의 개성 넘치는 가게들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을 했다.



사소한 이야기 2>


효창공원역에서 나오면 바로 경의선 숲길로 이어진다.

홍대 구간과 비교하면 조용하고 소박하다.

내가 걸었던 거리는 카페보다 레트로풍의 bar가 더 많았다.

BGM으로는 7080 음악이, 알코올은 40도 전후의 독주가 잘 어울리는 곳이다.



이쪽 구역에서 도보로 삼각지역에 가려면 어마 무시한 규모의 육교를 건너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나름 진풍경이 펼쳐진다.



그간 잊고 있었는데, 이곳은 전자상가를 품고 있는,

원조 전자도시 용산인 것이다!



용산구 곳곳에서>


이번에 처음 가본 곳.


언젠가 여기서 꼭 한잔 할 테다!


카페나 술집인 줄 알고 기웃거렸는데, 전혀 다른 가게인 경우가 있다.

송도에서는 이발소가, 백범로에서는 정육점이 그랬다.


개성 있고 유니크한 곳이지만 아쉽게도 그곳에 들어갈 기회는 없을 것 같다.

지나가다가 불쑥 들어가 차나 술을 마실 수는 있지만

가게가 예쁘다는 이유로 갑자기 이발을 하거나

쇠고기를 사는 일은 좀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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