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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작가 Apr 03. 2021

가짜 뉴스를 간파하는 뇌를 만드는 5가지 습관

“노력하면 된다? 1만 시간의 법칙은 틀렸다.”



위와 같은 제목을 달고 인터넷을 잠깐이지만 뜨겁게 달군 기사가 있었다. 기사의 내용은 권위 있는 학술지 <심리과학>에 논문이 하나 실렸는데 내용인즉슨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 재능이 없으면 따라잡기 힘들다’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학술 분야뿐만 아니라 음악,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실력의 차이는 노력한 시간보다 선천적 재능의 영향력이 훨씬 더 압도적이라는 내용을 기사는 전하고 있다. 


가짜 뉴스다. 가짜 뉴스는 잘못된 정보를 전하는 오보(misinformation)와 의도적으로 거짓된 정보를 전하는 허위정보(disinformation)가 있다. 위의 기사는 전형적인 오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기사는 <뉴욕타임스>의 ‘Do You Get to Garnegie Hall? Talent’라는 해외 기사를 기초로 작성되었고 참고 논문은 <Deliberate Practice and Performance in Music, Games, Sports, Education, and Professions: A Meta-Analysis>이다. 오보한 기사는 논문의 내용을 완전 잘못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나 논문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결론을 언급하고 있다.(*오보의 더 자세한 내용은 글 말미에...)


우려가 되는 점은 이런 오보를 통해 ‘노력 무용론’과 ‘재능 결정론’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심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오보보다 더 문제가 있는 가짜 뉴스는 허위 정보이며 요즘은 뉴스 기사뿐만 아니라 유튜브, SNS, 커뮤니티에서 의도적으로 조작된 지식, 정보, 사실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가짜 뉴스들은 때때로 우리들에게 그릇된 신념과 잘못된 의사결정이라는 최악의 선물을 선사해 준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생각하는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지적 능력은 가짜 뉴스를 간파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가짜 뉴스를 간파하는 뇌를 만들 수 있을까?


바로 이런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나온 책이 오늘 강력하게 추천할 큐블리케이션 책 <똑똑하게 생존하기>이다. 원제는 <Calling Bullshit>으로 가짜 뉴스 같은 헛소리(bullshit)를 간파하고 반박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주는 책이다. 



나는 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똑똑하게 생존하기>처럼 노벨상 수상자 3명이 동시에 추천하는 책을 보지 못했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 애커로프, 201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솔 펄머터, 201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로머가 <똑똑하게 생존하기>을 강력하게 추천했으며 특히 조지 애커로프는 다음과 같이 극찬했다.


고전이 될 만한 책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사서 읽어라.
이 책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 진실에 대한 존중과 믿음이 사라지는 것에 관해 다룬다. 문학적으로도 걸작이다. 모든 페이지, 아니 모든 문단에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똑똑하게 생존하기>는 4.2 이상이면 평가가 매우 좋은 아마존에서 4.6/5점, 3.9 이상이면 평가가 매우 좋은 굿리즈에서 4.17점을 받아 대중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똑똑하게 생존하기>는 목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1~3장에서는 헛소리의 발생, 양상, 본질 등을 다룬다. 4~9장에서는 여러 유형의 헛소리를 다루고 10~11장에서는 내용을 종합하여 헛소리를 간파하고 반박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럼 <똑똑하게 생존하기>의 내용을 중심으로 가짜 뉴스를 간파할 수 있는 뇌를 만들 수 있는 습관 몇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1. 출처에 의심을 품는 습관


가장 중요하지만 생각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알고 있으면서도 묵과하는 내용이다. 특히 요즘에는 언론사, 유튜브, 심지어 커뮤니티까지 당파성이 짙다. 진보 매체, 유튜버, 커뮤니티에서는 보수 정치와 관련된 가짜 뉴스가, 보수 매체, 유튜버, 커뮤니티에서는 진보 정치와 관련된 가짜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자신의 신념과 입맛에 맞는 정보라고 넙죽 받아먹기만 했다가는 가짜 뉴스를 만든 이들에게 놀아날 수가 있다. 가짜 뉴스의 본질은 <똑똑하게 생존하기>에서 언급했듯이 가짜 뉴스 출처자들의 금전적, 사회적, 정치적 이득과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특히 주식, 부동산 등의 금융정보도 출처를 의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헛소리에 넘어가 당신의 평생 재산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똑똑하게 생존하기>에서 소개한 ‘내 남편은’의 플랫폼별 문장 완성이다. 페이스북만 보는 사람은 사람들이 남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여길 것이고 구글만 보는 사람은 남편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여길 것이다. 정보의 출처는 사람뿐만 아니라 알고리즘도 포함된다. 



2. 과학을 맹신하지 않는 습관


‘연구에 의하면...’


안심이 되고 믿음이 가는 마법 같은 문구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 또한 이 마법 같은 문구에 자주 현혹될 뿐만 아니라 글을 쓰면서 매우 빈번하게 쓰는 문구이다. 물론 과학은 그 어떤 것보다 근거로 삼기에 훌륭한 대상이다. 하지만 과학을 맹신에서는 안 된다. 과학이 대단한 이유는 스스로를 수정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수정된 과학적 사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은 진리가 아니다. 



<똑똑하게 생존하기>는 헛소리를 가장한 과학 논문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어떻게 간파할 수 있는지를 다양하게 알려준다. <똑똑하게 생존하기>의 저자는 워싱턴 대학교 생물학 교수(칼 벅스트롬)와 워싱턴 대학교 정보대학원 부교수(제빈 웨스트)로 둘 다 과학자이다. 그래서 그런지 <똑똑하게 생존하기>에는 과학 논문들의 민낯을 철저하게 드러내 준다. 


3. 숫자를 꼼꼼히 따져보는 습관


숫자는 객관성이라는 후광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정보에 적절한 수치가 나열되면 우리는 그 정보가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수치를 교묘하게 조작한 헛소리들이 자주 등장한다. 사람들이 꼼꼼히 따져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숫자를 따져볼 필요는 없다. 4번에서 언급할 그래프에도 마찬가진데 <똑똑하게 생존하기>에서는 놀라운 주장이 담겨 있는 숫자와 그래프는 반드시 의심을 해 보라고 권고한다. 수치가 놀라운가? 충격적인가? 환상적인가? 대단한가? 그렇다면 그 뉴스는 가짜 뉴스일 확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매년 90억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라는 주장이 담긴 글이 있다고 해 보자. 90억 톤이라니. 놀라운 수치다. 방송에서 보았던 바다의 쓰레기 섬이 떠오르면서 진짜 심각하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놀라운 수치?? 놀랍다면 따져봐야 한다. 인구는 약 80억 명이다. 그렇다면 1 사람이 1년에 1톤씩 플라스틱 쓰레기를 그것도 바다에 버려야 가능한 수치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똑똑하게 생존하기> 저자들은 정확한 수치를 찾아보았다. 찾아보니 연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90억 톤보다 1000배나 낮은 900만 톤이며 역사를 통틀어야 80억 톤이 된다. 


환경 문제는 심각하다. 하지만 매년 90억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질 만큼 디스토피아는 아니다.


자 그렇다면 국내 1천만 가입자, 2천만 다운로드 식의 기업 홍보 문구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놀라운 수치이기에 의심해 봐야 한다. 2천만 다운로드라면 5명 중에 2명은 다운로드를 하여야 하며 1천만 가입자라면 5명 중에 1명은 가입되어 있어야 한다. 주변 지인을 살펴보고 자료를 직접 찾아보자. 실체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4. 그래프에 현혹되지 않는 습관


시각적 정보는 우리의 이해력을 높여준다. 쉽게 이해되니 그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숫자와 마찬가지로 놀라운, 그럴듯한, 대단한 정보가 담긴 그래프를 보았다면 내가 지금 현혹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똑똑하게 생존하기>에 나온 그래프를 몇 개 보자. 아래 그래프를 보면 미스 아메리카의 나이와 고온 살인의 상관관계가 뚜렷해 보인다. 뭔가 으스스하다. 아니 이런 관계가 있을 수 있나? 대단해 보이면 의심해 보자.



시계열을 늘려보면 그래프는 다음과 같이 나온다. 역시 둘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다음 그래프를 보자. 사망 연령과 음악 장르인데 놀랍다. 메탈, 랩, 힙합 뮤지션들은 일찍 죽을 운명인가? 블루스, 재즈보다 더 과격하고 급진적으로 보여서 그럴듯한 느낌도 들긴 하다. 정보가 놀랍다? 자 의심해 보자.



<똑똑하게 생존하기> 저자들이 앞의 그래프의 원 데이터를 추적해 보았다. 추적 결과 그래프는 헛소리로 판명되었다. 랩과 힙합이 생긴지는 4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랩과 힙합 뮤지션들은 10~20대 때 보통 데뷔한다. 그래서 연구 시점에 살아있는 뮤지션들이 대부분이었다. 살아있는 뮤지션들은 통계에서 빼고 죽은 뮤지션만 통계에 넣은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랩과 힙합 뮤지션들의 평균 사망 연령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똑똑하게 생존하기>에서는 이를 ‘데이터 관측 중단’에 따른 ‘선택 편향’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5. 독서 습관


앞에 언급한 습관 이외에도 <똑똑하게 생존하기>에서는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혼동하지 않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에 속지 않기' 등 다양한 비기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들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짜 뉴스를 제대로 간파할 수 있는 뇌가 되기 위해서는 독서하는 뇌가 되어야만 한다. 독서 습관은 풍부한 배경지식과 논리력을 길러 준다. 이 두 가지 능력이 큰 사람은 당연히 가짜 뉴스의 허점을 제대로 파악할 확률이 크다.


서두에 언급한 ‘노력과 재능’ 관련 기사에 내가 의심을 품은 이유는 개인적으로 관련 분야에 관심이 커 많은 관련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문헌들과 뉴스의 주장은 상충되었고 찾아본 논문 또한 내가 이미 자세히 알고 있는 대가 연구의 대가인 안데르스 에릭슨 교수의 ‘의식적 노력’에 관한 것이라 기사의 문제점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독서 습관은 가짜 뉴스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대량살상 수학무기>의 저자인 캐시 오닐과 <포브스>는 <똑똑하게 생존하기>은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교과과정에 넣어야 된다고 극찬했다. 나 또한 격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가짜와 기만이 판치는 세상에 우리는 가짜 뉴스와 각종 헛소리들을 간파하고 반박할 수 있는 뇌가 되어야 한다. 


<똑똑하게 생존하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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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에는 “논문의 결론은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 재능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논문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논문에는 그런 말이 없다. 논문은 에릭슨 교수의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이 성과(performance)를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메타 분석이며 의식적인 연습이 성과에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에릭슨이 주장한 것만큼은 아니라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논문은 노력과 선천적 재능을 비교하지 않았다.


또한, 기사에 등장한 “잭 햄브릭 미시간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노력과 선천적 재능의 관계를 조사한 88개 논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학술 분야에서 노력한 시간이 실력의 차이를 결정짓는 비율은 4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스포츠·체스 등의 분야는 실력의 차이에서 차지하는 노력 시간의 비중이 20~25퍼센트였다.” 등의 내용 등도 논문의 내용을 잘못 전하고 있다. 의식적인 연습은 ‘노력 시간’과는 다른 개념이며 다시 말하지만, 논문은 노력과 선천적 재능을 비교한 것이 아니라 의식적인 연습이 성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메타 분석이다. 


심지어 “어떤 분야든 선천적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대가가 될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결론이다.”라는 기사의 내용은 완전히 잘못된 내용으로 논문도 뉴욕 타임스에도 이런 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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