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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뉴 Jul 06. 2019

햇살이 뜨거워질 때 나는 알았다

비교하는 것은 한순간



꽉 닫힌 차 문을 열고 들어가면 40도가 넘는 수박밭 비닐하우스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아오, 더워!’ 있는 모든 짜증을 쏟아냄과 동시에 얼른 시동을 걸어 창문을 열고 에어컨을 튼다. 그러고 잠시 있으면 바깥과 차 안이 같아진다. 준비가 된 나는 신경질적으로 페달을 밟는다. 부릉.


나는 시골길을 좋아한다.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고 달리는 시골길은 매력이 너무 많다. 가끔은 거름 냄새도 나고, 벌레도 들어온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식물들의 향기도 은은하게 들어온다. 벌레들이 내 차에 부딪쳐 운명을 다하시는 것만 빼면 참 괜찮다.





밤에는 풍경을 잘 볼 수 없지만, 오늘같이 오후에 퇴근을 하게 되면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아름답게 보인다.(아무래도 일찍 집에 가서 그런가 보다)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내 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이 멋있다. 구불구불한 마을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왕을 반겨주는 것 같은 가로수와 곧게 뻗은 길, 그리고 서쪽부터 변하는 하늘 색깔까지. 모든 게 아름답게 보이는 내 앞의 모습이다. 그 순간, 사이드 미러로 뒤를 보았다. 조금 전 내가 앞에서 보았던 모습보다 뒤에서 보는 모습이 더 멋있어 보였다. 그러자 내 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시시해져 버렸다. 사람이 참 그렇다.


이내 큰길에 들어선 나는 집으로 도착할 때까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변덕스러움이 1초밖에 안 되는 내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20여분을 더 달려 집에 도착할 무렵, 나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내가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부족한지. 어느덧 서른 살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은근히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그러니 남들의 모든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아,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
저 사람처럼 꼭 해봐야지.
난 왜 안 되지? 그분은 하던데...
난 아직도 여기네, 친구들은 벌써 저만큼 앞서 가는데.
도저히 할 게 없어. 나 이제 어떡하지?


잘 될 리가 없다. 고민을 해도 소용없다. 인생은 객관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것으로, 나는 나의 것으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 머릿속에 이미 수 천 번은 새긴 ‘비교하지 말자’라는 문장을 나는 또다시 어기고 있었다. 내 것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덕분이다.


내 삶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질문과 답이다. 절대로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 안 된다. 이미 나보다 수십 음 앞서 나간 사람을 쫓아갈 필요 없다. 그 대신 나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뛰어보았기 때문이다. 혹시 인생이 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면, 누가 더 빨리 그 원을 완성할지 모른다. 자꾸 이것저것 기웃거리고 비교하다 보면 내가 그려야 할 원의 반지름만큼도 그리지 못할 것이다.




흔하고 흔한 뻔한 이야기. 매번 같은 질문과 같은 해답을 내리는 나. 다시 내린 해답은 비교하면서 잃어버린 내 것을 찾는 것, 그리고 내 것을 더욱 계발하는 것이다. 내 앞의 모습이 멋있다가도 더 멋진 뒤의 모습을 보면 내 앞의 모습이 금방 시시해지는 것처럼, 비교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사방이 좋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은 늘 부족해 보이니까.


햇살이 뜨거워지기 시작한 요즘, 나는 다시 깨달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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