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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뉴 Jul 06. 2024

불안 밀어내기

사진의 이유 1

  인터넷 기사나 유튜브 댓글을 가끔씩 보면 일찍 삶을 마감하고 싶은 사람들을 적잖이 볼 수 있다. 그 댓글에 달리는 수없이 많은 위로의 댓글들이 위로가 되는지 안 되는지 나는 알 수 없다만, 적어도 그 수많은 시도들이 삶을 마감코자 한 어떤 당사자의 삶을 흔들어 깨우는 데는 일조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그런다. 인생은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 불안은 이윽고 우울로 이어져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과거나 현재나 먹고 자고 싸고 살아야 하는 인간의 삶은 변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인간의 노력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것이 본능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까 10년도 훨씬 지난 일이다. 스무 살 초중반의 나는 혼자 힘으로 세상을 버텨나가고 있었을 때였다. (가족과 주변 분들의 도움을 무시할 수는 없다) 식비를 제외한 기숙사비만 내었기 때문에,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면서 가장 비굴하게 살아야 했던 때였다.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모든 것이 최악이었던 그 해는 지금도 내 뇌 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도 부모 없이 버티는 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고, 또 그렇다고 죽어라 버티어 내도 그 끝이 어딜지 모르는 불안감에 자꾸만 포기하고 싶어졌다. 나는 과감히 포기를 결정했다. 포기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그때 학교 후배 녀석에게 문자가 왔다. 주말에 출사 나가자는 문자였다. 카메라가 없는 나는 당연히 안 간다고 했으나 그 친구가 자기 걸로 찍자고 했다. 하도 조르고 졸라서 어쩔 수 없이 같이 가게 되었다. 억지로 끌려가는 기분이어서 이름도 장소도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한 컷 한 컷 담다 보니 너무 재밌었다. 이것저것 배우면서 신기함을 느낌과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순간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좋았다. 물론 그날의 결과물은 당연히 꽝이었다.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만큼의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한테 결과물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한테는 그날의 일은 터닝 포인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캐논 550D를 구매했다. 렌즈는 번들렌즈 하나였지만 내가 공들여서 산 첫 물건이었기 때문에 너무나도 소중한 물건이었다. 이런 물건은 나에게 사치라고 생각했었지만 그 사치 한 번 부려보겠다는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호승심이 손에 카메라를 쥐게 만들었다. 그렇게 사진이라는 취미가 생겼고, 나는 결국 누군가 무심코 단 댓글에 삶이 뒤흔들린 것처럼 강렬한 경험을 한 셈이었다. 포기는 마음속 어딘가로 사라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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