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뉴 Nov 22. 2024

오늘은 오늘, 내일은 내일

에필로그

  우리는 매일 새로운 도화지를 선물로 받는다. 하얀색의 그것을 채우기 위해 하루를 부단히 노력한다. 대부분 비슷한 그림으로 마무리된다. 중간중간 실수로 엇나간 붓질이며 스케치도 보인다. 수정이 불가능한 다소 이기적인 이 도화지는 그럼에도 축복이다. 오늘 그린 이 그림이 내일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깝고도 흥미로운 것은 내일이라고 해서 오늘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내일이 더 흥미로워지고 기대되는 이유이다. 여러분들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 그려진 그림을 보며 자책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려질 내일의 그림을 상상하고 있는가. 내일이 기대가 되는가.    


  일상은 소중하다. 오늘 그린 나의 도화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지는 않지만, 내일 그 그림으로 살아가지는 않는다. 다시 그리면 된다. 혹시 오늘 잘 그린 그림이 안타깝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오늘 망쳐버린 그림이 흑역사로 남아서 부끄러운가? 아니다. 그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나의 도화지는 삶을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된다. 코어 힘, 그것이 된다. 지난날, 수없이 그려낸 나의 그림은 오늘 그리는 이 그림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오늘까지 그린 그림을 더해 내일의 그림을 완성해 나갈 것이다. 삶은 그렇게 완성되어 간다.   

 

  

  여러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힘든 삶은 각자의 방식대로 이겨내고 있다. 전시회가 가능하다면, 많은 이들을 초대해 우리들이 그린 그림을 소개하고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을 정도로 우리들의 그림은 소중하다. 실수 하나까지도 먼 훗날 나의 그림에 끼칠 영향을 생각하면, 어느 감독의 뮤즈처럼 생생히 살아날 수 있다.  

    

  그러니 힘을 내어 그려보자. 그리고 쳐다보기 싫은 냄새나는 걸레짝처럼 어제의 그림을 대하지 말고 소중히 잘 간직해 보자. 그리고 오늘을 마무리할 때, 어제의 그림 위에 차곡히 놓아두자. 한 겹씩 쌓이는 그래서 두꺼워지는 것을 보며 나의 하루가 이렇게 잘 쌓여가고 있음을 지켜보자. 그리고 오늘의 아쉬움은 오늘로 두고, 내일을 준비하자. 어떤 이유에든지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장 보통을 자처하는 그 사람에게 풍기는 바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