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시작과 함께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내가 속한 상위 조직에 속한 팀 단위의 대거 개편이 일었고, 꽤나 충격적인 인사발령도 있었다. 물론 10월 발령이라곤 하지만 그에 대한 안내는 발령 일주일 전인 9월 말에 온라인 회의를 통해 통보되었다. 해당 조직개편에서 나는 새로운 파트의 신설과 함께 파트장이라는 직책을 달게 되었다. 그러나 모두가 나와 같은 상황은 아니었다.
물론 조직개편이라는 것의 특성상 회사와 조직장이 모든 구성원과 직접적인 소통을 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사업을 이끌어가는 데에 있어서 적재적소에 조직을 세팅하고 그에 따른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일부이기도 하거니와, 구성원 개인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만 '효율'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계획도 준비도 부족한 상황에 쫓기듯 진행된 개편 속에서, 자신이 속하게 될 조직의 방향성도 명확하지 않은 곳으로의 발령 통보를 받은 구성원들이 많았던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조직개편에 대한 통보가 있은 후 3일 뒤, 2018~2022년까지 한 파트에서 일했던 구성원들과 저녁자리를 가졌다. 지금은 각기 다른 곳에 속해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즐거웠던 추억들과 함께 때때로 모임을 갖고 있다. 육아휴직 중인 사람과 이직 결정이 되어 지금의 상황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사람을 제외하면 22년까지 조직장이었던 사람, 24년에 새로 파트장이 된 사람, 새로 파트장을 제안 받았지만 거절한 사람, 새로 신설된 조직으로 발령이 난 사람 등 저마다의 상황이 달랐다.
그날의 저녁자리는 정말이지 힘들었다. 지금까지 7년의 회사생활 중 이렇게까지 회사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적이 없었다. 회사 외부적인 상황도 마냥 좋지 못한 상태에서 내가 속한 조직의 갑작스런 조직개편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특히나 과거 4년간 나의 조직장이었던 분 역시 본인이 속한 조직이 다른 조직으로 흡수통합되면서 앞으로의 회사 생활에 있어 겪게 될 예견된 상황을 강하게 우려했다. 이제 정말 회사를 떠나면 무엇을 해야할지 구체적인 고려를 해야겠다며 다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조직장이었던 분은 그날의 저녁은 본인이 사겠다고 했다.
나는 실제로 조직장이 되었다는 사실이 그닥 기쁘지만은 않았기에 축하를 받는다는 걸 원치도 않았지만, 그들이 내게 건넨 축하 역시도 기쁜 마음으로 받을 수가 없었다. 본인의 상황에 따라 누군가를 마음 다해 축하해주기에 쉽지 않은 때가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날의 자리에서는 더 많은 헤아림을 필요로 하는 쪽은 내가 아닌 그들이었다(그들이 나보다 재산도 훨씬 많고 잘 살긴 한다....). 아직 짧은 회사생활이지만 지금의 발령이 내게 좋은 날에 속한다면, 분명 언젠가는 안 좋은 날도 오게 마련이다. 그 시기가 오기 전에 앞서서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그저 안좋은 시기가 다가오는 것을 늦추도록 노력을 하든 무엇이라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몸소 느낀 날이었다.
사실은 제목을 조직개편의 명과 암으로 쓸까 했지만, 명은 곧 명인가? 암은 곧이곧대로 암일 뿐인가? 생각해보니 막상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