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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이블 Apr 02. 2024

떨어진 꽃잎에 빌다


불현듯 들여온

꽃묶음


화병 하나 없이 살아온

살림살이가

당혹스럽다.


길고 좁고 흰 모양새

이사 다닐 때

데리고만 다닌

보온병 하나


꽃도 그도 나도

환해진 마음


서툰 손길에

후둑 떨어진

꽃잎 서너개


아차,

어쩌나,

이런,


어찌할 바 모르는

미안한 마음


떨어진 채

생을 마감한

꽃잎들


생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감히


종지에

물을 담아

꽃잎을

담아


빌고 빌어

내 죄를 사해본다


그런데,


내가 꽃잎을

...이 아니라

꽃잎이 나를

살리는구나


나는 어느새

꽃잎이 되어


생을 마감하고도

생을 이어가는


묘한 삶의

한가운데에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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