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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oreal Aug 04. 2022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나는 그들

 

  이른 아침 유치원이 쩌렁쩌렁 울린다. 방과후 맞벌이 가정의 유아 C가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며 울음을 터뜨린다. 4월이면 유아들이 유치원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다. 엄마와 작별 인사도 제법 잘하고, 친구를 보면 뒤도 보지 않고 부리나케 유치원으로 들어가 버려 함께 온 부모님이 무색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C는 무슨 일인지 현관 앞에서 엄마와 헤어지면서 목이 쉴 정도로 오열한다. 아침맞이 선생님도 C를 달래며 당황해 한다. 급히 담임교사에게 연락하는데 끝날 것 같지 않았던 C의 울음소리가 어느새 들리지 않는다. C는 사회복무요원 K의 어깨에 기대어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K는 C의 등을 다정스레 두드려주며 “이제 좀 괜찮아?”라고 묻는다. C는 이제 더는 울지 않았다. 순간 원감으로서 고마움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낀다.

  단설유치원에 있어보니 유치원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교사 외에 다양한 사람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복무요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유치원은 특수학급 지원을 위해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되어 있다. 등원시간에 아침맞이를 하는 것도 그들의 중요 역할 중 하나이다. 단설유치원은 대부분 유치원 규모에 비해 주차공간이 협소하다. 지정된 위치에 학부모 차량이 멈춰서면 사회복무요원이 재빨리 차문을 열어 아이를 안아 내려준다. 미처 가방과 신발을 챙기지 못했다면 소지품도 챙긴다. 차문을 닫아주며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학부모들에게 인사를 한다. 유아 한명 한명에게 “어서와. A야. 가방 메자. 여긴 어쩌다 다쳤어?” 라고 관심어린 말을 건넨다. 사랑을 글로 배울 수 없듯이 이런 일은 시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억지로 시킨다면 ‘갑질’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은 이렇게 아이들에 대한 존중과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에 대한 깨달음이 필요한 일들을 매일 하고 있다.

여섯살 눈물바다, 사회복무요원 품에서 잔잔해진다.

  유치원에서는 유아들이 남자교사를 만날 기회가 적다. 사회복무요원은 유아들의 관심도 크고, 수업의 중요한 자원이 되기도 한다. 한 학급에서는 올해 초 유아들과 함께 지은 이야기를 영화 ‘공주와 어벤져스’로 만들어 촬영했다. 유아들이 사회복무요원 선생님이 괴물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아서 긴급하게 사회복무요원 L을 배우로 섭외했다. 통합학급 학부모들은 만들어진 영상물을 보고 감동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반학급과 통합수업시 특수학급 유아들이 일반학급의 유아들과 잘 어울려 생활할 수 있도록 안전을 확보하고 놀이를 지원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그들은 기꺼이 빛나는 청춘의 시간을 나누어 유아들의 아침을 열어주고 특수학급 유아들의 성장을 지켜본다. 한번은 유치원에 입학한 특수유아가 귀엽게 느껴져 K에게 너무 귀엽지 않냐고 물었다가 오히려 내가 부끄러워졌다. “네, 너무 귀엽긴 한데요, 교실에서 H가 말하는 것을 거의 못 들었어요. 말을 너무 많이 안 해서 걱정이에요.” 평소에 K에게 H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보살피겠다는 진심이 없었다면 이런 대답이 곧바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현장에서 사회복무요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유아 성추행 사건등 부정적 이미지만 부각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친한 형이며 든든한 삼촌이자 자신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인 사회복무요원이 있었다고 기억할 수 있을까? 한 유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못 다한 이야기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우리 유치원처럼 특수학급을 지원하기도 하고 행정실에서 행정 업무를 돕기도 한다. 각 기관에서는 지원이 필요한 분야를 선택해 교육청에 신청하는데, 학교마다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다. 많은 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근무태만으로 애를 먹이는 사회복무요원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 유치원은 운이 좋았다. 우리 유치원의 사회복무요원들은 특수유아들의 식사 지도를 돕고, 통합학급에서 특수학급 유아들이 일반학급 유아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돕는 등 특수교육 지원에 협조적이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만으로 특수학급 유아를 제대로 지원하긴 어렵다. 사회복무요원은 교사와 달리 학기중 연가가 가능하므로 간혹 개인사정으로 인해 연가를 내어 지원인력이 공석이 되어버리면 특수학급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장애의 유형도 다르고, 한 명 한 명 도움이 필요한 특수유아가 한 학급에 4명이 있으니까 특수학급 교사의 어려움은 상상 그 이상이다. 특수학급 운영에 있어 사회복무요원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내년에는 학기중 특수유아를 책임있게 도와줄 수 있는 전문 지원인력도 배치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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