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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탐험가 황다은 Apr 04. 2021

베를린 예술가가 폐건물을 점령한 뒤 생긴 일

힙한 도시 베를린의 힙한 폐건물


베를린은 굴곡진 역사와 많은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도시다.  한때 분단의 아픔을 겪었지만, 결국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통일이라는 결과를 이뤄냈다. 장벽이 무너진 지 오래지만,  한 때 그 아픔을 많은 폐건물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지금도 베를린 곳곳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폐건물을 찾아볼 수 있는데, 하물며 분단 당시에는 어떠했을까?


로컬 인터뷰 여행의 행선지 베를린의 '우파 파브릭' 역시, 한때는 그런 폐건물이었다. 원래 영화사였지만 분단 후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며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 채, 쓸쓸히 잊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술가들이 건물을 스쿼팅(무단 점령)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활용도가 없어진 영화사 건물에 예술과 환경에 대한 가치관을 심기 시작했다. 




오래전 심은 씨앗을 정성껏 가꾸면 큰 고목나무가 되듯이, 우파 파브릭 역시도 그렇게 성장했다. 예술가들에 의해 심어진 씨앗은 폐건물에 서서히 생명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지역 사회를 변화시켰다. 지금은 유기농 제품 판매 활동,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을 선보이는 베를린의 도심 속 녹색 쉼터로 자리매김했다.



주거부터 식생활까지, 모두 다 환경친화적으로


우파 파브릭의 매니저와 이야기를 하며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먼저 우파 파브릭의 환경친화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환경을 위해 밀짚을 말려 집을 짓기도 하고,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동물과 뛰어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고.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발전기뿐만 아니라 옥상에서의 농사 등을 배우기 위해 대학생들이 탐방을 올 정도다.


우파 파브릭의 주거 공간뿐만 아니라, 식생활 역시도 자연친화적이다. 우파 파브릭의 빵집은 유기농 빵을 생산하며, 우파 파브릭의 마켓 역시 바이오 제품만 취급한다. 단순히 생활의 일부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식생활부터 문화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생활의 모든 것이 환경친화적인 곳이다.


우파 파브릭에는 무료로 초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정규 수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이나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활동도 있다. 지금은 방과 후 활동으로 서커스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고. 초등학교의 벽면에 여러 나라 언어로 쓴 글귀들이 보인다. 한글로 쓴 글귀가 보이니 참 반가웠다. '여보세요. 나의 친구.'



이웃 간의 공동체를 확립하는 일도, 우파 파브릭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본래는 환경친화/문화예술에 중점을 두었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고 영향력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게 된 후로는 주민공동체를 위한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우파 파브릭 구석구석 둘러보기


그렇다면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자.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지붕이다. 우파 파브릭은 태양열 에너지뿐만 아니라, 밀짚을 말려 집을 짓기도 하고, 빗물을 활용한 식수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등 적극적으로 대체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파 파브릭에는 환경만 있느냐? 그건 또 아니다. 무려 숲 속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근사한 공연장도 있다. 거의 매일 크고 작은 공연이 열리는 이곳은 우파 파브릭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단다. 연극, 음악, 카바레, 세계 음악, 아이들을 위한 서커스와 연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의 사물놀이도 공연 예정이라고. 



우파 파브릭에서 본격적으로 생활하기는 아직 확신이 없지만,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우파 파브릭에서 거주하며 일하는 사람들 외에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 공동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단다. 조금 더 시간이 있었다면 나도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러봤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취재를 마무리한다.



가치를 담아 재생한 폐건물


베를린은 현재 도시 면적의 5분의 1이 녹지인, 유럽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 중 한 곳이다. 그런 베를린에서도 우파 파브릭에 들어온 순간, 동화 속 자연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파 파브릭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환경이라는 가치를 지향하며 서로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생생한 흙과 내추럴한 자연이 어우러져 놀이터가 되는 모습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폐건물을 개조한 공간은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멋진 카페나 식당,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나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항상 스토리나 가치를 품고 있는 공간은, 더욱 빛이 난다. 폐건물 재생, 환경공동체 확립, 문화예술 시설 등 로컬 재생의 끝판왕 격인 우파 파브릭을 탐방하며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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