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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탐험가 황다은 Apr 01. 2021

도시에서 녹지가 사라진다면?

도시에서 녹지가 사라진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끔찍할까?

도시 생활에서 우리한테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보자. 편리한 인프라, 다양한 문화 시설, 편의 시설...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다 갖춰지고, 녹지가 없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가 지금처럼 도시생활을 즐길 수 있을까?


삭막한 도시 생활을 하다가 벚꽃이 피자 다들 어린아이처럼 들떠서 꽃구경하고 있는 요즘을 생각해보자! 녹지에서 사람들은 잠시나마 자연으로 돌아간 듯한 편안함을 느끼지 않는가. 자연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중요하다.


유럽 로컬 인터뷰 프로젝트의 행선지였던 햄프스테드 지역의 터줏대감인 햄프스테드 히스(Heath는 황야, 벌판을 뜻하는 말이다) 역시 마을 사람들에게 중요한 존재이다. 햄프스테드에서 나의 인터뷰이였던 엠마는 햄프스테드 히스 덕분에 사람들이 햄프스테드를 하나의 '마을'처럼 인식한다고 말했었다.



녹지와 공원은 평화를 준다구요


런던은 유난히 공원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유명한 to do list 중에 파크에서 여유 즐기기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서울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까?


런던 시민 1명이 누리는 공원면적은 서울시민의 2배다


그만큼, 녹지는 햄프스테드뿐만 아니라 런던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또한서울의 녹지는 외곽의 산악 지역을 위주로 분포된 반면, 런던에서는 지역 어디에서나 녹지를 접할 수 있도록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는 사람들의 여유와 휴식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햄프스테드 히스는 그 런던 중에서도 녹지의 끝판왕이다. 무려 10만평이 넘는다. 이정도면 동네 공원 수준이 아니라 여느 영국 영화에 나오는 광활한 황야 수준이다. 엠마와의 인터뷰를 끝내고, 나는 햄프스테드 히스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다 둘러보기엔 너무 넓은 곳이기 때문에, 잠깐 산책하며 여유를 즐겨보기로 했다.


햄프스테드 히스는 영화 <햄프스테드>와 <노팅힐>의 배경지가 되었을 만큼 유명하다. 과연 명성답게 한아름 커다란 나무, 끝이 보이지 않는 벌판이 펼쳐지더라.



햄프스테드 히스에는 한창 뛰어놀 아이들에게 천국같았다. 큰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깔깔 웃고, 마음껏 뛰어당기는 아이들을 보니 이 곳이 놀이의 터전같아 보였다. 아이들만 이 드넓은 녹지의 수혜자인건 아니다. 어른들에게도 히스는 쉬어가는 길목이다. 바쁜 생활 속 낮잠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햄프스테드 히스는 단순히 물리적인 쉼터가 아니라, 매주 주민들이 히스에 모여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벌어지는 공간이었다.


햄프스테드 히스를 걸으며 개인이 쉬는 공간을 넘어 공동체가 소통하고 모일 수 있는 공간임을 느꼈다. 녹지 조성을 하면서도 아이들을 위한 시설과 주민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더해진다면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로컬 예술가를 후원하는 가게


햄프스테드 히스를 둘러보고 난 뒤, 햄프스테드를 떠나기가 아쉬워 무작정 동네를 탐방하기 시작했다. 깔끔하고 예쁜 건물들을 따라 정처없이 걸었다. 그러다 내 발길을 멈추게 한 곳이 있었다.


히스사이드의 후원을 받아 지역 예술가의 제품을 판매합니다.

흥미로운 문구를 읽으며 구경하던 중 안에 있던 아주머니가 나를 부르셨다.



내가 두른 것도 히스사이드 학생들이 만든 거예요


알고보니 이 곳은 근처 히스사이드 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모아 판매를 돕는 공간이었다. 아주머니는 아주 열정적인 모습으로 작품들을 소개해주시기 시작했다. 지역 학생과 예술가들의 작품을 널리 알리며 동시에 햄프스테드를 더욱 예술적으로 꾸며주는 곳이라니. 결국 지역 주민을 생각하는 커뮤니티는, 다시 지역 발전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선순환을 유도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단순히 여행으로 햄프스테드 히스를 왔다면 잘 느끼지 못했을 것들이다. '인터뷰 여행'과 함께하니 지역을 더 속속들이, 깊이있게 경험할 수 있었다. 목적을 가진 인터뷰, 테마를 가진 여행의 무궁무진한 장점을 확인했던 햄프스테드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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